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2002년 9월 2일 월요일 오후 02시 07분 50초 제 목(Title): Re: 란다우님께 이거 물고 늘어지자는 것이 아니고,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드렸던 질문이 그만 꼬리에 꼬리는 무는 스레드를 탄생 시키게 됐습니다. 본의 아니게 -_-; 마지막 입장정리 하는 식으로 문외한의 궁금증을 요약하겠으니 법공부 하시는 분들 중에서 누군가 속시원히 설명해 주실 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파악한 `민노당 강령 위헌론'의 논리구조는 위에서부터 (대전제에서 소전제로) 순서대로 쓰면 이렇습니다. 1. 헌법에는 절대로 고칠 수 없는 부분 - 개정한계가 있다. (독일헌법학계의 학설. 한국 헌법 학계에서도 그대로 인정) 2.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헌법조항은 개정한계에 속한다. (한국헌법학계의 다수설) 3. 시장경제체제(자본주의)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속한다. (머니 게스트가 제시한 헌법재판소 판례) 4. 토지국유화는 시장경제체제의 사유재산권의 침해이며 시장경제의 부정이다. (이 부분은 aizoa vs 머니게스트 논쟁사항) 그래서 결론은 `민노당의 토지 국유화 강령은 위헌이다'라는 결론이고 그 논리의 흐름은 개정한계 > 민주적 기본질서 > 시장경제 > 토지는 사유재산 이란 순서를 밟고 있습니다. Roux님께서 써주신 글에서 `법조문의 해석(도그마틱?)은 법관의 판단에 따른다' 는 설명은 앞의 글에서 저도 썼고, 대학시절 법학개론 시간에 왜 재판이 생기 느냐에 대한 안 모 교수님의 설명을 들었을 때도 쉽사리 이해를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앞 글에서 썼듯이) (헌)법조문에 대한 법관의 해석과 판결이 개입될 수 있는 부분은 위의 논리 순서에서 2,3,4 번에 뿐이 라는 것이 저의 궁금증입니다. 일단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헌법조항이 있는 이상은 그 해석과 적용에 대해서 소수설도 있을 수 있고 다수설도 있을 수 있고, 판례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2,3,4 번은 제가 아는 법학상식으로는 법치주의에 반하지 않습니다. (물론, 법치주의에 합당하다고 해서 다수설이나 판결의 내용에까지 동의하는 것은 아님) 문제는 1번이죠. 처음 질문대로 `개정을 금하는 법이 없는데 어떻게 개정한계를 근거로 개정주장(개정논의)에 대해서 위헌판결을 내릴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이 보드에서 토의된 논의만 가지고 보면 민노당 강령 위헌론은 헌법의 개정한계를 제1의 대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정한계 자체가 (헌)법조문에 없습니다! 문외한이 보기에 이런 구조를 가진 `민노당 강령 위헌론'은 대전제부터 근거가 없는 논리로 생각되고, 개정한계론에 근거한 위헌판결이 난다면 법조문에도 없는 `학설'을 가지고 판결을 내리는 비법치주의적인 행동으로 여겨집니다. --;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신 혼빙간의 `기망'에 대한 판결의 경우, 어쨌건 이미 `혼빙간에 관한 법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 법조문 중의 `기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법관의 판단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사실 거의 모든 소송이 그런 과정을 따릅니다. 그러나 혼빙간은 이미 해당법률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볼 때, `개정한계 자체가 헌법에 없지 않은가?'하는 제 의문에 대한 답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 공산당의 해산명령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다고 전 생각합니다. 독일 공산당은 폭력 혁명론을 강령으로 채택했었고, 논리적으로 따져볼 때 (만약에 폭력혁명을 통해 집권을 하게 된다면) 집권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법률과 헌법을 위반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개정한계를 고려할 필요없이 근본적으로 위헌이죠. 헌법을 개정하기 전에 먼저 헌법을 위반하게 되니까요. 그러나 어떤 정당(민노당)이 합법적인 집권방법을 내세우고, 집권후 역시 합법적인 헌법개정을 통해서 기존의 헌법과 다른 어떤 정책(토지국유화)을 시행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지금의 헌법체계 상으로는 그것을 위헌이라고 판정할 수 없지 않은가 하는 것이 문외한의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위헌론의 대전제는 `개정한계설'인데, 개정한계론은 학계의 주장일 뿐이고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개정한계'란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예전 글에서 Roux 님 말씀하신대로, 이런 논리를 또 과다하게 확장하면 국민투표만 통과하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과격한 논리가 성립되기는 합니다. 인종차별주의적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한 다음, 헌법에서 국민투표로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조항을 폐기시켜 버리고, 법률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즉각추방하거나 집단수용하고 강제노동을 시키는 극단적인 사태가 일어나도 `합헌합법적'이 되어 버리는 사태가 일어납니다 (반세기 전에 나찌가 그랫듯이) 따라서 개정한계설의 이유는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만, 개정한계론을 구현하되 법치주의를 지키려면 (역시 앞서 말한대로) `헌법의 기본정신은 개정할 수 없다'는 구절이 헌법 어딘가에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요? 개정한계설의 좋은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고, 법률의 적용에 일정정도 법관의 해석(비록 그것이 권력의 시녀적 해석일지라도)이 개입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은 모두 `개정한계'가 헌법에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헌법에 없는 개정한계설을 대전제로 해서 위헌 판결이 나온다면 그 판결은 법치주의(또하나의 범할 수 없는 헌법정신이죠)에 반한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이런 논리로 재판에 임하면 99.9% 패소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긴 합니다) @ 아니 근데 어떤 한심한 인간이 만족설 같은 희한한 학설을 만들었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