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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okMyung ] in KIDS
글 쓴 이(By): starlet (꼬야야요)
날 짜 (Date): 1996년02월18일(일) 04시09분43초 KST
제 목(Title): 가방은 반드시 트렁크에....



오늘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고 포켓한판 치고 집에 돌아오기 위해
차를 주차시킨 곳에 왔다.
코너에 있는 음식점 앞에 주차시켜 놓았었는데 음식점이 있기에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이었다.
차에 와보니 오른쪽 뒷유리창(가게 윈도우에서 바로 보이는 곳)이
무엇인가에 가격을 당해 깨어져서 막말로 작살이 났다.
없어진 물건을 살펴보니 참고서와 논문, 필통과 노트만 들어있던 
내 가방이 없어졌다.
가방을 노리고 백주대낮에 음식점 앞에 주차된 차의 뒷유리창을 깨고 집어간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말이다.............
자기네 가게 바로 앞에 주차되어 있던 차가 그지경이 되도록
음식점 주인과 종업원 그리고 손님들은 그때까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
아마 거리쪽 유리창이었다면 순찰돌던 경찰에게라도 들켰겠지만
가게쪽 유리창을 깼으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모를 일인거다...
참으로 대담하고 자주해본 솜씨란 생각이 들었다....
책은 사면되고 유리차을 새로 끼우면 되지만...........
눈물이 나게 속상하고 화가나는 일은 가방을 잃어버린 것과 필통을 잃어버린 것
그리고 지난 5개월 반동안 친구와 돌려가며 속이야기를 써왔던 노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대학 3학년때.......학교앞 가방전문점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쇼윈도를
들여다보았다. 너무도 탐이나는 가방이 눈에 띄여 사고 싶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그냥 지나다니면서 보기만 했는데 볼 수록 더 탐이 났더랬다.
그당시 난 아이들 가르키는 것에 넌덜머리가 나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집에서 용돈을 받아쓸 때였는데, 집에서 용돈을 받는 사람은 알 것이다.
엄마에게서 돈을 받을 때 곱게 받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평소에는 잘 안듣는 잔소리까지 덤으로 잔소리와 야단을 맞고 받아야 하는데
이게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고 반대로 미안한 일이기도 한 것이다.
보름에 한번 정도 용돈을 타서 썼는데, 우리 부모님은 상당히 고지식하신 
분들이라서 그다지 넉넉하지는 않지만 아껴쓰면 불편하진 않을 정도로만 주셨다.
그러니 그 가방은 당시 나에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엄마에게 사달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심지어 옷같은 것도 사달라 이야기를 
해본적이 없으니 가방은 더했다....
결국 큰 결심을 하고는 거금(?)을 들여 그 ㅤ가방을 샀다....
덕분에 보름동안을 점심은 간단하게 빵이나 우유로 먹거나 집에서 아점을 먹고
저녁은 필수로 집에서 먹고 버스탈 것을 걸어서 다니고 친구들과의 만남을 절제하는 
등등 불편한게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웠었다.
그렇게 그 가방은 내게 왔고 오늘 낮까지만 해도 내게 있었다.

같은 3학년때........
집에선 알지 못하셨지만 중 3때부터 간간히 연락하는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몸이 약하고 심장이 좋지 않아서 우린 같은 학년 같은 반이었지만
나이는 내가 2살 아래였었다. 그 뒤 그 친구는 고등학교때도 1년 휴학을 해야했었고
결국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정양을 했었다.
1년에 한두번, 편지나 전화를 통해 생일 무렵이나 명절 무렵에나 연락이 되곤 
했었는데 3학년때 그 친구의 건강이 호전되어서 자주 밖에서 만나기도 했었다.
언제나 파리한 하얀얼굴에 비썩 말랐던 친구.....
어느날 학원에서 친구를 만나러 가던 길이었다.
허둥지둥 카페에 도착해서 보니 분명히 닫혀져 있어야 할 가방이 열려있고
필통이 없어진 것이었다. 누군가가 지갑인 줄 알고 필통을 훔쳐간 것이다. 
황망했다. 난 평소에 들고 다니는 필기구와 사무품이 많아서 필통이 좀 두툼하긴 
하지만 그걸 지갑으로 오인해서 가져가다니........
그날 속상한일이 많았는데 필통까지 없어지고 나니 속이 상해서 막 눈물이 
났더랬다...... 날 열씸히 위로하던 친구.....
다음날......같이 듣기로 한 학원의 강의실에 들어가보니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배시시 웃으며 내민 자그만 꾸러미 속엔 청바지를 닮은 필통과 그속에
가득채워진 필기구가 들어 있었다.... 친구의 따뜻한 마음과 평소 내가 즐겨쓰는 
필기구가 그대로 담겨있는 필통을 보며 그녀의 마음깊은 배려가 느껴져서 난 또
웃으면서도 울고 말았었다....(단지 좋아서 운것이 아니다...그 이유는..다음에..)
한 일주일 남짓 학원에 나오던 친구가 갑자기 안나오기 시작했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삼일이 되고 사일이 되고.........
전화를 해보았다. 계속 통화중이거나 받는 사람이 없었다.
어찌어찌하여 한달인가 두달인가...지난 뒤 전화를 해보았다.
친구 언니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친구는 이제 없단다....아무데도 
없단다.....란다....
그렇게.......따스한 마음과 필통을 남겨놓고 내 친구는 떠나갔다...
그것을 난 오늘 잃었다......

5달반 전에 난 한 친구를 새로 알게 되었다.
그 사이 ...잠깐씩 투닥 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오랜 기간 동안을
아주 가까이 지내왔다. 그 ㅤ친구와 반 재미 삼아 쓰기 시작한 편지식 일기....
일이주 간격을 두고 서로 번갈아 써가면서 전화로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쓰거나 화가났던거 섭섭했던거 즐거웠던 일등등을 써온지 벌써 다섯달 반.....
이제 노트 한권을 채웠나 싶었는데.....그만 그 것을 잃어버렸다....
우리들의 이 눈부시게 푸르른 날들의 소중한 기억들이 쓰여지고 담겨진 것을....

생각해보면 별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는 차라리 워크맨을 잃어버린 쪽이 훨씬 마음이 더 편할 것 같다.
집에 오는 길에 막 눈물이 났다...........
단순히 속상하거나 억울하다거나 화가난다거나 해서 눈물이 났던 것은 아니다....
차가 부셔진 친구의 마음도 무지 아팠을 꺼다....
입술을 깨물며 속으로 눈물을 삼키긴 했지만 그래도 막 눈물이 났다......
평상시 트렁크에 넣어두다가 왜 오늘은 그냥 차안에 두었는지 모르겠다.....
책만 있으니까......라고 방심을 했는지도.....
이 늦은 시간까지도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기가 그지 없다.....
차 유리창을 깨고 가방을 가져간 사람의 손목이 똑 부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든다면 내가 너무 유치한가???

하이가네...........
오늘 하루는 총체적으로 최악의 날이었다...심한 방해를 받긴 했지만(?)
좋은 영화를 보았다는 것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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