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eagull (갈매기) 날 짜 (Date): 1994년09월30일(금) 04시25분54초 KDT 제 목(Title): 갈매기의 여행기(9)!!! 버스를 타고 삼척에서 내렸다. 삼척은 도시라고 하기도 그렇고 시골이라기에도 좀 그런 곳이었다. 한적하고... 조용한... 죽서루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추석이 다가오는 중임에도 드문드문 유람을 온 사람들이 있었지만... 일단 죽서루에 올랐으나 정철이 얘기하던 것처럼 신선이 놀만한 곳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도 저기 강건너의 공사 때문일 것이다. 뭐 특별히 유물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인지 누각이나 거기에 쓰인 글들도 그냥 다른 곳에서 보던 것과 큰 차이를 느낄 수는 없었다. 그냥 조용한 것만이, 아마도 관광철이 아니라서 그런지, 분위기를 그런대로 이끌어 줄뿐... 별 생각없이 절벽쪽으로 가보았다. 길건너의 공사장의 소리는 시끄럽고... 강은 참 강이라기도 내라기도 애매한... 하지만 고즈넉히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아마 옛적에도 저렇게 조용히 흘렀겠지...란 생각을 하면서 절벽을 보는 순간... 아하!!! 사실 그리 높지도 않은 절벽이 뭐 볼게 있으랴~~했는데... 절벽틈에 기묘하게 솟은 소나무하며... 여기저기에 희안하게도 많은 이름모를 나무들이 자라 있는 것이다. 그 밑으로 흐르는 강!!! 그 절벽위에서 공사장 직전까지만 보고 있으려니... 마침 점심시간인지 공사장의 기계소리도 멈춰 조용하니... 옛 정취가 조금은 느껴진다. 어찌보면 너무도 평범한 정취... 조용하고... 속세랑은 떨어진 것 같은... 허허!!! 세상사 어찌 돌아가는지... 세월이 어찌 변하는지... 온갖 풍진 잊고 술이라도 한잔 걸칠라 치면... 신선이 즐겨 오기도 했으리라... 후훗... 그러나 갈매기는 신선이 아니니... 뱃속에서 꼬로록 소리가 난다!!! 어디서 밥을 해먹지??? 조용한 죽서루에서 불을 피워 밥을 해먹을 생각이 안난다. 그렇지 저기가 좋겠구나! 갈매기는 죽서루앞의 모래밭으로 향했다. 무슨 오염인지 뭔지 말이 많기도 하다만... 그 속까지 보이는 강물에... 별 걱정없이 쌀을 씻고 밥을 앉힌다. 모래밭인지 자갈밭인지는 몰라도 강물에 발을 담그고... 죽서루를 바라보다 또 반대쪽 산의 절벽을 바라보다 보니... 하하... 온갖 근심이 사라지는 것 같다. 이윽고 밥이 다되었다고 자꾸만 코를 자극하니... 맨발로 터덜터덜 걸어가서는... 어제 먹다남은 김치를 꺼낸다. 다행히 상하지는 않았다. 좀 더 익기는 했지만... :) 김치를 하나 더 사야겠다. 게눈감추듯 밥을 먹고나니... 역시 배는 불러야 되나보다. 에구... 더 근심이 없어지는디... 배낭을 베고 드러누워 하늘을 보니... 잠시 잠깐 앞산을 보았다, 또 죽서루가 있는 절벽을 보았다 하니... 내 팔자가 상팔자로다!!! 세상 가장 근심걱정 없는 이가 지금의 나렷다!!! 한참을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아차! 다음 행선지로 가야지 하는 생각에 일어났다. 강원도의 길은 비록 국도가 나 있어도 구불구불하니 걸어서 여행하기는 무척 힘들다는 생각에 영월까지는 히치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그러려면 일단 마을은 벗어나야지... 배낭을 메고 일단 읍내를 나와서는 차가 지나갈 때마다 엄지를 곧추 세웠다. 히유~~ 근데 아무도 세워주질 않는 거다. :( 걸어가다 차오는 소리 들리면 엄지손가락을 세워 들고... 또 걷닥 차오는 소리 들리면 엄지손가락을 세워 들고... 음 오타군! 걷다가 :) 그렇게 가다보니 벌써 마을이랑은 멀어지고... 그냥 길가에 집들만 조금씩 있다. 어느새 목이 말라서 길가 아무집에나 들어가 수도물로 목을 축이고 물통도 가득 채우지만... 에구 근데 물통을 너무 작은 걸로 준비했다. :< 강원도 산길은 참 험하기도 하다. 그래도 국도를 따라 걸었건만... 원래 지형은 어쩔 수가 없어서... 오르막이다가 다시 내리막이다가... 게다가 왼쪽으로 구부러지다... 다시 오른쪽으로. 그때까진 무거운 생각도 안들던 기껏 십킬로 남짓의 배낭이 제법 무겁다는 느낌을 어깨로 전해준다. 한 한시간은 그렇게 차소리만 들리면 태워주기를 부탁했지만... 나중엔 그마저도 귀찮아 그냥 걷는데... 어느새 인가도 안보이는 산길! 한참을 걸어와서 잠시 한숨을 돌리며 뒤를 돌아보면... 아까 잠시 쉬던 거기가 바로 요기에 있다. 돌아보면 바로 지척인데, 길은 요리빙글 조리빙글... 차로야 그게 그거지만 사람이야...!!! 그래도 튼튼한 몸이라 아직 지치지는 않지만... 벌써 그 산길을 걸은 지 네시간이 다되어가니... 해질때도 다가오고 슬슬 걱정이 된다. 뭐 안되면 산속에 들어가 나뭇가지라도 모아놓고 그위에 침낭을 깔고 자면 되겠지만... 거의 바닥이 난 물통이 점점 걱정스럽다. 그래도 걱정만 하면 뭐하나??? 계속 걷기라도 해야지... 씽씽 지나가는 차들만 빼곤 아무도 없으니... 휘파람이나 휘휘 불며 오랜만에 혼자 있음을 즐기기도 한다. 도연이 생각도 혼자 해보며 바보같이 실실 웃기도... 머리에 땀을 훔치며 걸으면서도... 이렇게 혼자 여행을 하며 매일매일 편지를 보내면... 도연이도 내일은 어떤 편지가 올까?하고 기다리기도 할 거란 생각이 들며... 추석이 지나면 자연스레 만날 거란 생각에 헤죽헤죽 웃음이 나온다. :) 이런저런 생각에 휘파람을 불기도 했지만... 조금씩 다리가 아파 오기도 한다. 자~~ 일단은 저 고개는 넘고 쉬자. 씩씩하게 걸어올라가고 있는데 벌써 해가 지려 하고 있다. 한두 고개만 넘고나서 산으로 들어가 잠자리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고갯마루에 올라 잠시 한숨을 돌리고 길가에 앉으려는데.......... 끼이이이익~~~~~ 앗!!! 저기 한 삼십미터 앞에 조그만 트럭이 섰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아무 생각없이 그 트럭을 향해 뛰었다. 휴우.... 다행히 오늘안에 영월엔 가겠구나!!! -- 후후... 여행이란게 항상 자기 생각대로만 되는게 아니죠. 하지만 그런게 더욱 여행을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겨 주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