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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09월15일(목) 21시17분44초 KDT
제 목(Title): 이대 앞에서 헌팅하다......II



막상 이대 앞에 오긴 왔는데, 참으로 막막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언제 이런 걸
해 봤어야지? 길가다가 이쁜 여자가 눈에 띄어서 앞 뒤 가리지 않고 붙잡은 적은
한 번 있지만 (저 위에...셔틀버스에서 헌팅하기....)
이렇게 마음먹고 여자 꼬시러 나와보기는 또 머리 털나고 처음이었다. 나는
속으로 에구... 집에 가서 발 닦고 키즈나 할 걸. 공연히 큰 소리 한 번 쳤다가
완전히 인간하나 바보 되는구나 하고 후회 막급이었다.

나하고 친구 둘이는 바짝 긴장해서 얼은채로 이대 정문을 향해 있는 큰 길을 
오락가락하기 시작했다. 이쁜 여자둘이 있으면 헌팅(!) 하기로 하고....:)
근데... 그 큰길에서 헌팅을 한다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았다. 우선 사람이 너무 
많으니 쪽 팔려서 말을 건네기가 쉽지 않았고 우리에게 얼굴이 보이는 사람들은
다 우리랑 반대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이어서 불러세워서 말을 건다는 것이
결코 만만한 과업(?)이 아니었다. 가장 근본적으로 우리는 그 때까지 난생 처음
보는 여자에게 말을 건넨다는 일에 겁을 먹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소득없이 이대 정문으로 향하는 길을 왔다리 갔다리 하기를 수삼회....
그 동안에 눈에 뜨이는 두명으로 이루어진 아가씨들이 몇 있었지만
(모르지...유부녀인지도 요새 유부녀-아가씨 구분하기가 어디 그리 쉬운감?)
입도 한 번 뻥끗해 보지 못하고 속만 앓다가 지나쳐 버렸다.

그새 시간은 흘러흘러 이미 밤 9시를 넘긴 때...... 우리는 헌팅 장소를 골목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대 앞에 진출해 본 적이 거의 없는 우리의 무식이 탄로나서
처음에는 이대정문을 바라보고 오른쪽...그러니까 연대 반대쪽의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그 쪽은 옷가게들이 없어서 그런지 밤이 늦어서 그런건지 아가씨들은
고사하고 지나가는 강아지 한마리 구경하기 힘들었다. (원래 이대 앞에서 강아지
보기가 쉽지는 않은 일이겠지만....헐헐...)

옷가게가 널려 있는 반대편...그러니까 연대 쪽으로 건너오니 그제서야 우리는
요기가 헌팅을 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는 사실을 (적어도 우리 두사람에게는)
감지할 수 있었다. 우선 남녀 성비에서 여성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데다가
옷을 구경하면서 걷기 때문인지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려서 사람 붙잡고 말걸기
에는 아주 좋은 환경(?) 이었다. 말을 걸기 전에 상대를 충분히 관찰하면서
호흡을 가다듬을 수도 있고.....

흐흐흐...이렇게 좋은 분위기를 놔두고 왜 우리가 찻길에서 시간을 낭비했지? :)

골목길 사이사이를 잠시 배회하다가 우리는 둘 다 딱 마음에 드는 아가씨 두명을
발견했다.흠~~~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그래도 이쁜 
여자를 헌팅하면 더 좋겠지?

순전히 말발 좋고 배짱 세다는 이유로 내가 먼저 총대를 메기 시작했다. 사실 내
친구가 나보다 키도 한참 더 크고 몸매(?)도 날씬하기 때문에 그 녀석이 나서면 
좋으련만.....:(  어디가도 이상하게 곡 먼저 총 맞는 것은 란다우의 몫이다.

란다우 인생 최초의 헌팅은 이렇게 시작을했는데....... 가게의 옷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걷고 있는 그 아가씨들을 따라 십미터 쯤 걷다가 뒤에서 말을 걸었다.
내 친구는 뒤에서 조용히 따라 오고 있었고.

   "저.............."


to be continued.


                                   ---  landau (fermi@power1.snu.ac.kr)

         유치원 퇴학생, 병역 기피자, 화류계 생활 30년, 학생을 빙자한 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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