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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Gang ] in KIDS
글 쓴 이(By): giDArim (_기_다_림_)
날 짜 (Date): 2001년 9월 22일 토요일 오후 06시 58분 47초
제 목(Title): 베를린 이야기 2



     독일에서 '할로'는 시간에 상관없이 쓸 수 있는 인사입니다. 같은 건물

에 살거나 같은 직장에 있거나 슈퍼마켓에 가서 점원을 만나거나 무조건 

'할로' 하시면 됩니다. 사실, 아침에는 '구텐모르겐'이나 그냥 줄여서 

'모르겐'이란 인사도 쓰긴하는 데 그냥 다 '할로'로 받아주어도 됩니다. 

지난 주에 미국에서 벌어진 일들을 주위 동료들을 통해 듣고서야 알았습니

다. 아직 TV도 없고 한국 사이트에 잘 안들어가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일엔 영 깜깜합니다. 독일 사람들은 대부분 무고하게 죽어간 이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있습니다. 단, 미국의 보복 공격에 대한 의견은 대다수 독일

인이 반/대/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애도의 표시

는 미국이 그동안 행한 정치적 행위를 두든하는 것은 절/대/ 아니며 단지 

휴머니즘적 차원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현재 미국민의 70-80 % 이상이 보복

공격을 찬성하지만 유럽 그리고 독일내의 국민은 아주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 그런건지도 모르겠지만...     

     이번엔, 혹시 이곳을 여행하게 되실지도 모를 분들을 위해 이곳의 

교통 수단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이곳은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 있습

니다. U-Bahn(지하철), S-Bahn(우리식으로 말하면, 그냥 지하철인데 지상

으로 다니면 여기선 '에스반'이라고 부름. 역도 '우반'과는 구분 됨), 

Tram(도로위를 달리는 전차), 그리고 Bus, 모두를 정부가 직접 통합 관리

하고 있어 티켓 한장이면 이 모두를 탈 수 있습니다. 가격은 좀 비쌉니다. 

한번 타는 데 보통 삼천원가량하고 일주일 내내 맘대로 쓸 수 있는 건 

이만 사천원, 한달 정기권은 칠만원. 전 Job ticket이란 직장인을 위한 

할인권을 사용하는 데 한달에 사만이천원입니다. 여행오실 분들은 머무실 

기간을 생각해서 지하철 역 자판기에서 사시면 됩니다. 옆에 영어로 설명이

되어 있으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구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차표 검사를 

안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알아서 하십시요. 안사고 타도 그만 이니까요. 

다만, 가끔씩 지하철 내를 돌아다니며 승무원들이 검사를 하기도 한답니다.

이 때 걸리면 벌금 60배 입니다. 제가 보기엔 검사하는 사람들 없어도 

대부분 티켓을 끊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곳 독일 사람들이 

더 선진화된 의식을 가지고 질서를 잘지키고 한다는 말을 하려는 건 

절/대/ 아닙니다. 한국에서, 신 교통문화 기획 어쩌구하는 TV 다큐멘터리들

을 보면 깨끗하게 정리된 도로에다 누가 보지 않아도 신호와 차선을 잘 

지키는 모습들만을 보여주어 마치 한국사람들만 모자란 인간들인양 비춰

지곤 하는 데, 여기와서 보면 독일도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빨간불인데도 

전차를 놓칠까 뛰어 건너는 사람들도 많고 파란불인데도 경적 한번 울리지

도 않고 휙 지나가 버리는 자동차들도 많습니다. 남들 다 뛰는 데, 오히려 

신호 지키려고 기다리고 있는 제가 다 무안할 정도입니다. 길거리 여기저기

엔 담배 꽁초와 맥주병들이 뒹굴고 있고...  이곳도 역시 사람 사는 곳 

입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가 좀 후진 곳이여서 그런지도.

