[ Travel ] in KIDS 글 쓴 이(By): kappa (IGER.group) 날 짜 (Date): 2001년 12월 27일 목요일 오전 10시 51분 14초 제 목(Title): [여행기] 22.Regulation vs Reference 한국인들은 교통법규를 안 지킨다고 흔히 불평합니다만, 그것은 ‘교통법규’에 대한 인식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선 ‘교통법규’는 강력한 규제(Regulation)로 인식되지만, 유럽인들은 그저 ‘참고사항(Reference)’ 정도로만 여기는 듯합니다. 이탈리아나 독일이나 교차로의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이 흔합니다. 다만 그들은 분명 여유를 갖고 움직입니다. 무작정 신호를 위반하거나 타인에게 위협이 되도록 행동하진 않았습니다. 또 유럽의 도로 발달은 원래 마차의 보급과 관련이 깊어서, 오래 전부터 도로에 대해 공유하는 인식이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고려 시대 이후부터 조선시대까지 수 백년 간 바퀴에 의한 이동이라는 개념이 역사 속에서 단절된 상태였다가, 20 세기 중반도 훨씬 넘어 도로와 자동차의 급속한 보급을 겪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교통법규를 ‘참고사항’정도로 여겨서는 자동차와 도로로 인해 빚어지는 ‘문화지체현상’을 해결할 수 없을 겁니다. 또한 한국은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력한 경찰국가입니다. 이 사실을 아는 분은 별로 없겠지요? 민주주의를 채택하는 공화국 중에서 아무데서나 길 가로막고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가방을 뒤지며, 모든 시민을 범법자로 취급해서 음주측정을 해서, 현직 판사까지 음주운전의 단속과 처벌의 개선을 주장하는 나라는 한국뿐입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한국에선 교통법규가 강력한 제재수단이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본 바로는 유럽이나 한국이나 법규위반 양상은 비슷해보였습니다. 법규준수를 잘하고 교통경찰이 무섭기로 유명한 독일에서조차 중앙선을 침범해서 불법 유턴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유럽사회는 사회 내부에 묵시적인 합의와 여유로 인해 부드럽게 소화시킬 수 있지만, 우리 사회에선 아직 그럴 만큼 합의와 여유가 부족해 보입니다. Sorrow Looks Back // Worry Looks Around // Faith Looks Up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