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ngShin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sung) 날 짜 (Date): 1996년04월09일(화) 16시24분04초 KST 제 목(Title): 나는 오늘... 오늘 나는 실망을 금치못한다. 눈앞에 보이는 언덕이 한없이 길어지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허공에서 웅웅거리고 있다. 적어도 어제까지의 나의 생각은 이제 어떤 식으로든 결론(나는 내심 학교측에서의 제대로 된 대응책을 기대하고 있었다.)이 나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다시 그 `결론'이라는 것에 대해 회의가 든다. 짙은 유리문에 너무도 선명히 붙어 나의 시선을 잡아버린 몇 줄의 글들. 내가 4년간 `가르침'이라는 것을 받아왔고, 이제 다시 이곳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더보낸 지금, 우리를, 제자를 가르치셨던 분들이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는지 나의 소견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어제, 한 후배의 죽음을 보면서 이제 그 죽음을 끝으로 많은 일들이 정리되길 빌었다. 용기없는 나로서는 지난 시간들,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우리의 정당함에 대해서도 말하지 못했다. 이제 이렇게 글로나마 올릴 수 있는 건 지금의 내 모습이, 나의 마음이 어제와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 분들이 나의 스승이고,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곳이 이 학교이고, 가끔 눈살 찌푸리긴 하지만 여전히 내 속에 담고 있는 나의 모교. 그러나 나는 이제 부끄럽다. 내가 이 학교에 있다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다. 어떻게 당신의 제자에게, 설혹 그런 생각이 드시더라도 가버린 아이 애틋해서 마음에 담고 있어야 할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는지, '자초한 죽음'이라니... 우리는 '책임'을 상실해버린 분들을 지금 보고 있다. `자초한 죽음', '졸업생이니까...' 마음이 너무 허하다. 나는 나자신 허무주의라 했으므로 처음부터 희망을 걸지 말았어야 했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충격의 종류가 다르다. 나에게는 어제의 죽음도 대단한 충격이었지만, 오늘의 그 말 한마디가 몇 배의 무게로 다가온다. 그 분들은 '무조건' 순종적인 제자, 몇 마디의 제출언이 죽음을 자초함으로 알고 뒤로 물러나 있는 제자를 원한다. 그러나 알지 못하신 것이 있다. 그러한 바램이 오늘 한 제자를, 순종하는 한 제자의 생각을 바꿔버린 것을.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우고, 수정하며 자신의 것을 만들어 간다. 나는 오늘 스승을 뵙고 내 것을 하나 만들었다. 그것도 자랑스럽게 '가르침'이라 하실건가???? 학교는 이미 기회를 놓쳤다. 멋있고 따뜻하게, 박수를 받으며 이 모든 것을 수용할 기회를 안타깝게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제 남은 것은 황망히, 이 속에서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눈길들을 수습하는 것 뿐이다. 어쩌면 마지막 남은 기회. 내가 오늘 본 암흑속의 너무도 선명한 흰빛. 이름 석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