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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wolverin (GoBlue)
날 짜 (Date): 1994년07월27일(수) 15시05분35초 KDT
제 목(Title): 하숙집 이야기 6 (내가 모시던 사람들)


서울대 근처의 대부분의 하숙집은 학생들만 있는 경우가 많아서 4 학년이면 고참의

대우를 받는다. 대학원생이라면 하늘쯤 되지 않을까? 그런데 신촌의 그 하숙집은

상황이 좀 달랐다. 터널 하나만 지나면 광화문으로 가게되는 지리적인 특수성으로

회사원들이 좀 많은 편이었다. 거기에 군대갔다온 복학생들까지 합하면 하숙집에서의

내 위치는 보잘것 없었다. 대학원 석사 3 학기였던 내가 술 심부름을 가끔 해야

했던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후 회사원 형들이 점점 주는 대신 여학생들이 그

자리를 채우게되고 복학생들이 졸업하여 내가 대권을 잡게되지만 그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회사원들중 기억에 남는 사람중 한명이 강 대진 형이다. 학력은 물론 다니는

회사도 불분명한 사람이었는데 젊었을때 사우디 아라비아에 간 경력이 있어서 술을

마시고는 그때 얘기를 해주곤 했다.

"너희들 아냐? 사우디에서는 말이야, 남자가 장가를 가려면 돈이 많아야 하거든.

여자 부모에게 줘야한단 말이야. 그래서 나같은 노총각이 많지. (그 형이 그때 34-6

살 정도였다.) 그 애들은 그래서 닭을 사면 두번 먹어. 산채로 한번, 잡아서 또

한번."

그리고는 한참을 웃곤 했다. 자기를 꼬시려다 실패한 사우디 호모 얘기도 술마실때

가끔 하던 메뉴였다. 또 다른 사람으로는 김 한준 형이 있다. 강 대진 형의 룸

메이트로 작은 키에 약간의 대머리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 졸업후 어느

시골에서 사회 운동을 한 경력이 있다고 했다. 한준이 형은 그후 꽤 오래 같이

하숙을 했는데 지금은 소식이 끊겼다. 그 당시 32 살쯤 되었으니 지금은 장가가서

애 아빠가 되었겠지. 이 형은 아줌마가 하숙을 시작할때부터 있었다는데 그 하숙집에

없었을때는 군대갔던 3 년과 사회사업하던 2 년 정도라고 했다. 그야말로 그 집의

산 역사라고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김 철훈 형도 빼놓을 수 없다. 체육 교육과를

졸업하고 여고의 체육 선생님으로 계셨는데 학생들중 팬들이 가끔 놀러와서 심심한

하숙생들을 즐겁게 했다. 학교에서야 근엄한 선생님이겠지만 하숙집에서는 거의

전문가 수준의 코메디로 사람들을 웃겼는데 소재는 거의가 담당하고있는 학생들

이었다. 형을 짝사랑하는 학생, 반에서 말썽피우는 학생, 제일 예쁜 학생 등등...

또한 나의 볼링 선생님이기도 했다. 얼굴은 잘 생겼지만 키는 작은 편이고 피부가

김 건모보다 열배는 까매서인지 내가 같이있었던 몇년간 여자에게 전화오는것을

한번도 못 보았다. (팬 클럽의 학생들은 빼고) 그 외에도 회사원이 2 명 더 있었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복학생이 2 명 있어서 내 하숙집 서열은 8 번이었다. 하숙생이

모두 18 인가 19 명이었으니까 중간을 간신히 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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