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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okMyung ] in KIDS
글 쓴 이(By): sqcclub (★시모나★)
날 짜 (Date): 2000년 4월 21일 금요일 오후 04시 34분 39초
제 목(Title): 여기도 이제 끝이다.



말 그대로다.
오늘까지만 나오고 안 나올거다.. 어디?  회사에.
물론 아직 서류상 처리할 것들이 많아서 몇번 더 오긴 해야겠지만
내가 정한 공식적인 근무일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나 사직서 냈다...
사직서 올리고 나서 오늘까지도 고민했었다.
과연 나가는게 잘하는 것일까...
근데 오늘 고과표, 올해 연봉 나온거 보고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이유를 찾지 
못했다.
나가라는 말인것 같다. 그럴걸 왜 붙잡는 척은 하는지..
그런 식으로 고과 줘 놓고는 나보러 남아서 일을 하랜다. 연봉협상은 다시 해도 
된댄다..
(근데 알겠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연봉 협상이란 말은 있어도 실제로 협상이 
이루어 
 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로지 통보일 뿐이다.
 협상하겠다고 했다간.. 오히려 미움만 더 받을 뿐이다. 소위 말하는 찍힘..)
지금 가려는 곳은 아무리 봐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하면서..
하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없어도 여기 남는것 보다는 나을듯 싶다
이제 더 이상의 미련도,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다.
나가서 망해도 여기서 스트레스 받고 이런 대우를 받는것 보다는 나을것 같다.

엄청나게 조그만, 벤처 같지도 않은 벤처로 옮기려 한다.
대기업에서 벤처로 나갔던 사람들이 다시 대기업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시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기에 정말 안정적이다 싶은 직장을 버리고 나간다는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여기 더 있다가는 정말 나 자신을 과소평가할 수밖에 없을것 
같다.
   나는 원래 안 되는 인간인가 보다..
   나는 원래 이정도 능력밖에 없는 인간인가 보다..
저런 생각만 하게 될것 같아 남아 있기가 두렵다.

내가 실제로 그런 정도의 인간밖에 안 된다 하더라도..
나 스스로라도 나는 잘났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가 되는게 
나를 위해서도, 회사를 위해서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이곳은.. 전혀 그럴 수없는 곳인것 같다.
객관적으로 보면 참 그럴듯하고 좋은 회사지만.. 
주관적으로 보면 정말 나한테 이로울게 없는 회사인것 같다.

날도 흐린데 기분마저 흐려졌다.
이런 날은 정말 술이라도 한잔 마시면서 아무나 붙잡고 얘기하고 싶다.
집에 가면서 참이슬이나 한병 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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