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okMyung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SookMyung ] in KIDS
글 쓴 이(By): starlet (꼬야야요)
날 짜 (Date): 1996년02월18일(일) 03시21분07초 KST
제 목(Title): [은행나무 침대]를 보고...



시사회에 다녀온 언니가 정말 좋은 영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평소 영화를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라 그다지 많은 영화를 본 것은 아니다.
일부러 영화관에 찾거나 영화방영시간에 맞추어 탤레비젼 앞에 앉는일도 드물다.
요새와 같은 외국영화의 홍수ㅤ 속에서 그나마 내가 본 영화의 절반정도가
한국영화라고 한다면, 나도 한국영화 매니아라고 할 수 있는지.....
한국영화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배경이 친숙하며, 언어가 가져오는 독특한 어감과 어조의 매력이 물씬 생생하게
다가오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대서 오는 친숙한 제스추어가 배우의 연기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굳이 자막을 읽지 않아도 불편없이 볼 수 있는 외국영화라 할지라도 단순한
이해와 알아듣는 것에 불과하지 그 내면까지 속속들이 알 수는 없는 것이다.
(나의 외국어 실력이 부족한 것이라 비웃는다해도 할말은 없다. 맞는 말이니까...)
4개국어를 말하는 유명한 정치가의 연설을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하고 그가
말하는 것을 보고만 있더라도 그가 어느나라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또는
대충 짐작으로 알 수 있다. 왜냐하면, 한 언어에는 그에 맞는 동작(제스추어)이
있어서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지면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느새 몸짓이 바뀌어
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바디 랭귀지라는 것은 세계 공통어이긴 하지만 말과 몸짓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용하는 언어와 그에
맞는 몸짓을 몸에 익히게 되는 것이다.
거액을 들여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드는 외국의 영화의 스펙터클함과 배우들의
숙련된 연기력과 우리나라 영화의 그것들을 비교한다면 물론 아직 우리나라 영화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배우들이 말하는 대사 하나하나는 쏙쏙 귀에
잘들어오고 굳이 여과작용(?)을 거치지 않더라도 쉽게 쉽게 이해되어 마치 공기를
마시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난 본디 연극을 영화보다 더 좋아하는 편이다. 연극은 배우가 단지 무대위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대사 한마디, 의상 한 점, 배경 하나, 효과음 하나하나가
다 제각기 의미를 가지고 전체적 조화를 이루어 가며 말하고자 하는것,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보다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되어 무대위에 올려지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배우들의 몸짓과 대사만 듣기 보다는 배경과 옷색깔 등등
세심한 디테일까지도 신경을 써서 본다면 더 재미있게 연극을 볼 수 있게 된다.
영화를 볼 때, 같은 관점에서 영화를 본다. 영화 역시 그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화에서는 감독이 의도하고자 하는 것을 보다 더 세심하고 
세밀한 계획에 의해 보여주고자 한다. 연극은 한쪽 면에서만 바라볼 수 밖에 
없지만 영화는 카메라의 각도에 따라서 보는 사람의 시점과 시선을 다르게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는이에게 보다 확실하고 정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하다면, 대사의 언어뿐만 아니라 동작, 배경에서 들려오는 소리, 
화면배경등등은 연극못지 않게 영화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두가 길었다.....
은행나무 침대는 그 줄거리만 살펴본다면, 홍콩영화의 ㅤ천녀유혼이나 진용(?)과
흡사하고 헐리우드 영화로는 사랑과 영혼이 쉽게 떠올리게 된다.
공주와 궁중악사의 사랑과 공주를 사모하는 한 장군의 짝사랑과 애증이 천년의
세월을 흘러흘러 생을 거듭하여 이어진다는 내용......
하지만 은행나무 침대를 보고 나온 느낌은 다른 나라의 비슷한 영화들은 어째
억지로 감동을 짜내는 만화같은 삼류영화같다는 느낌이었다.
황당할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 자체를 생각해볼 때 구성이 탄탄하고 이야기의
전개가 지극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상호 연관되는 것이 많다.
과거의 한국영화들을 보면 쓸데없는 설명문조의 기다란 대사나 장면등으로 인해
영화 전반의 흐름의 맥을 놓친다던가 현실성이 결여된 우스꽝스러운 모습들로
인해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았는데, 은행나무의 침대를 보면 이러한 점이 많이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인물의 이미지와 배우의 유사성 - 특히 미담역의 진희경, 황장군 역의 신현준은
그들이 아닌 다른 어떤 유명한 배우를 생각해보아도 안어울린다.심혜진이나 
한석규의역은 누가해도 어울리겠지만.... - 과 절절히 흐르는 배경음악이
지극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전반적인 컴퓨터그래픽과 디오라마는 그것이 실제의 모습이라 해도 더
잘 어울릴 수 없을 만치 전반적인 영화의 흐름에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구미호때의 어설픈 그래픽과 분장,디오라마들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마지막 라스트 씬이 내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한동안 의자에
앉아 그 여운을 즐기기에 충분할만큼 만족하게 보았다.

내앞에 앉은 화면의 절반을 뒤통수와 등판으로 가린 엄청난 앉은키를 가진
떡대의 아찌만 아니었다면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를일이다.
(그 무쉬카게 생긴 아찌땜시 내 뒤에 앉았던 사람들도 불평이 대단했음.....
아무리 내가 키를 세워도 벌떡 일어서기 전에는 결코 아찌의 키가 줄진 않으니까..)

만약 헐리우드풍의 때려부수기 액션영화나 홍콩배우들의 요란한 주먹질 바람잡는
영화나 깜찍한 여배우를 내세운 하이틴 로맨스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이영화를 보고 나올 때 투덜거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순한 kill time용 영화를 좋아하기 보다는 가슴 찡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영화를 보고 난 후 그 여운을 가슴깊이 되새기며 영화관을 나오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할말이 많을 것이다.
아주 간만에 좋은 영화를 봐따..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했던가?
사실 그동안의 한국영화에는 헐리우드적 요소나 홍콩적 요소가 다소 많이
가미된 느낌이 적잖이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볼 때는 정말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