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eason ] in KIDS 글 쓴 이(By): quack (승진아저씨) 날 짜 (Date): 2001년 5월 8일 화요일 오후 01시 30분 55초 제 목(Title): Re: 인간의 양면성 인간의 양면성(?).. 양면성이란 표현이 적당한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양면성은 인간 본성 그 자체인 듯 하다. 인지과학에서 한 때 화두가 되었던 '프레임(frame)'이란 개념이 있다. 인감 정신 탐구 과정에서 하나의 모델로 제안된 이 개념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많은 이슈에 대한 모색이 들어있는데, 그 중 하나는 상황 인식의 효율성에 관한 얘기다. 예를 들어서 사람이 방문을 확 열었을 때 방안의 정경을 보고 그곳에 있는 사물과 전반적인 상황을 인식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아주 짧다. 눈 깜짝할 새 라고나 할까. 우리가 일상적으로 아무런 어려움 없이 행하는 이 인식 과정을 컴퓨터로 구현하려고 보았더니 방대한 양의 데이터의 검색과 처리가 필요하더라는 것이다. 현재의 가장 어마어마한 슈퍼 컴퓨터도 이런 인식 행위를 아직 잘 못할 정도로 방대하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 볼 때 사람 수준의 인식은 택도 없고 개구리, 곤충 수준 정도의 시스템만 해도 굉장한 거다. 그런데 웬만한 컴퓨터의 CPU보다 프로세싱 타임이 훨씬 느린 인간의 뇌는 어떻게 그렇게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하는가? 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그 고민의 결과로 나온 많은 이론 중 하나가 프레임이란 개념이다. 프레임이란 쉽게 말해서 어떤 상황의 인식과 관련된 데이터와 그 데이터에 대한 프로세싱 회로가 한 덩어리로 취급된다는 것인데, 어떤 상황이 예견되면 그 상황 인식과 관련된 프레임 덩어리가 의식의 전면으로 미리 휙 튀어 나와서 그 상황 인식 프로세싱을 담당한다는 거다. 생소한 상황에 대한 프레임은 아직 생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생각과 판단을 해가며 상황 인식과 대처를 해야 한다. 따라서 버벅거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 상황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그 상황에 대한 프레임이 발달하게 되어 점점 더 효율적으로 인식하고 대처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프레임은 일종의 워드프로세서의 매크로 같은 거라고 볼 수도 있겠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도 경험할 수가 있는데 처음에는 악보 보랴 건반 찾으랴 엄청나게 버벅거릴 수 밖에 없는데, 한 일 이년 연습하다 보면 문득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면서 기뻐하는 때가 온다. 어느새 피아노 연주와 관련된 프레임이 만들어 진 것이다. 프레임과 의식은 따로 논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하농같은 지루한 것을 연습하다 보면 프레임은 열심히 연주하고 있지만 의식은 자꾸 딴생각을 하게 된다. 프레임은 인간관계에서도 그리고 대화할 때도 적용이 된다. 아직 낯설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그리고 대화에서는 의식이 개입을 하게 되니깐 약간 생각을 하면서 얘기하게 되지만 익숙한 사람과의 대화와 행동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익숙한 상황에서 편하게 얘기하다 보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소한 거짓말이 아무 생각 없이 튀어나오게 되는 것도 프레임과 의식은 따로 놀기 때문인 듯 하다. 옛날에 내가 거짓말쟁인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기뻣다. 이주도 거짓말쟁이 아니다. 그저 '나 공주 아니에요' 라고 말하는 습관이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