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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arche (기마토끼)
날 짜 (Date): 1994년10월04일(화) 14시59분56초 KDT
제 목(Title): 아무 여자나 다 이쁘다고


이쁨에 대한 얘기가 나오니 생각난다. 

국민학교때 반에서 학습부장이 되었다. (이게 모 아무것도 아니란 거 모르는 사람

없을 거이고.. :)) 

어쨌건 고것도 감투라고 소감을 발표하게 되었는데.

"우리 반을 아름답게 만들도록 노력하겠읍니다."

하자 마자 아해들이 깔깔 웃으며 하는 말덜이

"야 니가 무슨 미화부장이냐, 아름답게 만들게."

으으.. 속으론 이런 무식한 녀석들, 천재가 때를 못만나 무시당하는고나, 하며

나의 함축적(?) 표현이 묵살된데 대해 분개했지만,

겉으로 얼굴이 빨개지며 창피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담부터 난 아름답단 말 별로 안썼다.

이쁘다란 말은 많이 썼다. 

수학에서 elegant하다 말하는 경우에도 이쁘다라고 썼고, 

음..

하여튼 많이 썼다. 

'좋다'란 뜻이 들어간 곳엔 다 쓴 것같다.

그렇게 많이 써도 '이쁘다'는 이쁘다. 

근데 이쁘다가 표준어는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이쁘니 상관없다.

여자의 아름다움이란.. 

여러 군데서 온다. 

그래서 난 저 여잔 어찌 저리 눈이 깊을까.

저 낭잔 어찌 저리도 몸가짐이 요염할까/정숙할까.

어찌 저리 이지적일까.

어찌 저리 관능적일까.

어찌 저리 백치미가 넘칠까. 

어찌 저리 애교스러울까.

어찌 저리 처연할까.

어찌 저리 건강할까. 

어찌 저리 힘이 셀까.

감탄을 하다 보면 아무 여자는 아니라도 상당수의 여인에게 눈을 돌리게 

되는데... 

여자는 어떤 남자를 '이쁘다'고 볼까? 

이쁜 남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음.. 어지럽다.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가을 하늘이 이쁘고 

가을 여자가 이뻐도 내게는 소용이 없는 것이 아니야?

난 이쁜 여잘 보면 군침(?)이 도는데..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먹음직해서일리는 없을 것같고, 

아마도 너무 이쁜 것에 당황해서 침을 적절히 넘기지 않아서 나도 

모르는 새에 입안에 축적되는 것이 아닐까.

어쨌건 얘기하다가 갑자기 침을 꿀꺽 삼키면 오해라도 할까봐 

전전 긍긍.. 크크.. 도둑.. 제 발.. 

모두가 이쁘다.

타오르는 태양도.. 날아가는 저 새도.. 다 모두 다 사랑하리.. 

요즘엔 곁에 있는 여자 아해들은 다 딸내미같이 '이뻐' 보이니..

난 끝장난거여.. 끌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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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추한 자의 눈물이 굳어 가장 아름다운 궁전의 초석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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