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g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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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gShin ] in KIDS
글 쓴 이(By): seagirl (예~~리)
날 짜 (Date): 1996년04월09일(화) 20시34분02초 KST
제 목(Title): 살아남은 자의 슬픔



음...우선...오늘 오후에 썼던 글에 대해 약간 덧붙이고자 합니다...

냉철해지자고...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자고 그렇게 얘기했으면서 제 스스로는

너무나 감정적이었었던 것 같습니다...

단지...비어있는 운구만을 가지고 그것도 학교 안에는 들어오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희정이를 보내야했던 마음이 너무나 가슴아팠습니다...

희정이가 5년을 오르던 언덕....

그 언덕길을 가는 길에는 오르지 못하고 그렇게 보내게 된 것이 미안해서...

아직도 수정대 곳곳에는 희정이의 필체가 남아있는데...

희정이를 아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하시듯...그 환한 미소...따뜻한 

미소처럼....희정이의 학우들에 대한 사랑, 수정대에 대한 사랑, 함께하는

동지들과 조국에 대한 믿음이 절절이 묻어나는 글들을 다시 접하면서...

다시 한 번 슬픔과 분노가 느껴졌기 때문일 겁니다...

죄송합니다...

다시 이렇게 감정에 치우치고 마네요...

그래서 ...이렇게....

희정이를 그렇게 보낼 수 밖에 없었던 부모님들의 마음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저의 잘못을 느끼면서 이렇게 부모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 수술을 받으셨고 지금도 편찮으신 희정이의 아버님...

그리고 어머님...

사랑하는 자식을 그렇게 보낼 수 밖에 없었던 부모님의 심정을 어찌 우리가 감히

저울질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가버린 자식을 가는 길이라도 편하게 보내고 싶어하셨던 것입니다...

착하디 착했던 희정이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졸업 후에도 학교를 다니면서...희정이 또한 무수히 많은 거짓말들로 부모님들의

마음을 안심시키게 해드리고자 했었을 것입니다...

그런 희정이의 마음은 또한 얼마나 아팠을까요...

하지만... 단식을 하고 있었던 것도...이렇게 아파하고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계셨던 부모님들의 마음보다 더 아팠을까요?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이렇게 슬퍼하고만 있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제가 이렇게 계속 반복하여 글을 쓰는 것도 어쩌면 자꾸 약해지려고 하는 저의

약한 의지를 다잡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학교 당국의 처사....

전경들과의 몸싸움....

이제 남아있는 일꾼들에게 힘을 주어야 할 때일 것 같습니다...

피곤에 지쳐 총장실 여기저기서 불편한 잠을 청하고 있을 후배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이러한 의지들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분노...슬픔...확실한 결의로 계속 투쟁하겠지만...3개월이라는 기간은 그들을

너무도 지치게 합니다...

이제 우리가 그들에게 힘을 주어야 할 때가 아닐까요?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투쟁 속에 동지 모아...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동지의 손 맞잡고...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어기여차 건너주자...

 해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며...

 가다못가면 쉬었다 가자...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희정이가 좋아하던 노래... 즐겨부르던 노래...

이제...우리들이 힘차게 부르면서...일어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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