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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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ason ] in KIDS
글 쓴 이(By): yakobo ( 야 코 보)
날 짜 (Date): 1998년04월02일(목) 11시08분16초 ROK
제 목(Title): 축구장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우리는 이웃에 '일본'이라는 일종의 '적'을 
두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행운인것 같다. 이런말 하기가 좀 
미안하지만 그런 일본이 있기에 심심하지 않게 지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가끔 무료하다 싶으면 이 자슥들은 이상한 발언을 툭 던져서 그
무료함을 달래주고, 또한 수시로 열리는 일본과의 운동 경기에서 
우리에게 '필승'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똘똘 뭉칠 수 있는 '뭉침'
이라는 즐거움을 안겨주니 말이다. 

어제의 축구 경기또한 상대가 다름아닌 '일본'이었기에, 그리도 신 
나게 관전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경기 내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은 혹시나 우리팀이 
'필승'을 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아니라 
다름아닌 '초.록.색. 페인트'를 칠한 잔디였으니...

하필이면 비가 올게 뭐람. 그 넓은 운동장을 땀을 흘려가며 칠했을 
분들은 눈물을 흘렸을게다. 잔디란게 겨울이 되면 누런색이 되었
다가 봄이 되면서 점차로 초록으로 변하는 풀인데, 이건 반대로 
초록에서 누렁으로 변할 지경에 이르른 것이었다. 

혹시 넘어진 선수의 얼굴이 '닌자 거북이' 마냥 초록색이 되버리지 
는 않을까? 혹시 일본 선수들의 흰색 바지가 '가와구찌' 골키퍼의 
초록 바지와 같은 색깔로 변해 버리지는 않을까? 이런 저런 걱정으
로 경기 내내 맘을 졸이며 지켜봐야만 했다. 

다행스럽게도 초강력 방수 페인트를 사용했는지 내가 걱정했던 
일들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고 비교적 무사히 경기를 끝마친 것 같
다. 사실 걱정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해서 그리 창피해 
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 단지 굉장히 우스꽝 스러웠을 것 같고, 
애초에 그런 닭대가리 같은 발상을 했던 아자씨의 거취가 좀 위험
하지 않았을까? 

3.1일에 경기가 열렸던 일본의 경기장. 솔직히 무지무지 부러웠다. 
배수도 잘 되고, 경기장 밑바닥에 스팀 시설이 되어 있어 항시 
초록을 유지한다는 잔디. 반면, 누렁색에 그나마 듬성듬성한 잔디
에 비가 조금만 와도 첨벙되는 올림픽을 치뤘던 우리의 잠실 경기 
장은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인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체 어떤 
바보같은 놈이 잔디를 초록으로 칠한다는 그러한 '가상한' 생각을 
해 냈단 말인가. 그런걸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놈들이 나라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 두었었단 말인가. 아니면 이 나라도 잔디
마냥 초록색으로 슬쩍 칠해놓고 항시 초록을 유지하는 것처럼 떠 
들어 댔단 말인가. 한심한 노릇이다. 무엇이 정녕 부끄러운 것인 
지를 모르니 원. 

월드컵 유치... 좋다. 어차피 이왕 하기로 한거 건성이 아닌 제대
로 잘 치뤘으면 하는 바램이다. 하지만 조금은 영리해 질 필요가 
있을것 같다. 일본... 분명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다. 우리 
나라... 현재 파산 상태의 나라다. 지금 이러한 나라꼴은 부끄럽
지 않고, 그까짓 훌륭한 경기장만 부끄러워할 때인가? 돈도 지질 
이도 없는 나라에서, 무리해 가며 무진장 잘 사는 나라보다 잘나 
보이고 싶을까? 아쉬운 대로 잠실 경기장을 고쳐서 월드컵을 치뤘
으면 좋겠다. 물론 제대로 된 경기장 하나 없는 우리의 현실이 
참담하기 조차 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걸 부끄러워 하고, 아쉬워 
하기에는 우리가 가진 것이 너무 없지 않나 하는 생각뿐이다. 

제발 좀 당장의 부끄러움만 신경을 써서, 겉으로만 번듯해 보이려는 
의식을 버렸으면 좋겠다. 비가 오면 칠이 벗겨질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도록, 속까지 초록인 잔디를 키웠으면 하는 바램이다. 

 - yakoBo -

         = 야고보의 홈페이지에 AOD가 생겼어요~ =
           http://wwwoopsla.snu.ac.kr/~i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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