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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purunsan (강철  새잎�8)
날 짜 (Date): 1995년05월06일(토) 20시59분46초 KST
제 목(Title): 신림동 시인...........







신림동...포장마차가 모여 있고  289 버스종점 옆.........

지금 주재근 베이커리라는 빵집에서부터 시작하는, 

하숙촌으로 올라가는 골목을 오르다보면

왼편으로 두개의 가게를 만날 수 있는데....

그 중 첫번째 가게에서 '헌'이라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와 나에 의해서 

"신림동 시인"으로 불리는 청년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그 청년을 '신림동 시인'이란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은

양귀자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에 나오는 '원미동 시인'의 이미지와

너무 흡사했었기 때문이다.



나이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약간의 정신적 장애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즉, 정박아이다... 하지만 그 증세가 그리 심하지는 않아서

물건 값 계산을 치르는 일등을 하곤한다...

키는 한 180정도일까....상당히 큰편이다....

간혹 일찍 집에 돌아가곤 할 때는 그 '신림동 시인'이 동네의조무래기 들과

어울려서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큰 키를 가진 20대 초반의 청년이 10살 남짓되는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이란

그리 어울려 보이지 않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유심히 그 '시인'이 

아이들과 같이 노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세상에 또 그처럼 자연스런 모습이 

있을까하고 생각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


그 '어른 아이'가 아이들과 딱지치기에 열중한 모습이란.....

어른에게서, 어른들 세계의 번잡함에서 때로 고단함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딱치치기에 열중한 그 '아이'의 얼굴을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물론 그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




그에게는 감추어야 할 무엇도 감출 능력도 없다.....무엇보다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는 바보는 아니다...행여나 짓궂은 아이 하나가 "너 바보지?:하고 

묻거나 놀리면 아주 분명하게 "나 바보 아냐."라고 말할 둘도 안다.

물건 값을 셈하는데도 실수를 않기 위해 대충하거나 하는 일이 없다.

하나하나 낱낱이 세서 확인을 하곤 한다. 물론 잘못도 가끔(꽤 자주) 하지만

그렇다고 요즘 어른들이 하듯이 잡아뗀다거나 서둘러서 쉬쉬 덮으려는 짓은 

하지 않는다..... 훨씬 더 큰 사고를 내고도 잡아떼는 데만 급급한 어른들이 

그 시인을 만나보아야할 사람들이리라. 하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별로다.

어른들은 그런 누추한 곳을 싫어하니까....
 


언젠가 내가 물건을 사고(그 시인과 인사를 하기 위해 난 그 가게를 들리곤 했다)

시인이 세주는 거스름돈을 받고 나와서 언덕을 한참 올라가는데....

그 시인이 헐떡거리며 쫓아왔다. 벌써 가게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그 언덕을 

올라서 말이다. 그리곤 나에게 돈을 더 건네 주었다. 자신이 잘 못세서 집에서 

혼나고 쫓아오는 길이라고...그리고 미안하단 말도 잊지 않았다.  :)

그 때 나는 그 '헌'이란 친구와 같이 있었고 그 때부터 그 친구와 나는 

그 어른 아이를 '신림동 시인'으로 불렀다.

오가는 길에 그 아이의 미소를 보면서 흐뭇해했었다.

술먹고 돌아가다가도 괜히 한번 늦게까지 문을 연 그 가게에 들어가 보곤 했다.

과자라도 하나 사고 미소를 나누고.....


어느 여름날 밤에는 그 '시인'이 아이들과 어깨를 지고 별을 구경하는 그림같은 

모습도 본적이 있었다.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



지금도 헌이가 '신림동 시인'이 있는 동네를 지켜주어서 든든하다....... :)

이 글은 허구 같지만 허구가 아니다.

신림동에 사는 동안 내내 그런 시인과 같은 공기를 숨쉰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


어제 그 '아이' 우리들의 시인은 아주 행복했을 거라고 믿는다.

동네 개구장이들과 마찬가지로...........................



물론 그 '시인'은 단 한편의 시도 종이에 쓴 적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가 아이들과 나누는 얘기들, 보여주는 순전한 웃음, 그런 게 

그 시인의 시편들일 것이다. 그는 삶이라는 시집을 엮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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