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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Gang ] in KIDS
글 쓴 이(By): giDArim (_기_다_림_)
날 짜 (Date): 2001년 9월 22일 토요일 오후 06시 59분 38초
제 목(Title): 베를린 이야기 3


      베를린을 소개한답시고 몇 달 살지도 않은 게 이러쿵 저러쿵하고 

떠들어 대는 모습이 좀 그렇긴 하지만, 사실 요즘 같이 덜 바쁠때 아니면 

지금 이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제 모습과 이 곳의 베를린의 모습을 한 번 

더 생각하며 정리하기 힘들 것 같아, 그냥 혼자서 컴퓨터로 끄적이다가 

혹시나 이곳을 여행하실분이들 있을지 몰라 쪽팔림을 무릅쓰고 게시판에 

올립니다. 전 사실 베를린에 대해 잘 모릅니다.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 모르

고요. 그래서 제 얘기의 많은 부분은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사실과 다를지

도 모릅니다. 게다가 독일은 지방마다 사는 모습이 천지차이인지라 제가 

얘기하는 베를린의 모습은 여러분이 여행하실지도 모를 독일 어느 지방의 

모습과는 전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음식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곳은 음식점(Restaurant)에서 

뭘 사먹기가 겁날 정도로 음식 값이 아주 비쌉니다. 하지만 실제 재료비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쌉니다. 1.5리터 오렌지 쥬스가 약 천원 정도 하니까요. 

전 보통 일주일에 한두번 장을 보는 데 한 사만원 어치만 사면 일주일을 

먹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걸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음식값이 비싼것은 

아마 인건비가 워낙 비싸다보니 일단 사람 손이 닿기만 하면 가격이 올라가

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저같은 외국인에게만 비싸게 느껴지는 건 아닌 

듯 합니다. 여기와서 도무지 제대로 된 식당(Restaurant)에서 밥을 사먹는 

사람들을 거의 본 적이 없거든요. 음식점(Restaurant)에 딱 한번 가 본 적

이 있는 데, 이 때 시킨 카레향이나는 이름 모를 덮밥(메뉴판을 못 읽기 

때문에 그냥 아무거나 손으로 짚어 '이거주세요.'해서 먹게 된것 임)이 

우리 돈으로 만이천원, 물은 따로 시켜야 하는 데 이게 이천원, 이러니 

누가 밖에서 사먹으려 하겠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이 음식점(Restaurant)이

뭐 대단하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그냥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식당이었습니다.
 
      요즘 저는 하루를 대충 이렇게 해결하고 있습니다. 아침은 우유에 

씨리얼 그리고 과일, 점심은 샌드위치나 멘사(학생식당)에서 해결, 저녁은 

되도록이면 집에서 해먹어 보려고 노력중이나 보통 월요일에 끓여 놓은 

찌개로 주말까지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사람들도 저랑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아침은 소세지가 들어 있는 빵(Brot Wurst)에 커피 한 잔

, 점심은 보통 길거리에서 샌드위치, 저녁은 잘 모르겠지만 집에서 뭐든 

해먹겠죠? 식당(Restaurant)이 비싸다보니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은 

동네 빵집과 간이식당(Imbiss)입니다. 앞서 계속해서 식당 뒤에 Restaurant

를 붙인건 이 놈 Imbiss와 구분하기 위해서 입니다. Imbiss는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의 간이 식당들처럼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파는 일종의 스넥바입니다. 파는 건 대부분 샌드위치, 독일식 소시지 구이,

태국식 볶음 라면과 볶음밥등으로 보통 이천원에서 오천원사이로 한끼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그러나 이 Imbiss보다도 

더 많이 이용하는 건 역시 빵집으로 이들이 가장 즐기는 건, 한국에서 

'바게뜨'라 불리우는 딱딱한 빵사이에 마요네즈를 바르고 오이, 토마토, 

햄 한조각을 집어넣은 샌드위치입니다. 이게 대충 이천원 정도 합니다. 

