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nford ] in KIDS 글 쓴 이(By): nameless (무명용사) 날 짜 (Date): 1996년09월09일(월) 15시55분35초 KDT 제 목(Title): Re]동물사랑 - 배째라전법님께 먼저 이 글을 쓰기 전에 혹시나 저를 미국 물좀 먹었다고 미국인의 입장을 얘기하는 사람으로 오해하지는 말아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립니다. 이곳에 1년 남짓 살면서 제가 보고 느낀 것들을 말씀 드리는 것 뿐이니까요. 배째라 전법님의 지적처럼 미국이 이땅에 처음 와서는 이곳의 토착세력들에게 (물론 여기에는 인디안이나 야생동물 모두 포함되지요.) 많은 해를 끼친 건 사실입니다. 그 유명한 아메리카 들소가 유럽인이 들어온지 수십년 만에 그 씨가 마를뻔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그들의 과거의 역사와 지금의 이들의 동물사랑에 관한 논의는 전혀 별개의 것입니다. 제말은 그들의 행동이 잘했다는 게 결코 아니라 그들의 과거 전력때문에 현재의 동물사랑에 관한 그들의 논의를 부당하다거나 위선이라고 몰아부쳐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자기네들의 그런 과오라는 멍에가 오히려 이들에게 그런쪽에 관심을 갖게 했던 원동력이 되었을지도 모르지요. 배째라 전법님이 말씀하신 TV에서 보셨다는 미국인의 말은 어떤 프로그램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로 이곳 사람들의 정서를 일반화 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비약입니다. 만약 그 사람이 이곳 TV에서 그와 똑같은 말을 했다면 당장 수많은 단체와 개인으로 부터 고소를 당했을 뿐더러 그의 말대로 총으로 동물을 쏴죽인게 사실로 들어나면 형사처벌을 벗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언젠가 제가 오피스에서 조금 늦게 집으로 돌아가다가 어둠속 길 한가운데에 차가 멈춰서있는 걸 보았습니다. '길 한가운데서 뭐 하는거야?' 하고 차에서 내려보니 웬 아저씨와 딸처럼 보이는 소녀가 작은 고양이를 안고 있었습니다. 아마 길을 건너던 고양이를 치었나 봅니다. 죽진 않았고 여기저기 피가 얼룩져 있었지요. 그 부녀는 너무나 당황한 표정으로 그 고양이를 어루만지며 안타까워 하는 모습이 애처로와 보였습니다. 신음하는 고양이를 꼭 안은채 차를타고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그 고양이를 내다 버리거나 독약을 주사하리라곤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 고양이가 나을때까지 모든 정성을 다 했겠지요. 그 부녀의 모습 어디에서도 미국인의 위선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보는 미국의 모습 - 주한 미군의 그 안하무인격의 태도 등에는 저도 구역질이 납니다. - 과 직접 이곳에서 바라보는 미국의 모습은 다른점이 많습니다. 한 나라의 국민성이나 집단의 공통성을 안다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그 논의 자체가 불가능 할지도 무의미 할지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제 주위에 일어나는 그런 작은 일들을 통해서 작은 감동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설사 그것이 빙산의 일각이라 할지라도 그 작은 아름다움으로 그 나머지의 부분을 채울 수 있다면 말입니다... 무명용사... ------------------------------------------------------------------- 추억은 아름다운것. 그리고... 그 추억을 그리며 산다는 건 더욱 아름다운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