     택시를 제외한 모든 탈 거리의 출입문에는 버튼이나 손잡이가 있는 데 

이걸 누르거나 잡아 당기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나치' 어쩌고 

하며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는 얘기를 한국에서 많이 들었기 때문에, 

처음엔 내가 아시아 사람이라고 무시해서 문도 안 열어주고 그냥 지나가나 

하는 무식한 오해를 하기도 했습니다. '나치' 얘기가 나온김에, 이 곳 독일

에 네오나치가 무서워 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립니다. '나치'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십니까? 가죽 재킷에 검정색 군화 그리고 빡빡 밀거나

가운데만 곧추 세워 밀어버린 머리 혹시 이런거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만약

이런 지식만 가지고 오신다면 여러분이 돌아다닐 모든 곳엔 '나치'들이 

떼거리로 몰려다닐 겁니다. 왜냐하면 이런 스타일을 하고 돌아다니는 집단은

대부분 '나치'가 아니라 '히피'인데, 어딜가나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술에 

취해 길바닥에 누워 자기도 하고 가끔은 길가는 사람들에게 구걸도 하고 

혹은 갑자기 튀어나와 뭐라고 소리치며 다시 사라지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

엔 이들을 보고는 '나치'인줄 알고, 가던 길을 멈추고 많이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이들 무리에 흑인이 섞여 있는 걸 보게 

되었고, 다른 지역에 살고있는 친구로부터 이들이 '나치'가 아니라 '히피'

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 히피는 인간을 무지무지 사랑한답

니다.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독일 어느 지역에 '나치'들이 집회를 하러 

수백명이 모였습니다. 그런데 이 집회를 저지하려는 '히피'들이 천여명이 

모여 '나치'를 둘러싸았고, 이 와중에 이들간의 충돌을 막으려는 경찰 수천

이 출동한적이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마커스'라는 제 뒷자리 동료는 베를린 최 외곽지역으로만 가지 않으면

새벽녁까지 길거리를 쏘다녀도 안전하다는군요. 그래서 큰 맘 먹고 한 번 

열시까지 길거리를 돌아다녀 본 적이 있는 데, 이건 나치가 무서운 게 아니

고 사람이 하나도 안보여 무섭습니다. 정말, 이곳은 아홉시만 되면 거의 

대부분의 가정이 잠자리에 드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이곳

의 아침은 보통 7-8시면 시작(집에서가 아니라 일터에서)되기 때문에 준비

하려면 새벽에 일어나야 하거든요. 아무튼, 밤 열시 밖에 안 된 시간인데도

집에서 나오는 불빛들도 안 보이고 거리는 텅 비어 마치 서울의 새벽 두세

시경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대중 교통은 새벽 두시쯤 운행을 멈추었

다가 새벽 네시부터 다시 운행을 시작합니다.        

     다시 탈거리 얘기로 돌아와서, 택시도 있는데 비싸서 그런지 별로 타는

사람이 없습니다. 공항에서 제가 사는 곳까지 15분 거리인데 이게 만오천원 

정도 나옵니다. 그래도 전 별로 아깝다는 생각이 안들었는 데, 운전기사가 

짐 옮기는 것도 도와주고 아파트 수위 아저씨한테 독어로 통역까지 해준데

다가 자동차가 제가 난생 처음 타 본 '벤츠'였기 때문입니다. 이곳의 택시들은 

거의 다 벤츠입니다. 하지만 별로 기대는 하지 마십시요. 에어콘도 없고 

창문 여닫는 것도 수동입니다.

     이런 것 외에도 젊은 사람들은 자전거를 많이 선호 합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이 환경오염을 가중시킨다는 생각이 이 사람들 머리속에 깊어서

인지, 자가용이 있어도 아주 먼곳을 여행하거나 하지 않으면 그냥 집 앞에 

세워두고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걸 쉽게 보게 됩니다. 어느 곳이나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고 이 곳을 걸어가고 있으면 어김없이 뒤에서 비키라며 벨을 

울리며 자전거가 지나갑니다. 사람이 걷는 보도가 아니라는 거죠. 모든 

대중교통에는 자전거가 들어갈 자리가 마련되어 있어 언제든지 들고 오를 

수 있습니다. 예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자전거를 번쩍 들어 어깨에 

매고는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이곳 여자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가 몇 번 오고나서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이제 그 악명 높은 

베를린의 겨울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시월부터 시작해서 다음해 삼월에 

끝난다는 이 곳의 겨울은, 러시아에서 온 사람마져도 춥다고 할 정도니 

정말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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