이걸 사서는 그냥 걸어가면서 먹던지 버스 기다리는 벤취에서 참새나 비둘기

에게 조금씩 나눠주면서 먹던지 사무실로 들고가서 먹던지 합니다. 미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곳 독일은 햄버거를 먹으려면 시내 중심으로 나가야
 
합니다. 샌드위치보다 비싸기도 하지만 막상 가보면 사람들도 별로 없습

니다. 오히려 '케밥'이란 것을 이 곳 사람들은 좋아합니다. 독일은 한 때 

기피업종에 종사할 터키인들을 많이 불러들인 적이 있습니다. 그 때의 

여파로 지금까지 독일 거리 곳곳은 터키인들로 붐빕니다. 이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같이 들어온 음식이 바로 '케밥'인데,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케밥과는 상당히 맛이 다릅니다. 터키인들이 직접 조리하는 케밥은, 하얀 

밀전병(무지 질김)이나 겉이 아주 딱딱한 빵속에, 돌려가며 골고루 구운 뒤

얇게 썰어 준비한 정체모를 고기를 넣고, 양배추.토마토.오이.양파등과 

적당량의 소스를 뿌리면 완성이 되는 데, 한국에선 맛 볼 수 없는 특이한 

향이 강하고 그 양도 대충 버거킹 더블 와퍼의 한배 반 정도 됩니다. 

가격은 단 돈 삼천원. 

       한가지 특이한 먹을거리는 바로 '물' 입니다. 이곳에서 Naturliches

Mineralwasser라고 쓰여진 물을 사시면 대부분 탄산이 들어있습니다. 탄산이 

안들어간 물도 팔기는 하는 데 보통 좀 더 비쌉니다. 그 맛이 뭐랄까 처음엔 

적응이 안됩니다. CO2는 무색무미무취라고 배운 것 같은 데 물 속에 들어가

면 특이한 맛을 느끼게 됩니다. 수도물에 미원을 첨가해놓은 듯한 맛이 나는

이 물을 독일 사람들은 식수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과일쥬스를 적당

히 섞어 '환타'처럼 만들어 마시기도 합니다. '환타'가 나와서 갑자기 생각

난 건데, 이곳에 도착한 후 처음에 길거리 상점에서 '콕' 주세요 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못알아 듣길래 내가 너무 굴렸나 싶어 다시 '코크' 주세요 

라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더군요. 몇 번을 더 '콕, 

콕, 콕, ...' 거리다 하도 안 통해서 그냥 우리말로, '콜라 달라니까요!' 

하니까 그제서야 '아, 콜라~'하더니 저기 뒤의 냉장고에 가서 꺼내 

주더군요. 

       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가서, 독일 음식들은 전반적으로 좀 짭니다. 

그 유명한 소시지도 그렇고 학생 식당에서 나오는 이름 모를 독일 음식들도

모조리 짭니다. 이렇게 짠데도 그 위에 소금을 또 뿌려먹는 이들을 보고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그 매운 고추와 마늘에 다시 고추장을 찍어

먹는 우리네 모습도 별반 다를게 없다는 걸 깨달은 후 부턴 입맛을 이곳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이 변하기도 했습

니다. 한국에서 늘상먹던 신라면이 맵게 느껴질 정도니까요.

       독일 여행시 꼭 먹어봐야 할 음식, 뭐 이런식으로 나가야 되는 글

인데 이거 원.. 쓰다보니 전혀 잘 안되고 있네요. 사실, 특별히 맛있는 걸 

먹어본 기억이 없어서 자신있게 추천해드리긴 좀 뭐하지만 과일은 전반적

으로 한국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 맛도 그렇지만 가격도 훨씬 싸고 

다양하기도 하고. 사실, 그 외엔 별로 추천해드릴 만 한게 없네요. 

흠... 몇 달 더 먹어보고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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