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avel ] in KIDS 글 쓴 이(By): kappa (IGER.group) 날 짜 (Date): 2001년 12월 27일 목요일 오전 10시 19분 52초 제 목(Title): [여행기] 3. 경찰이 나를 향해 온다. 푸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탔는데, 처음 내릴 때 여권을 확인하는 입국절차가 있을 뿐, 푸랑크푸르트에서 피렌체로 갈 때는 같은 유럽연합 내이기 때문에 다른 절차는 없습니다. 단 여권 확인을 위해, 줄을 설 때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시면, ‘EU only’ 라는 곳과 유럽연합민이 아닌 사람들이 통과하는 곳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피렌체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까지 3시간 가까이 여유가 있어서, 공항 맥도널드 점포에서 햄버거를 사먹는데, 독일 경찰 둘이 천천히 사람들을 둘러보며 돌아다니더군요. 연한 황갈색 하의에 올리브그린의 상의, 그리고 HK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하고 2인 1조로 천천히 돌아다니는 팀과, 거기에 더해서 방탄조끼와 헬멧까지 갖추고 한 지점을 고정적으로 지키는 경찰들이 있더군요. 공항을 돌던 둘은 맥도널드 점포 안으로 들어오더니, 앉아서 음식을 먹는 손님들 중에서 먼저 입구 가까이서 햄버거를 먹던 아랍 혹은 터키 출신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가서는 신분증을 확인하더군요. 그걸 보면서, 속으로 ‘다음은 내 차례겠군’했는데, 아닌게 아니라 제게 왔습니다. 하지만, 얼굴표정이나 말투가 전혀 딱딱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게 좀 의외였죠. 독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독일 경찰에 대해 들었던 얘기들과는 전혀 다르게 무척 부드럽고 호의적인 표정과 어투로 얘길했는데, 제게 와서는 영어로 어디서 왔느냐고 묻길래 일부러 독일어로 남한에서 왔노라고 대답했더니, ‘아하!’하는 표정으로 제 동료도 함께 온거냐고만 묻고는, 저희 둘에겐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고 그냥 몇 마디 짧게 얘길 나누고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더군요. 그들을 살펴보니, 공항을 천천히 돌아다니며, 제 3 세계나 아시아권의 사람들에게만 어디서 왔는지 확인하고 의심스러울 경우 여권을 확인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비록 짧은 상황이었지만 첫 도착에서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그리고 돌아온 지금까지도 계속 머리를 맴도는 몇 가지 단상은 이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맥도널드 점원처럼 독일의 하급 노동층을 형성하는 터키인들과, 남북한을 정확하게 구별하는 독일인들, 한국에 있을 땐 2 차 대전으로만 익숙한 독일이지만, 정작 그들의 땅에선 그 흔적을 찾기가 어려우며, 친절한 독일인들과 말끔하고 아름다운 독일풍경… 그러나 여전히 들려오는 신나찌 시위 소식과 외국인에 대한 공격. 이런 단상들은 여행 내내 머릴 맴돌았고, 풀지 못할 수수께끼를 안고 돌아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푸랑크푸르트 공항에선 겨우 몇 시간 머물렀지만, 미국이나 일본을 갔을 때와는 달리, 뜻밖에도 독일에선 별다른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다만 화장실 변기가 무척 크고, 높아서 고생한 것이 ‘너는 이 사회의 이방인이야’라고 말해주는 유일한 단서였죠. 참 햄버거 가격은 세트 메뉴가 10 마르크 안팎인데 우리 돈으로 하면 5~6000 원 정도니, 양국간의 GDP차이를 감안하면 독일에선 꽤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대신 독일에서 싼 음식과 제 값 치르고 먹는 음식은 가격의 차이만큼이나 음식도 다르단 건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버거킹이나 맥도널드라면 애들에겐 일종의 동경심을 자극하는, 또 가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란 기대감을 심어주는 마케팅을 하기 때문에, 햄버거 사먹는 게 값나가고 좀 색다른 식사처럼 느껴지지만, 그 동네에선 그야말로 싸구려 Junk Food일뿐이죠. Sorrow Looks Back // Worry Looks Around // Faith Looks Up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