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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yi (이 승택)
날 짜 (Date): 1994년08월14일(일) 19시59분31초 KDT
제 목(Title): 서울대에서 박사학위 받을 정도면 ..


가끔 박사 과정중에 있는 친구들 소식을 접하면서 ..
예전에 석사 과정이었던 시절이 떠오른다. 또 그 시절의 박사 과정
선배님들의 모습도.

우리 연구실에는 '천재'급 박사 과정 형들이 많았다. 그들이 세미나
시간에 질문을 할라치면 앞에 서서 발표하는 나는 진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칫, 다 알면서도 질문을 하다니 .. 으 .."

그리고 회사에 가면서 생각하기를, 저런 능력있는 박사 과정 선배들이
한 두명만 회사에 가도 그 회사 금세 발전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그들이 부럽기도 했고 또 그런 선배가 있는 대학원이
자랑스럽기도 했다.

사실 서울 공대� 대학원의 수재들 사이에서 배우고 느낀 것을 회사에
와서는 전혀 얻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었기에, 실제 그러해도 별로 
실망하지 않았다. 단지 학교에서 더욱 발전하는 친구와 후배들이 때로는 
부럽기도 했다. 

그런데� ...

요즘 와서 그게 좀 헷갈린다. 알고 보니까 여기에도 엄청난 수퍼맨들이
많은 거다. 회사에 있으면서 실무 경험을 많이 쌓고 또 자신의 노력을
통해서 각 분야의 대가가 된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은 Unix와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거의 전 분야를, 그것도
아주 자세히 알고 있다. 난 도대체 그 사람이 어떻게 각 시스템
콜에 대한 리턴 값을 저렇게 자세히 외우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PC도 마찬가지이다. BIOS 코드를 책도 안보고 만드는 사람, 동시에
debug 프로그램 하나면 그 시스템을 뜯어보지도 않고 그 내부가
줄줄 나오는 사람.

반면에 학교에 가 보면, 공대에 있지만서도 .. 기계를 잘 모르고
이론만으로 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 그것도 중요하겠지 ...

난, 적어도 서울대, 특히 공대 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면 다음의
세가지는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건 지식과 기술, 그리고 경력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해보면, 전산과 예를 들어서 ...

첫째, 논문이다. 이건 최소한 국내 저널과 해외 conference에 실리는
수준이어야만 할 것이다.

둘째, 자기 이름을 걸고 쓴 책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그가 10년간
전산학을 하면서 배우고 깨우친 내용이 있을 것이며, 그럴 경우
책 한권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물론, 책을 쓴다는 것은
부수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지만 ... 그래도 10년이라는 세월은 그것을
커버해준다.

셋째, 자기 이름을 걸고 만든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건
기술과 경력/관록의 표현이다. 그래서 그걸 shareware로 해서 인터넷상에
등록시키는 거다. 당연히 남들이 받아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정도로.

그랬을 때 보다 멋지고 또 완벽해보이는 박사가 탄생하지 않을까?

(물론 힘들기야 내가 어찌 말로 표현하랴만은) 덜렁 논문 하나 쓰고
최고의 학위를 받았다고 하기에는 10~11년의 세월이 너무 길지 않을까?

그가 그런 오랜 시간을 들여 고생한 땀과 지식이 책과 프로그램으로
나올 때 공대 박사로서 ... 또 산업계와 학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써 자리 매김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상은  ... 친구들의 꾸준한 발전을 흐뭇하게 보고 있는 한 out-sider가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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