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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jinee (내사랑지니�`)
날 짜 (Date): 1994년08월02일(화) 16시53분21초 KDT
제 목(Title): 다시 "형"에 대해서...


또 날아갈지도 모르지만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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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이 재미 없어질 무렵 소위 대학 생활이라는 것을 해 보자는 욕심에

시작한 공부(지금은 한 없이 원 없이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공부가 목적이 아니었으니만큼 나는 대학에 입학하자 마자 적당한 써클을

찾아 다녔다... 대학 생활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써클이 나의 유일한 기준.


과는 처음부터 재미 없었다.  이상하게도 나보다 나이가 적은 동급생들이 불편하기만

했기 때문에..


탈춤을 출 수 있다는 이유로 선택한 유네스코 학생회.

남학생은 무조건 형!  여학생은 무조건 언니라는 호칭이 주어지는 연합 써클이다.

흠.  타당하군.  나이가 많은 후배는 선배에게 무조건 선배라고 부르면 되지만...

나이 많은 후배를 부르기가 뭣 할테니...


문제는 형이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지를 않는 것이다.

오랜 시간 전철을 타고 다니던 등하교길에서 나는 부지런히 연습했었다.

상훈이형... 희일이형... 해영이형... 환서형... 재경이 형... 으으으으으!!!

도대체 자신이 없었다.  그 선배들 앞에서 그렇게 부른다는 것이...

그러나.... 열심히 연습을 했으니 실습을 해 봐야지...

그 때만해도 대학 생활을 알차게 라는 구호하에 열심히 뛰어다닐 때라, 지나가는

선배를 불러세웠다.

(아무개)형.

응 ?

부른 나는 얼굴이 빨개 가지고 서 있고, 그 형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나의 다음

말을 기다리다가 말했다.

왜 불러놓고 아무 말도 않해 ?


그렇게 말문이 트이고 나니 그 다음은 일사천리였다...

그 단어가 그렇게 편한 단어 일 수가 없었다.

아니 여자애가 어쩌자구 그렇게 선머스마처럼 형형 하구 다니니 ?

엄마에게 야단을 맞으면서도 나는 그 말이 그렇게도 좋았다.


그런데 며칠 후....

새벽녁에 엄마가 수화기를 내미신다... 큰집에 큰오빠라구...

오빠는 자상하게 학교 생활에 대해 이것 저것 묻고 주의를 주셨는데...

오빠 말끝에 비몽사몽간이던 나는 얼떨결에 한 마디...


알았어 형..

내가 언제부터 네 형이냐 ?


아무튼... 형이라는 그 단어는 나에게 정말로 즐거운 대학 생활을 열어준 열쇠였다.

모든 선배들은 나에게 형이었고 무조건의 물주(?)였고 그 앞에서 나는 나이는 많지만

이쁜 후배일 수 있었으니까. :)


대학원 진학후에 나는 어느 누구도 형이라는 호칭으로 부를 수가 없었다.

대학 시절 형이라고 불렀던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나는 순식간에 대학 시절의

철부지로 돌아갈 수 있었고 그 형들에게 어리광을 부릴 수 있었다.

그 형들 앞에서는 실수도 마음 놓고 할 수 있었고 말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그 형들이 보고 싶다.

요즘처럼 사는 게 힘들 때... 공부도 안되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괴리감을 느낄 때..

나는 그 형들이 보고 싶어진다...


모두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그 형들...

나보다 나이가 적은 ... 나랑 동갑내기인... 그리고 극소수의 나보다 나이가 많은

형들.


형이라는 말에 앨러지 증세를 보이는 남자분들.

너무 복에 겨운 투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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