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ortsLeisure ] in KIDS 글 쓴 이(By): jaco (Joooooooon�x) 날 짜 (Date): 1995년09월15일(금) 18시59분57초 KDT 제 목(Title): 배팅볼 투수도 감격스러웠다... [3] 스스로 유니폼을 벗는다고 해서 사실 딱히 갈 만한 곳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국민학교나 중학교 때부터 10년 넘게 줄곧 배터와 글러브 만 만져 왔던 사람들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런 선수들의 뒷모습을 볼때마다 나는 매번 다짐하곤 했다. 나는 결코 흔들리지 않으리라. 보란듯이 1군 마운드에 설 때까지. 뛰고 또 뛰리라. 그 해 겨울 나는 재기하기 위해 2군으로 내려온 박철순 선배 의 연습과정을 보았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그의 스포츠 정신력은 여 전히 한국 최고의 투수임을 읽게 해 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의 우상이었던 그가 아직도 1군 투수로서 노익장 을 과시하고 있다는 게 나로서는 더없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를 지 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90년 마침내 나는 배팅볼 투수에서 한 계급 특진해 정식으로 연습 생 투수가 되었다. 이때부터는 나에게도 월급이라는게 조금씩 나왔 비록 한 달 용돈 정도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하루 생활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웨이 트 하고 연습하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가 직접 마산에서 올라오셨다. 보따리에 한약 봉지를 잔뜩 싸들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동시에 아버지 얼 굴이 떠올랐다. "니 힘들어도 어무이한테 약한 모습 절대로 보이지 말그레이"라는 당부의 말씀이 가슴 속에서 피어올랐다. 나는 뒤돌아서 얼른 눈물을 훔친 후 1군에 오르기 전에는 다시 찾 아오지 말라고 어머니께 부탁드렸다. 어머니는 "운동 선수는 몸이 제 일이라며 잊지 말고 꼬박 꼬박 챙겨 먹으라"는 말을 남기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