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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5년04월29일(토) 15시21분41초 KST
제 목(Title): [여행기 X] 트레비 샘의 연인들.



여행을 하다가 보면 좋았던 일도 있고 황당했던 일도 있고 그런 법이다. 이번
에는 재미있었던 일들.......:)

란다우는 처음에 알프스의 융프라우 봉에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갈 때 기대를 많이
했었다. 독일어의 Jungfrau 는 영어의 young lady 정도에 해당하는 말인데
누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이름하나 기차게 지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딘지
모르게 볼이 발갛게 달아오른 수줍은 새댁을 연상시키는 너무 예쁘장한 이름이
아닌가? 그 이름을 Jungmaedchen ( young girl ) 따위로 지었다면 아마 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예상과 달리 융프라우는 나에게 실망만을 안겨주고 말았다. 멋대가리
하나 없는 산의 모양새, 이미 그 턱밑에 까지 인간의 추한 손길이 뻗쳐서 스키장에
버글버글 대는 인간군상들, 그 유명한 산악철도는 다른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것이
아니고 오직 높은데 올라가 봤다는 사람들의 기분을 만족 시키기 위해 만들어 졌다는
안내문.... 이름이 암시하는 것처럼 청초하고 깨긋한 산을 기대하고 갔던 나는
내려오면서 6만원이 넘게 날아가 버린 돈이 아까와서 하마터면 돌아 가실 뻔 했다.

하지만...내려오는 도중에 기차시간이 엇갈려서 그린델발트라는 산중턱의 마을에서
알프스 쪽을 바라보고 란다우는 너무 기분이 좋아졌다. 왜? 그곳에서 아이거(Eiger)
북벽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인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했던
` 아이거 북벽 ' 이라는 영화를 보고 언제고 한번 그곳을 꼭 구경해야 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그 찬스가 온 것이다.

아이거 북벽은 융프라우 바로 옆에 있는 아이거 봉우리의 북쪽 낭떠러지를 말한다.
북쪽 사면이기 때문에 대낮이 되어도 햇볕이 들지 않아 그늘이 져 있었고 문자
그대로 수천길 낭떠러지에 드문드문 얼음으로 된 빙하가 남아 있는 곳. 란다우는
아이거 북벽이 마음에 쏙 들었다. :)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는 그 오만함, 한낮에도
어둡게 그늘져 있는 그 거칠음, 주변과는 아랑곳 없는 듯이 깍아지른 절벽으로 
우뚝서 잇는 그 당당함....... 내가 보기에는 융프라우보다 아이거가 백배는 더
멋진 산이었다. 아마...내가 알피니스트 였다면 난 아이거 북벽을 오르는데 
평생을 걸었을 것이다.  아이거를 보고 나서야...난 산악철도의 기차삯이 아깝지
않았다. :)

그다음 로마의 트레비 샘....사실 란다우에게 로마는 완전히 지옥의 도시였다.
돈 털렸지, 가는 곳마다 너무 시시해서 죽을 지경이지, 위대하다는 예술품들은
아는 바가 없으니 하품만 나오지, 교통질서가 엉망이고 사방에 널린 것이 도둑이요
집시들이라 길하나 가는 데도 목숨을 걸어야지, 도로는 좁아 터졌지.....

로마에 트레비 샘마저 없었다면 난 여행기에 로마 이야기는 모조리 삭제해 버렸을
거다. 처음에는 샘이라는 이름 때문에 쪼그마한 분수정도나 상상하고 트레비를 
찾아갔던 란다우는 그 풍성함에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반경이 한 20m 정도 되는
커다란 반원형의 분수가 멋진 건물 벽면에 붙어 있고 벽면에 새겨진 거대한 조각
에서는 깨끗한 물이 펑펑 쏟아지는데 ... 물보면 무조건 좋아하는 경향이 좀 있는
란다우에게는 너무나 맘에 드는 장소였다. 히야.....

트레비에는 뒤로돌아서서 동전을 던지면 다시한번 로마에 올 수 있다는 웃기는
전설이 있어서 그곳의 관광객들은 개나소나 할 것 없이 동전을 하나씩 던지며
사진을 찍는다. ( 아마...로마의 휴일이란 영화에도 오드리 헵번이 그짓을 하는
장면이 있을 거여요.) 란다우도 온 기념으로 사진을 박으면서 동전을 하나 던져
넣었다. 단지 속으로는 전설과 반대로 이 거지같은 도시 로마에 다시는 올일이
없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면서  말이다. :P

그리고 나서 담배를 한대 맛나게 피워물고 있는데 갑자기 분수 앞에 모인 관광객
들이 탄성을 올리고 경찰관 하나가 호각을 삑삑 불기 시작하는 거다. 웬일인가
하고 보니까 .... 관광객들 중의 용기있는 연인 한 쌍이 트레비 분수 안으로 들어가
그 멋진 분수를 배경으로 열렬하게 키스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기저기에서
카메라 세례가 터지고 휘파람소리 박수소리가 막 뒤엉켜져서 안그래도 시끌벅적한
트레비 분수 앞은 완전히 축제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아마 내 인생에서 그보다
멋있는 키스는 다시 보기 어렵지 않을까? 하하....

