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09월15일(목) 21시56분58초 KDT 제 목(Title): 이대 앞에서 헌팅하다........III " 저....시간 있으세요?" 말을 하면서도 내 스스로 너무 또라이 같다고 느꼈다. 아니 이건 60년대에나 써먹던 시간있으시면 차나 한잔 어쩌구 하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 시대의 대사 아니냐? 평소에 그렇게 자랑하던 내 이빨은 어디로 가버리고 이런 흔해빠진 대사가 튀어 나오는 걸까? 내가 말을 거내자 나를 바라보는 그 두 아가씨...(음...이쁘긴 했어.) 내가 뭘하려는 인간이지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이 얼굴에 씌어 있었다. 불과 몇분의 일초 동안 나의 상하반신을 쭉 훑더니만, "우리 애인 있어요! 딴데 가서 알아보세요!" 대뜸 이러는 거다...글쎄. 이런 젠장...누가 너네랑 애인하자고 그랬냐? 씩씩~~ 그뒤로도 한두마디 더 게겨 보았지만 이미 분위기는 터버린지 오래였다. 밥맛 떨어지는 소리 몇마디를 듣고 기가 팍 죽어 꼼짝도 못하는 란다우를 보고 친구는 그러게 그냥 어디가서 술이나 마시자니깐...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 왔다. 으아...이게 바로 그 유명한 이 재연 양이 말한 '뺀찌' 라는 것이로구나. 난생 처음 호되게 뺀찌를 먹고 나니 , 아무리 헌팅이란 것이 그렇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도 영 떫더름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 의기소침(?)한 란다우를 보고 이번에는 내 친구가 나섰다. 얘는 적어도 허우대는 나보다 나으니까 하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기대를 걸어 보았다. 이번에는 조금 날랄 해 보이는 여자 둘을 찍은 다음에 둘이 같이 협동을 하기로 했다. 여자들이 걸어 가는데 뒤에서 따라 붙이되 우리가 두 여자의 양쪽에 붙어서 동시에 말을 거는 것이었다. 내 친구의 미모(?)도 작용을 했고 우리가 두 여자들 양쪽에서 이야기를 하는 방법이 나쁘지 않았던지 이번에는 적어도 아까보다는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 (원래 나쁜 짓은 할수록 느는 법이다. :P) 처음 말을 꺼냈을 때만해도 놀란 척(?)하면서 걸음을 빨리 하더니 계속 따라 붙이니까 자기네들은 집이 수원하고 안양이라면서 지금 출발을 해야 한다는 것 이었다. 이번에는 주로 내 친구가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처음 하는 것 치고는 정말 잘한 것 같다.하하하...적어도 그 여자들이 직설적으로 싫다고 말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 다음의 세 번째 헌팅에서 나온 말로 미루어 보건데 집이 안양이니 수원이니 하는 말은 여자들이 그 동네(?)에서 튕길 때 하는 말이 틀림없는 것 같은데 그만 순진한 우리는 그대로 믿어 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집이 멀어서 빨리 들어가야 한다고 해도 계속 우겼으면 성공했을지도 모르련만 그만 우리는 시간 이 촉박하다는 말을 그대로 믿고 쫓아 가는 것을 포기하고 만 것이다. 아마 그 여자들 우리보고 띨띨하다고 뒤에서 무지 욕했을 것이다.:) 이렇게 두 번이나 뺀찌(?)를 먹고 나니 나하고 내 친구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르고 열은 받을대로 받아서 이제는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는 기분이 되고 말았다. 우리의 자존심을 위해서도 이대로 빈 손으로 철수할 수는 없다! 문제는 시간이 이미 10시를 넘어 이대 입구 일대가 거의 파장 분위기로 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가게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사람들은 거의 전부다 이대 전철역 쪽으로 흐름을 만들면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의 첫 헌팅은 뺀찌 두 번이라는 비참한 상황에서 종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to be continued. --- landau (fermi@power1.snu.ac.kr) 유치원 퇴학생, 병역 기피자, 화류계 생활 30년, 학생을 빙자한 건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