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g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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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gShin ] in KIDS
글 쓴 이(By): seagirl (예~~리)
날 짜 (Date): 1996년04월09일(화) 11시40분23초 KST
제 목(Title): 추모식에 다녀와서...



9일 아침 8시에 고대병원 영안실에서 영결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9시 30분부터는 운동장에서 추모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리에 모인 우리들은 너무도 미안한 마음으로 그 자리에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신도 제대로 모시지 못하고...

우리의 투쟁이 우리의 의지가 너무나도 부족했했던 것이겠지요.

새벽 4시...아버님께서 희정이의 시신을 안고 화장터로 향하셨다고 합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한열이가 죽고난 후 너무나도 많은 장례식을 다녔었지만...

이렇게 초라하고 가슴아픈 장례식은 처음이다...

연약한 여자들의 손으로 영정을 들고...시신도 없이 치뤄지는 이런 장례식은...

졸업생이라는 이유로 조문도 오지 않았던 학교당국의 처사도... "

너무도 슬펐습니다. 후배가 그렇게 되기까지도, 후배가 그렇게 갈 때도 옆에 

있지 못했는데 그렇게 한 줌의 재가 되는 것도 막지 못한...

하지만...우리는 슬퍼하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비록 한 줌의 재가 되어 뿌려졌지만...

희정이의 환한 웃음과 희정이의 의지를 가슴 깊이 묻었기 때문입니다.

햇볕이 너무나도 따뜻했습니다...따뜻함에 익숙해질 때면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그렇게 익숙해져가고 있는 우리들을 깨우쳐주었습니다.

쉽게 타협할 수도 타협해서도 안됩니다.

희정이의 환한 웃음 속에서 우리는 희정이의 강인한 힘과 의지를 느꼈듯이

항상 그렇게 강하게 살아야할 것입니다.

더이상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렇게라도 얘기할 수 있다는 것에 미안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슬퍼하는 것이 희정이에 대한 가장 큰 잘못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슬퍼만 한다는 것은 가장 무책임한 일이고, 그렇게 슬퍼만 하는 사람들이 가장 

잊고 말것입니다...

"이 자리에 오시지 못한 수정이들은 지금 수업을 받고 계신가요?

  교수님들은 수업을 하고 계신가요? "

총학생회장의 물음이 너무나도 가슴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가득 메워진 운동장을 보고 싶었는데....그렇게 힘있게 보내주고 싶었는데...

자리에 모인 학생들의 당찬 결의처럼... 학자승리 그 날....

희정이의 장례식을 다시 한 번 치뤄내며 희정이가 바라던 세상.

그 세상으로  희정이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바쁜 시간 중 잠깐이라도 희정이에게 잘가라는 인사와 열심히 살겠다는 약속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다시 이러한 장례식이 치루게 되는 날...

그 날은 바로 김영삼 정권의 장례식이 될 것입니다...."라는 한총련 의장님을

말씀을 떠올리면서 내일모레 있을 총세에서 다시 한 번 우리의 힘이 

모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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