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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seagull (갈매기)
날 짜 (Date): 1994년09월28일(수) 03시00분16초 KDT
제 목(Title): 갈매기의 여행기(7)!!!


휴우~ 일이 뜻대로 안풀리니 또다시 역마살이 도진다(뭔 일인지 앞의 글 보면 

아시겠죠).

마침 추석연휸데 고향갈 차표도 못구했다.

음... 잘 낮군.

고향앞으로...

그래서 갈매기의 고향을 가기위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전의 여행들을 거울삼아 이번엔 지도까지 한 장 구입을 했다.

이번 여행의 종류는 뭘로 할까???




그래 무전여행이 좋겠다.

음 그렇다고 완전 무전여행은 무리겠고...

마침 연휴 + 수업 땡기는 날에 한 만원이 남았었다.

요걸로 해야지.



그리고 준비를 했다.

배낭이랑 침낭은 선배한테 빌리기로 하고...

카메라도 빌리고...

물통도 빌리고...

버너도 빌리고...

텐트는 무거울테니까 빼고...

왜?

한참을 걸어야 될테니까...



그렇게 생각난 아침부터 후다닥 준비를 끝마치고는 강남터미날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8천원밖에 안남았다.

거기서 필름도 한통 사고나니 6천원이 남았음...

그래도 배낭안에는 하숙집 아주머니가 준비해 준 약간의 쌀과 고추장이 있으니까.




그렇게 출발을 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준비가 소홀했지만... 한편으론 철저하기도 하고...

날은 밤이면 거의 초겨울이라 두툼한 오리털 파카까지 준비를 했으니...





일단은 그 유명하다는 강릉 경포대의 일출을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전에는 몰랐었는데... 

여행을 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넘는 고갯길은 참으로 가파르고

멀리 보이는 바다의 풍경이 자꾸만 나의 마음을 유혹한다.

지나가는 차창에서 그 곳에도 사람이 산다는 걸 처음 알게 되기도 하고...

여행을 하면 느끼는 거지만...

언제나 지나면서도 못느끼는 것을 여행중엔 느낄 수 있다.




강릉에 내려서는 봉지에 파는 김치를 가장 싼 걸로 하나 샀다.

밥을 먹으려면 그래도 김치는 있어야...

피같은(?) 버스비를 내고 경포대에 가니...

이미 여름철이 다갔기 때문인지 호객하는 사람들이 어지간히도 귀찮게 

따라붙는다. 아마 그들에겐 하룻밤 잘 돈도 없다는 내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졌겠지.

야영장이 어디냐고 물어도 거기선 못잔다고 계속 싼방 어쩌고 저쩌고를 하는데...

귀에 들어와야지???

야영장에 물어물어 갔더니...

허허...

정말로 야영을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우엥? 쓸쓸...

그래도 야영할 때 쓰다 남은 볏단을 한 곳에 쌓아 놓은 걸 확인하고는 
바닷가로..일단 밥부터 먹어야지...

그래도 수돗가엔 사람이 좀 있었지만 한철이 지나선지 줄을 설 필요는 없었다.




주위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찌게에 뭐 잘 차려놓고 먹지만...

갈매기는 혼자서 밥해서는 김치조각으로 거기다 고추장만 더해서리 먹는다.

그래도 나와서 그런지 밥맛은 꿀맛이다.

역시 갈매기 밥하는 솜씨는 쓸만하단 말야~~~



벌써 해질때가 되어서리 석양을 구경하다가...

오잉???

저쪽에 아가씨들 셋이서 찌게안주에 소주까지 갔다놓고 먹고 있다.

흐흐... 그래도 밖에선 '저 술못해요'를 외치겠지!!!

기냥 딴청피며 가까이 가서는 

입맛을 쩍쩍 다시니깐...

혼자 와서 안심이 되는지 같이 먹자고 한다.

웬 재수???




히히히...

그래서 갈매기는 석양속에서... 빨간 바다의 석양속에서...

아가씨들에게 공짜로 소주랑 찌게씩이나 얻어먹으며 놀았다.  :)

에구~ 착한 아가씨들...

여대생들인데 역시 여행중이란다.

혼자서 여행중이고 한데서 잘 거라니까...

갈매기를 엄청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면서리...

후후... 그래도 요게 여행하는 재미라우...



밤이 이슥해지니 그 아가씨들은 숙소로 들어가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방금 마신 소주에 약간은 얼굴이 붉어진 채로...

모래사장에 혼자 앉아서 별빛과 

밀려오는 파도의 소리를 감상한다.

깜깜해지고 바다만을 바라보니...

파도소리만 들려오고......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느 시대인지도 까마득히 잊혀져 간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냥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군인들이 나타난다. 해안 경비병들이겠지.

참 고생한다.

내일 새벽까지는 출입금지라며 나가라고 한다.

해돋이가 언제인지를 묻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아까 봐두었던 짚더미로 갔다.

여기서 혹시나 모르는 분들을 위하여 한두가지...

여름이 아닌 이상... 봄가을이라도 밤에는 몹시 춥다.

더구나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정말 무섭다.

특히나 시멘트나 아스팔트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밖에서 텐트를 치더라도 흙위가 좋다.

그리고 여름이 아니라면 거기다가도 두꺼운 비닐을 깐 후에 텐트를 쳐야 한다.

당연히 흙에서도 냉기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이런 거 무시하고 자다가는 봄이나 가을이라도 심하면 동사까지도 당할 수 있다.

그럼 갈매기처럼 귀찮다고 비닐도 안가지고 간 사람은???

후후... 비닐보다 더 좋은게 있다는 사실...

바로 짚이다.

왜 야영장에 짚이 있는가? 그 이유가 이것이다.

짚을 충분히 깔면 냉기를 상당히 막아준다.

그리고 또 한가지!

지금 갈매기는 텐트가 없다.

바닷바람이 장난이 아닐텐데...

후후... 근데 요때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걸 써먹을 수 있다.

바닷가에서는 낮에는 바다에서, 밤에는 육지에서 바다로 바람이 분다.

따라서 바다를 바라보며 자면 된다.

반대쪽에는 물론 벽같은 것이 있어야 된다. 바람막이로...

물론 텐트치고 자는 분들이야 상관없지만...

근데 남의 집 담벼락에 붙어자는 건 영 운치가 없고...

마침 쌓아놓은 볏단이 제법 높다.

거기다 넓이도 갈매기의 짧은 몸을 가려주기엔 충분하다.

흐흐... 이럴땐 짧은게 유리하다.



그렇게 침낭을 깔고 엎드렸다.

물론 파카도 껴입은 채로... 신발만 벗구 양말은 신은 채로...

그래도 제법 춥다.

랜턴을 볏단에 매달고는 편지를 썼다.

누구에게?

당연히 도연이에게 썼다.

그때까지 못했던...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는 얘기랑... 뭐 그냥 일상적인 얘기에

오늘 여행하면서 들었던 감상이랑 이곳의 정취...

이런 별 부담가지 않는 얘기들을 편지에 싫었다.

그리고 손목시계의 알람을 맞춰놓고는 첫날밤을 보내게 되었다.




  -- 음... 너무 오래전 얘기라 그런지 그때의 감동을 제대로 옮기지 못했네요.

     으~~~ 반다시 한명 이상은 나처럼 역마살 낀 사람으로 만들어야 되는디...

     :)

     재미없어도 계속 읽어주시면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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