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U ] in KIDS 글 쓴 이(By): wolverin (GoBlue) 날 짜 (Date): 1994년07월27일(수) 17시02분51초 KDT 제 목(Title): 하숙집 이야기 9 (아... 하느님 아빠) 한참 맛있게 자고있는데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고모가 내방으로 뛰쳐 들어왔다. 일어나 보니 세수도 안하고 부시시한 얼굴이 평소의 고모가 아닌 모습이다. "야! 큰일났어." "왜? 그 도둑놈이 또 훔쳐간게 있어?" "그게 아니라 지금 10 시가 넘었어. 내가 너무 늦게 잤더니만..." 약속시간이 10 시인데 세수하고 종로에 나가려면 아무리 빨라도 30 분은 걸리니 거의 40-50 분은 늦게된다. 서둘러 세수하고 밥도 못먹은채로 택시를 잡아타고 종로서적으로 향한다. 광화문근처에서 차까지 막혀서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10 시 55 분. 아무리 봐도 찾을 수가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근처를 돌아다니다 11 시 반이 넘어서 포기하고 말았다. 하숙집에 돌아오니 고모가 미안해하며 위로한다. "내가 연락해서 잘 얘기해줄께. 미안하다." 몇시간후 연락이 되었는지 고모가 저녁에 근처 카페로 가보라고 한다. 한참을 안절부절하다 나가보니 무척 화가 났는지 전혀 다른 사람같이 보인다. 사과를 하고 한참 변명을 해도 좀처럼 화가 풀리지않는 눈치였다.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다. "아뭏든 선물로 산거니까 일단 이건 받으시고요, 한번 다시 생각해보겠어요." 주물로 만든 포도송이 모양의 받침대에 달린 방향제였다. 꽤 비싸보인다. 끝내 표정을 풀지않고 가버려서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오니 하숙생들이 모두 모여 있다. 생일 파티를 하자나. 기분도 영 엉망이라 술을 왕창 마시고 뻗어버렸다. 바로 얼마전만 해도 두여자가 모두 날 좋아하면 어쩌나... 하면서 고민했는데. 이틀후 전화로 연락을 하였다. 이제는 화가 풀렸겠지하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서로 맞지 않는가 봐요. 만나지 말아요." 아... 하느님 아빠는 내편이 아닌가 보다. 하긴 내가 무슨 복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