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민형) 날 짜 (Date): 1994년08월16일(화) 13시11분08초 KDT 제 목(Title): 다시... 서울역에서 만난 전경 제 글의 결론이 애매한 관계로 제게 메일을 보내신 몇 분들을 위해 이 글을 올립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껍데기의 모습이 아니란 거죠. 저는 민규를 때리고 달아난 백골단 녀석을 지금이라도 다시 만난다면 찔러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합니다. 한석이의 말대로 개새끼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는 놈이지요. 그렇지만 동시에... 그것조차도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임을 인정합니다. 제가 아는 인간은 그렇게 대단히 숭고한 존재가 아닙니다. 비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런 뒤틀린 모습이 눈에 걸린다 해서 곧 성급한 결론으로 몰고 갈 수는 없는 일이라는 거죠. 그 개새끼(알고보면 괜찮은 녀석일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녀석은 무척 나약하고 불쌍한 놈임에 틀림없다는...) 하나로 인해 전경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 없듯이 시위하는 학생들의 흥분된 모습이 눈에 거슬린다 해서 학생 운동 자체를 폭력잔치로 규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감정에 휩쓸리는 것은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상태에서 조급한 결론으로 치달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아직도 학생 운동의 순수성과 그 막강한 역량을 믿습니다. 명색뿐인 문민정부 보다는 그들을 믿지요. 돈과 총칼(부정하시겠습니까?)에 팔린 언론이 아무리 학생들에게 먹칠을 해도 아직 그들은 흽니다. 그날... 의료 봉사를 걷어치우고 다음날부터 저도 손에 돌을 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저는 그때의 젊었던 자신의 모습과 친구들을, 우리가 흘렸던 뜨거운 눈물을 잊지 못합니다. 말초적인 비난이 근본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변명같지만 위기감과 공포감, 광기, 분노... 에 사로잡힌 이들이 그렇게 숭고하고 도덕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