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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seagull (갈매기)
날 짜 (Date): 1994년10월01일(토) 06시13분50초 KDT
제 목(Title): 경상도 남자...


뭐 지역감정을 일으키자는 얘기가 아니다.

서울와서 참 많이다 들은 소리중에 하나가...

나는 경상도 남자랑 연애는 해도 나중에 딸은 절대 경상도 남자에게 안보낸다는

말이다.

나도 고향이 부산이라, 아니 성격적으로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인 나에게

처음엔 듣기 싫은 소리였지만...

내가 연애를 하며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 그리고 내가 고향에서 보았던 주위의 어른들을 

돌이켜보면...




먼저 재미가 없다.

내가 그렇게 사랑하던 그녀에게 선물을 할 때, 난 무슨 영화의 한장면처럼 

분위기를 잡고선 '사랑해, 이걸 받아줘, 내 마음이야' 뭐 이딴 대사 한번 

해 본 적이 없다.

보통땐 아주 시원시원하게 말을 하면서도 그런 말을 하려면 웬지 쑥스럽고

영 간지러워서...

기껏해야

"자, 이 뭐 오다보니까 팔더라, 니 해라" 이 정도였다.

내가 사귄 그녀는 이쪽 지역사람이라 나긋하게 고맙다는 말이라도 할라치면...

더 어색해서는 아예 못들은 척 다른 화제로 돌리곤 했었다.

내가 본 우리동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무뚝뚝하다.

다른 사람이랑 있을 때는 엄청 재밌던 사람도 자기 아내나 연인 앞에서는

뭐 좀 분위기있고 감미로운 소리는 영 어색해 한다.

흔히 여자들 말로 '사는 재미가 없다'. 

뭐 어쩔 수 없다.

그런 생각이야 들지만, 입안에서만 맴돌 뿐!!!

좀체 듣기좋은 소리는 간지러워서 못한다.




그리고 또 하나 남존여비사상이 강하다.

사실 우리동네 남자들의 사고방식에 대한 표현으론 부적절하단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전혀 틀린 말도 아니고...

남자로서의 우월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여자에게 이기려 든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여자랑 싸운다는 것 자체를 아주 수치스럽고

남자답지 못한 걸로 생각한다.

그래서 상상과는 달리 부부싸움은 거의 다 아내가 이긴다.

아니 싸움이라기 보단 그냥 일방적으로 당하는 거다.

니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가 아니고...

보통 연인사이던 부부사이던 싸움이란게 사소한 거다.

그런 사소한 일에 얼굴 붉힐 이유가 없다는 거다.

그래서 심지어 난 예전에 그녀에게...

자기가 화를 내도 상대를 않는다며, 오히려 같이 안싸운다고 

잔소리를 들은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그럼 뭐하나???

내가 보기엔 사소한 일이나 조금만 이해하면 될 일인데...

그냥 내가 잘못한 걸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일로 다툰다는 것 자체가 엄청 남사스럽다.




이런 것도 컴플렉스라고들 하던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론 그런 경향이 가장 강한게 우리지역일 거다.

갈매기는 그 전형적인 성격이고...

뭐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게 속편한 거고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그렇지만 그런 약점들로 인해 장점도 있다.

원래 완벽은 어려우니 약점이 있는 만큼 장점도 있는 법이다.

일단 무뚝뚝하니 자기의 연인 내지는 아내의 불만이 있다는 건 안다.

그렇다고 뭐 듣기 좋은 말은 못해주니...

대신 행동으로 표현한다.

좀체 표는 안나지만 은근한 사랑을 전한다는 거다.

여자는 일반적으로 드러나는 "사랑해" 뭐 이런 말을 좋아해서...

하지만 눈만 봐도 알 수만 있다면 

용감한 척, 과감한 척 하면서도 쑥스러워 말로는 못하는

그러나 말로하는 것보다 더욱 뜨겁게 사랑한다는 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뭔 재미로 같이 살까?'라고 남들이 생각을 해도...

우리동네 남자들도 결혼하고 그 아내들도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러니까 걱정들 마시라...

그래도 사는 재미가 있어서 같이 사는 거니까...




그리고 같이 잘 싸워주진 않지만 든든한 보호막은 된다.

뭐 여자가 약하니까 보호받아라 이런 말이 아니다.

보통 땐 안그러다가도 누구나 약해질 때가 있으니...

강하게 세파를 헤쳐나가다가도 힘들때...



그렇다고 우리동네의 남녀가 일방적으로 보호하고 보호받는 관계는 아니다.

역설적인지는 몰라도...

여자는 저 남자는 언제나 나를 보호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생각에 기대고...

남자는 내가 보호해야 할, 그리고 내가 보호해도 되는 여자가 있다는 생각에

기대니까...

후후... 어떻게 보면 속으로는 남자가 더 기대는지도 모른다.

내가 연애를 하기 전까진 몰랐는데...

나같은 성격에 내가 보호해야 할 여자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잘 모를 것이다.    :)



근데 세월이 바뀌어서 그런지...

소위 X세대라는 요즘의 우리동네 남자애들은 그런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하긴 나같은 성격이야 뭐 요즘 아가씨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말도 나긋나긋하니 듣기좋은, 으그... 간지러운 소리도 잘하고...

쓸데없이(여자들 생각에) 남자다운 척 안하는 그런 남자들을 좋아하니까...




그럼에도 나의 성격을 바꾸고 싶진 않다.

난 여자다운 성격의 여자를 좋아하니까...

요즘이야 세상이 편해져서 혼자 산다고 별로 불편할 것도 없지 않은가?

이그... 세태가 나같은 사람이 보기엔 정말 찝찝하게 변했다.

맘에 드는 여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나같은 사람을 좋아할 여자는 역시 지수함수적으로 줄어들고...




으흐흐... 전에 내가 가르치던 여고생들 얘기듣곤 완전히 

입에 게거품 물고 넘어갈 뻔 했다.

나같은 종류는 요즘 여자들 혐오기피대상 일호란 사실에...   :<

키작고...

성질더럽고(흑흑... 진짜 더러운게 아니고 요즘 시대에 안맞는 거겠지...)




  -- 왜 썼냐고요? 욕 엄청 먹을텐데...

     차라리 나같은 성격이면 결혼하긴 힘들어도 결혼하면 잘 살 거란 생각에...

     그러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평생 혼자 살아야 될 것 같은 세상이라...

     남자다운 남자가  대접받는 세상에 태어났더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한

     갈매기였습니다.

     그러나, 바뜨, 이 본같은 아해는 사양!

     남자랑 여자랑 다르단 생각이지,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단 멍청한 

     생각을 가진 여자보단...

     차라리 내 머리 꼭대기에 오를려는 여자가 좋걸랑요.

     사람이랑 살아야지 왜 종이랑 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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