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U ] in KIDS 글 쓴 이(By): seagull (갈매기) 날 짜 (Date): 1994년08월13일(토) 00시40분58초 KDT 제 목(Title): 오랜만의 금요일 풍경... 학교에 돌아온 후 처음 옛날과 비슷한 금요일을 보는 것 같다. 금요일은 거의 언제나 데모하는 날이었지, 아마. 이상한건 토요일보다 그 다음주 월요일의 최류탄냄새가 더욱 심하다는 것... 1학년때는 학기초에 경험이 없다보니 월요일날 걸어서 학생회관까지 오다가 눈이 따가워 눈을 비벼서 엄청 고생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완전히 최류탄이 있는 지점을 지나서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을 때까지 눈을 비비면 안된다는 걸 아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쩌다 최류탄이 터지지 않는 금요일이면... 이상하다 웬일이지? 라는 생각이 들곤 했었고... 그러고 보니 학교로 돌아온 후, 최류탄냄새를 맡아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내가 볼때는 우리들이 호헌철폐를 외치던 87년과 별로 달라진게 없는 것 같은데도 학교에서 최류탄 냄새를 맡지 ㅎ을 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오랜만에 학생증 검사를 받으면서 낙성대에 잔뜩 모여있는 전경들을 보니, 그 해의 6월 18일이 생각난다. 내 기억에는 교문앞에서 학생과 전경(우리 학교앞의 전경)이 가장 사이가 좋았던 날이었다. 교문 거의 앞까지 스크럼을 짜고 걸어가고 있었고 교문앞의 그 넓은 찻길을 거의 채운 전경들은 긴장하고 있었다. 사실 전경들도 불쌍하지 뭐. 싸우고 싶어 싸우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교문 거의 앞에서 스크럼은 풀리고 모두들 시내로 가는 버스를, 지하철을 타려고 교문 양옆으로 흩어지자... 몇시간은 편하겠다는 생각에서인지, 싸우고 싶지 않았다는 마음의 표시인지 전경들은 편히 앉아서 박수와 환호를 보내었다. 그 환한 얼굴들... 우리가 왜 서로 싸워야하나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들어 주었고 전경들의 박수와 환호속에 시내로 향했었지. 나로서는 그때의 우리 동기에 비해선 별로 데모를 하진 않았지만... 그 몇번 안한 중에도 돌이나 화염병을 차마 들 수 없었던 것은 그때 그들의 박수와 환한 웃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시국은 어수선하니 아마도 한바탕 싸움이 있을 것 같고, 올바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서로 다치는 일이 가능한 한 줄어들었으면 한다. 옆에 동료가 피흘리며 쓰러지면 분한 마음이야 당연하겠지만, 그들도 이 땅의 미래를 이끌 젊은이들! 어쩔 수 없이 명령에 따라 싸우는 대리인이라는 걸 생각해서... 크게 다치는 불상사는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제발 더 이상의 열사도 생기지 말기를...... --- 낙성대에 일이 있어 잠시 나갔다가 길가에 앉아 있는 푸른 제복의 전경들을 보니 괜히 글이 써지네요. --- 최 용 환, the Seagu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