얼굴이 시뻘겋게 열받은 경관이 분수안에 들어 왔을 때는 이미 그 멋있는 한쌍은
할일(?) 다 하고 팔을 크게 휘두르면서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헤헤...나도....
나중에 예쁜 아가씨랑 이곳으로 다시 신혼 여행을 와서 저렇게 한번 해봐? ^_^

그 다음 좋았던 기억은 베를린의 이집트 박물관에서..... 내가 이집트 박물관의
입구에 헐레벌떡 뛰어들어온 시간은 안타깝게도 마감시간 5분전의 빠듯한 시간
이었다. 입구의 표파는 곳은 이미 문을 닫아버렸고. :(

난감하게 서 있는 란다우를 보더니 관리인 쯤 되어 보이는 독일인이 와서 내게
말을 했다. 그 요지는.... 폐관시간이 5분 밖에 남지 않았으니 당신에게는 입장
료를 받지 않겠다. 대신에 이 박물관의 가장 유명한 소장품인 이집트의 `네펠티티'
여왕의 흉상만 보고 빨리 나오도록 하라. 그 흉상은 2층의 중앙전시실에 있다...

우와...란다우는 그만 뻑가고 말았다. 원칙과 융통성의 조화. :0

거기 폐관시간이 5시인가 그랬는데...아마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았으면 4시반에 
벌서 문을 닫아버렸을 것이다. 독일의 다른 지역 같았으면 아무리 5분전이래도
입장료는 입장료대로 받아먹고 5시 땡치면 나가라고 문닫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 베를린 에서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융통성을 살려서 손님에게 최대한
친절을 베푸는 것이었다. 

독일을 통일한 곳이.... 비엔나도 아니고 뮌헨도 아니고 라인란트도 아니고...
지리상으로 동북쪽에 치우쳐 있고 독일의 다른 곳에 비해 특별히 나을 것이 하나도
없는 베를린이었던 이유를 거기서 알았다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마지막으로 언급할 좋았던 곳은 하이델베르크. 옛날부터 란다우의 소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뭐냐하면... 하이델베르크 처럼 안온한 도시에서 켓티처럼 
예쁜 애인을 데리고 칼 하인리히 처럼 낭만적인 대학생활을 딱 1년만 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것이었다. ( 너무... 소녀취향인가? 하하하...)

어떤 무식한 녀석이 `황태자의 첫사랑' 이라는 촌스럽기 짝이 없는 제목을 붙여서
분위기를 많이 조졌지만 (원제는 Alt Heidelberg 영어로는 Old Heidelberg 정도...)
그래도 하이델베르크는 약간의 비장미와 낭만과 안온한 분위기가 적절히 섞여서
언제고 꼭 다시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내 기억에 남아 있다. 부슬비와 물안개
속에서 몰락해 버린 하이델베르크의 고성을 바라보는 맛이란......

사실 하이델베르크에 가면 별로 볼 것은 없지만 그 안온한 분위기 때문에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된다. 2차대전 때 영국과 독일이 서로 협정을 맺어 독일은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폭격하지 않는 대신에 영국은 독일의 쾰른과 하이델베르크
를 폭격하지 않기로 해서 위의 네 도시는 전쟁의 참화를 피해서 오늘날까지 
고전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던데.... 그런 면에서는 유럽애들 참
대단한 놈들이야.....:0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사람들이 하이델베르크를 구경할 때 다 고전적인 분위기의
옛날거리만을 구경하고 신시가지 쪽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신시가지
쪽으로 오면 단지 아늑한 대학도시 하이델베르크 만이 아니라 독일 생명과학의
중심지로서의 하이델베르크를 볼 수 있다. 신시가지 쪽에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새로이 지어진 이공계통 대학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 주로 생화학
생물학 생리학 약학 의학 등등 생명과학 계통의 학과와 연구소 부속병원 아동병원
막스 플랑크 연구소 등이 모여서 하나의 거대한 생명과학 연구타운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생명과학 계통만 해도 그 넓이와 크기가 서울대랑 맞먹을 정도.)

아마 의학 생물학 계통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하이델베르크는 완전히 천국일 거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가 하이델베르크는 독일 생명과학분야의 중추로서 세계적으로도
일급의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혹시 그 분야로 독일 유학을 생각하시는 분은
꼭 참고하시기를.....:)

to be continued...


                                            landau

                                   누가 나보고 한가지 삶을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말안장 위의 인생을 고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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