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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seagull (갈매기)
날 짜 (Date): 1994년09월30일(금) 05시19분44초 KDT
제 목(Title): 갈매기의 여행기(10)!!!


아저씨는 고향은 저기 전남 어느 바닷가 마을이라고 하신다.

지금은 갈매기의 고향 부산에 사신다는데...

이 트럭으로 채소를 여기저기 팔러 다니신단다.

나이는 한 오십줄은 되어보이는데...

벗겨진 이마와 희끗희끗한 머리에 미소가 참 좋았다.

이것저것 물어보시면서 얘기를 하는데...

참 편했다.

흔히들 그 나이의 분들이랑 얘길하면 서울대생이라면 마치 괴물을 보듯이

이상하게 여기시며 공부 잘 했겠다, 어쩜 그리 머리가 좋으냐... 이런 

말들만 해서 사람을 아주 어색하게 만들어 버리는데...

그 아저씨는 자식이 없으셔서 그런지 일류니 이류니 이런 건 없구...

그냥 대학생이었다.   :)

아저씨랑 세상사는 것에 대해 얘기하며(주로 들으며) 참 재밌게 갔다.

아저씨는 나를 태워서 좋다고 하신다.

뭐 요기에 적으면 갈매기가 제자랑 한달까봐 못적는 칭찬을 해주시며...

지루하게 가지 않아도 되니...

갈매기를 태워서 좋다고 해 주신다.




히히... 갈매기가 진짜루 감사하고 있는데...



한참을 그렇게 가다가 길가에 꾸러미를 머리에 인 아주머니가 계시니까...

우리 인정많은 아저씨!

역시 그냥 지나치지 않고 태워주신다.    :)

아주머니가 타시니깐 아저씨랑 나와의 대화는 조금 줄었다.

왜냐면......

아주머니 말솜씨가 보통이 아니구...

게다가... 원래 *자의 *다!!!    :) -> 히히... 여성 동지들께 욕먹을까봐서리...




아저씨는 계속 갈매기를 꼬신다.

그냥 고생하지 말고 이 차가 마침 부산까지 가니 그냥 타고 가라고...

유혹을 느끼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얼마만의 제대로된 여행인데...

갈매기는 계속 사양을 했다.

힘들긴 해도 재밌다며...



이 맘 좋으신 아저씨!

참 여유도 있다.

추월해가는 차들을 보며 뭐가 저리도 급한지...하며 혀를 끌끌 차신다.

아마도 아저씨는 갈매기처럼 어쩌다가 여행을 하는게 아니고

그냥 장사하러 다니시는게 모두 여행인 모양...

하긴 남의 차 몰다 이제 자기차로 장사를 하시니...

후훗...

갈매기 나이 오십이 되면 저 아저씨처럼 여유롭게 살 수 있을까???



근데 한 한시간 그렇게 셋이서 가다 읍내가 나오니

아주머니가 세워달라고 하신다.

하하...

이 아주머니 내리시더니... 

고맙다며 아저씨가 뭐라 할 사이도 없이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들을 

아저씨 마디굵은 손에 쥐어주시곤 도망가듯 사라지신다.




그 인정에 아저씨도 나도 잔잔히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냥 말로만 인사치레 하기엔 미안하던 저 아주머니...

그 아주머니가 손에 쥐어주신 동전을 들고는 

이거 받자고 태워준게 아닌데 하며 미소지으시는 아저씨!!!

동전은 오백원짜리 하나랑 백워짜리 하나랑 그리고

금빛 찬란한 십원짜리 몇개!!!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그 정이 좋다.






이번 여행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산천경치를 보는 것도 좋지만...

역시 사람사이의 정을 보는게 최고다!!!




난 뭘 드리지???하는 갈매기의 걱정에...

아저씨 뻔히 눈치를 채시고선...

내가 보긴 이래도 제법 수입이 좋다시며 행여나 저 아주머니처럼 

돈 줄 생각은 마라신다.   :)







이윽고 다시 마을이 나타나니 아저씨 차를 세우시며...

여기가 영월인데... 그냥 부산까지 가지 그러냐며 다시 한번 

걱정스레 말을 건네신다.



아니라며 갈매기 내려서는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곤

돌아서 가려는데...

아저씨 갈매기를 불러 세우시더니...

아주머니가 내릴 때 주던 그 오백원짜리 동전을 갈매기 손에 꼭 쥐어주신다.   :)

이거 담배라도 하나 사 치라는 아저씨 말씀에...

갈매기 갑자기 콧등이 찡하며...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차는 떠나고...

갈매기는 그 조그마한 트럭이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라며... 감사하단 말만 되뇌고 있었다.




  -- 갈매기는 참 운이 좋죠?

     여행하며 항상 좋은 분들만 만나요.

     아니면 누가 뭐라해도 우리나라엔 여전히 

     인심 좋고 착하신 분들이 많이 살거나...

     지나간 여행들이 언제나 좋은 추억으로 남는 이유중 가장 큰 건

     역시 그 속에서 만난 분들의 따뜻한 인정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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