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SNU ] in KIDS
글 쓴 이(By): chilly (봄을그리며)
날 짜 (Date): 2002년 2월 12일 화요일 오후 04시 08분 33초
제 목(Title): Re: 이공계 기피 현상


자본주의의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하시다 보면, 자본주의 생성이전의 중세
경제에 대한 호기심이나 동경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사실
중세 경제는 산업혁명 이후 현대까지 오는 시기보다 훨씬 긴 기간을 큰
변화없이 유지해 왔었으니.

그런데 결국 자본주의로 넘어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생산성 경쟁에서의
패배로 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자체를 옹호하는
시각에서 나온 얘기들입니다만..)

결국 자본을 바탕으로한 "세계의 공장"이 밀고 나온 물결에 모두 밀려다니다
생긴 모양들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 물결에 제일 많이 다친 사람들이 결국은 엔지니어들입니다. 중세의
장인들이고. 물론 이들이 신흥상공인 계층을 형성하기도 하고, 자본가로
합류한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 장인들, 특히 산업혁명의 앞선 물결을 타지
못한 사회의 장인들은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었지요.

산업(2차산업)은 그런 이유로 고도로 발전되어있습니다. 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고, 종사자들은 전문화, 분업화의 극치를 달리지요.

서비스업(의사, 변호사등은 아예 엔지니어랑 딴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의 경우는, 여러가지로 "열린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건 물론
앞서 논의된 기득권층의 농간때문입니다만) 따라서 종사자들의 전문화,
분업화가 잘 진행되어있지 않습니다. 경쟁이 제한되어 효율을 높일
필요가 없어진 탓이죠.

전 칩 설계하는 전기쟁이입니다만, 지난 백년정도 동안 전기공학의 발전은
(왜 전자공학아니냐고 따지지 맙시다)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쟁과
발전이 의료계에 있었다면. 그런 황당한 생각을 가끔 하게 됩니다.

다시 원래 수입 얘기로 돌아가서. 그럼 의료계에 열린 경쟁이 도입되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 2차 산업에 엔지니어가 당한 것과 똑같은 일을
의사들이 당하게 될 겁니다. 의사들의 봉급이 떨어지고, 의과대학도
일반 자연계열처럼 찬밥신세가 될 것이고. 의료 서비스의 질은..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면 떨어지겠지만 (한사람의 경륜에만
의존하는 재래식에선 말이죠) 새로운 의료서비스 제공 방법이 생겨나..
(예를 들면 검사 같은 건 전문화된 회사가 따로 있고, 의료서비스 제공의
첨단엔 서비스만 교육받은 인력이 담당하고, 의사들은 의료서비스의
database를 만들고, 관리하며, 이것을 보충하는 역할을 하게 되고..
즉, 의료라는 커다란 시스템의 부품으로 의사들이 들어가는 것이죠.
값비싼 의료장비들은 대여해 주는 회사가 생기고 하는 식으로 고정
비용을 줄이고..) 의료 서비스의 효율을 높이게 되면, 서비스의 질은
당연히 현저히 높아지고, 그 비용도 훨씬 떨어지게 됩니다.
(산업혁명이후 공산품 가격의 변화를 생각해 보면) 이러한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선, 법률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런건 이런 변화로 이익을 얻을 집단이
행동하지 않는한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변호사들
사회에선 이미 약간은 생겨났는데요, 그것이 law firm입니다. 그렇지만
그것 역시 아직 무한 경쟁이 아니라 (그걸 할 리가 없지요. 자기
이익을 해치는데) 아직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럼 다시 개개인의 수입으로 돌아가서. 결국 돈은 자본가가 먹습니다.
열심히 떠들어도, 돈은 자본가가 먹고. 의사도, 변호사도, 엔지니어도,
작은 파이조각에 만족하며 살아야 하고, 돈은 자본가가 먹는 것이
자본주의입니다.

그럼 자본주의하에선 사악한 돈만 판을 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그게 그냥 최고의 효율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그리 갈 수 밖에 없느냐.
전기쟁이한테 그걸 물으시면 안되고. 정부의 역할이 거기서 중요해 진다고
봅니다. 조세제도와 사회보장제도를 적절히 활용해서,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매기고(누진세: 국민연금의 반대 개념이라고 보심 되겠죠)
아무리 안 벌어도 굶어죽지는 않게 보장해주고. 거기까지 가주면, 국민의
인식수준이 문제가 되는 시점이 됩니다. 벌지 않아도 생활이 어느정도
유지가 되거나 저소득 직업을 가지는 것보다 심지어 더 낫다면 누가
일할려고 하겠느냐. 핀란드 같은 나라에서 들리는 얘기인데.

우리로선 그런 우려가 부러울 뿐입니다. 여기저기로 새는 돈만
해도 결식 아동 밥 잘 먹이는데 드는 돈의 몇만배라고 합니다.
..
김 규동 % Silicon Image, Inc. 1060 E. Arques av. Sunnyvale, CA 94085, USA
 chilly % Phone +1 408 616 4145 Fax +1 408 830 9530
Fabiano % http://www.iclab.snu.ac.kr/~chilly, chilly@siimage.com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