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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wolverin (GoBlue)
날 짜 (Date): 1994년07월27일(수) 17시35분39초 KDT
제 목(Title): 하숙집 이야기 10 (빨간 먼지)


몇달이 지나고 학기가 끝날무렵, 하숙집 아줌마가 제안을 하나 해왔다. 이대 후문

건너편에 집 한채가 월세로 싸게 나왔는데 그집에 지점을 낸단다. 학기중인데다

집이 좀 낡아서 당장 하숙생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그러니 그집으로 옮겨주면

독방을 싸게 해 준단다. 이미 하숙생들과 친해져서 옮기고싶지는 않지만 사정을

들어보니 거절하기도 미안해서 승낙했다. 한준이형도 같이 가기로 했단다. 그래서

하숙집은 이원화되어 지점에는 할머니가 가시기로 했다. 할머니를 도울 아줌마도

구하고. 하숙생 이사야 멀지만 않으면 간단하기때문에 쉽게 옮길 수 있었다.

옮기기로한 이유중 하나는 그곳에 가면 한준이형외에는 학번이 다 내밑일 가능성이

크므로 사소한 심부름에서 해방되지않을까하는 생각도 있었다. 예상대로 지점에서는

한준이형다음의 이인자노릇을 할 수 있었다. 그동네에 연대 교수님들이 많이 산다는

것도 이사한 다음에 알 수 있었다. 바로 옆집이 수필집을 많이 내신 김 형석 교수님

집이었고 3 분쯤 걸어가면 김 동길 교수님 집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새로 만난

여자와의 일이 잘 풀리지않아 마음이 뒤숭숭하던 차에 술생각도 나서 집을 나섰다.

집근처에 "빨간 먼지" 라는 간판은 며칠간 보았지만 어떤 카페인지 몰라서 그동안

안갔었는데 그날은 왠일인지 들어가보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들어가보니 테이블이

5 개 있는 초소형 카페였다. 혼자서 맥주를 마시고있는데 젊은 주인 아저씨가 말을

걸어온다.

"하숙생이신가 봐요."

"예"

"그런데 무슨 걱정이 있으신가 보죠? 여자문제인가요?"

낯선 사람뿐 아니라 친한 친구에게도 여자문제는 잘 얘기하지않는데 그날은 처음 본

주인 아저씨에게 모두 얘기하고 말았다. 

"여자는요, 끈기를 가지고 대해야 해요. 제가 집사람을 만났을때 하도 안만나줘서

일방적으로 약속을 해버리고 약속장소에서 올때까지 기다렸지요."

"몇시간이나요?"

"8 시간이었던가.... 아뭏든 그러니까 감동을 받았는지 결국 성공했지요."

미술을 전공했다는 곱게 생긴 아줌마가 옆에서 웃고있다. 그때부터 빨간 먼지가

단골이 되었고 친구나 하숙생들과 맥주를 마실때는 항상 그곳에 가곤 했다.

그래서 주인 아저씨와 아줌마는 나를 영업 이사로 부르게 되었고. 나중에 군대에서

제대한후 다시 찾아갔을때는 주인이 바뀌어 있었다. 아저씨가 단골로 오던 이대생과

바람이 나서 이혼하고 가게를 처분했다든가... 그러나 그것은 후일의 얘기이다.

남자는 다 그런가? 나는 안그럴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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