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nford ] in KIDS 글 쓴 이(By): doolee (텅빈마음.) 날 짜 (Date): 1998년03월20일(금) 12시51분46초 ROK 제 목(Title): 슬램덩크 신드롬 슬램덩크 신드롬 하나의 만화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만큼일까? {슬램덩크}의 지난 역사는 그 만화가 만들어낸 막대한 수치들로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일본에서 7년 간 스물아홉 권이 나올 때까지 전권이 초판 200만 부 이상 찍혔고, 도에이 영화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는 일본 인기가요순위에서 10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애니메이션 판매 수익의 3-5배 정도 된다는 캐릭터 산업의 수익으로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1994년 일본 세금 납부 순위에서 3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은 다르지 않다. 1992년 3월부터 <소년 챔프>에 연재된 한국어판 {슬램덩크}는 처음에는 국내 작품들에도 밀렸으나 6개월 정도 지나고 나서 인기를 끌기 시작, 1993년, 1994년도에 절정기를 달려 마지막 순간까지 최고 인기 만화의 권좌를 내놓지 않았다. 덩크 슛 신드롬, 청소년 농구 열풍 NBA 스타들과 맞서도 될 만한 {슬램덩크} 주인공들의 현란한 플레이는 '현대의 스포츠' 농구의 아름다움을 모두에게 가르쳐주었다. 그 만화를 보는 청소년들은 누구나 만화의 주인공처럼 멋진 덩크 슛을 넣어보길 바랬을 것이다. 슬램덩크로 인한 청소년 농구 선풍은 실로 대단해, {슬램덩크}가 전성기를 달리던 1994년, 농구에 대한 인기가 형편없던 일본에서 전체 중학생의 20%가 농구부에 가입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원래 농구의 인기가 높던 한국에서 이 열기는 더욱 거세게 불었다. {슬램덩크}로 인한 농구 열기는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를 만들게 했고, 우지원, 현주엽 등 뛰어난 농구 스타들이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게 했다. 장신들의 스포츠 농구 열풍은 '롱다리 신드롬'에도 일조했고, 가수 이승환은 "덩크슛 한 번 할 수 있다면"이라며 농구를 향한 꿈을 담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NBA 농구 열기까지 겹쳐져 이제 농구는 명실상부하게 한국의 10대들을 대표하는 스포츠가 되었다. 팬들의 호주머니를 톡톡 터는 캐릭터 상품으로 변신 "나는 긴 머리의 정대만이 제일 좋은데, 그 모습은 없네요. 어떡해요?" 홍대 앞의 팬시점에서 {슬램덩크} 열쇠고리와 뱃지를 고르고 있는 홍지희 씨의 말이다. 홍씨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데, 유학 중에도 동생이 보내주는 {슬램덩크}를 놓치지 않고 보아온 열혈 팬이다. {슬램덩크}의 주인공은 사실적인 극화체와 개그적인 만화체로 그려져 있다. 앙증맞은 만화체의 캐릭터는 곧바로 다양한 캐릭터 상품으로 만들어져 작가를 돈방석에 올려놓고 있다. 지금 국내에 나와 있는 상품은 뱃지, 열쇠고리에서부터 플라스틱 인형과 시계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하다. 영화배우나 탤런트는 아무리 인기가 좋아도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만화의 캐릭터는 온갖 상품으로 변신하여 팬들의 T-셔츠와 가방과 책상을 점령하고 한시도 그들 곁을 떠나지 않는다. 물론 그 대가로 꼬마들과 아가씨들의 호주머니를 톡톡 털어간다. {드래곤 볼} {슬램덩크} 그리고 디즈니의 캐릭터 산업이 얻은 막대한 이윤에 놀란 한국의 정부와 기업들이 작년 너도나도 애니메이션 산업에 뛰어들었다. 돈 벌이에 눈이 멀어 앞도 못 보고 덤볐지만, 그들 구미에 맞는 좋은 만화가 갑자기 나타날 리가 만무였다. 결국, {슬램덩크}의 조잡한 아류작인 {헝그리 베스트 5}까지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지만, 제작사 측엔 참담한 경제적 손실을 팬들에겐 커다란 실망감만 안겨주고 말았다. {슬램덩크}는 농구 열풍과 새로운 영웅들과 막대한 돈을 만들어냈다. 작가 이노우에 다카하다의 농구와 만화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이처럼 커다란 일을 해냈다. 물론 그 밑바닥엔 만화 왕국 일본의 커다란 시장과 만화를 제대로 대접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 한국은 이제서야 한 작가가 한 달에 수천 페이지씩 공장에서 찍어내는 대본소 만화의 시대를 마감하고 있다. 좋은 '만화'에는 관심이 없고, 돈 되는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산업'에만 눈 멀어 있는 한 우리는 앞으로도 일본 만화의 영웅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