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08월12일(금) 20시08분34초 KDT 제 목(Title): 전경 과 학생 사이. 전경과 학생 사이에 뭐가 있을까? 5공시절의 대개의 시위행태를 기준으로 보면 "교문" 이라고 하는 것이 그럴 듯 한데... 나도 그냥 들은 것이지만 학생과 전경 사이에 이상한 것이 끼어드는 일도 가끔 있다. 6공 때인데, 어느 날 아크로폴리스에서 집회가 있고 학생들이 대오를 이룬다음 신나게 (?) 교문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전경들은 교문에 중무장을 하고 버티고 서 있고. 그런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반라 차림으로 전경과 학생 사이에 뛰어들더니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어요!" 하고 소리를 질러 댔단다. ( 여러분 혹시 몇년 전에 MBC 9시 뉴스에 갑자기 나타나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어요."해서 온 국민을 황당하게 만든 사람을 기억하시는지? 바로 그 사람이었답니다.) 전경 학생 공히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이게 왠 해프닝? 김이 빠진 양쪽은 그날 만큼은 충돌 없이 그대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단다. :P 학생들이 시위를 할 때면 전경 쪽에서는 선무 방송이란 것을 한다. 커다란 확성기를 단 차 안에 중대장 정도 되는 사람이 들어 앉아서는 마치 휴전선에서 대남, 대북 방송 하듯이 영양가 없는 소리를 떠들어 대는 것이다. 학생 여러분, 여러분의 본분은 학업입니다. 댁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 하세요...어쩌구 저쩌구... 내가 대학에 입학 하기도 전인 5공 시절 어느 날, 그날따라 유난히 데모가 길었던 모양이다. 날이 어두워 졌는데도 시위가 끝날 기미가 안 보이고 몇 시간씩 대치하다가 지쳐버린 우리의(?) 선무방송 담당자님... 이런 식으로 울화를 터뜨리고 말았단다. "서울대생 여러분, 나도 전 두환 나쁜 것 다 압니다. 알아요. 그러니 우리 오늘은 이정도로 하고 그만 돌아갑시다.........." 그 중대장 이것이 빌미가 되어서 잘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상황 자체가 너무 기가 막혀서 이 일이 사실인지는 조금 믿기 어렵다. 서울대 입구 역에서 지하철을 내리면 항상 무엇을 타고 가야할까가 고민거리다. 셔틀버스는 공짜고 학교 안까지 들어가 주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좀 길고, 좌석버스는 편하고 기다리는 일도 별로 없지만 비싸고, 일반버스는 금방타고 싼 값이지만 교문에서부터 그 먼 길을 걸어 들어가야하는 단점이 있으니까. 그런데 6.29 이전에는 이런 고려 사항에 한가지 덧붙여서 아침에 지하철 역에 내릴 때면 오늘이 시위가 있는 날인지 아닌지를 꼭 점검해 보아야 했다. 크건 작건 시위가 예정된 날이면 교문 앞에 전경이 수두룩 하게 깔려서 검문을 하는데 좌석버스하고 셔틀버스는 사람이 많으니까 검문하기 귀찮아서 그랬는지 전부다 교문 앞에서 강제 하차를 시키고 검문을 통과한 다음 걸어 들어 가게 만들었다. 일반 버스를 탄 사람들이야 다를 것이 없지만, 이런 날 시간을 들여 셔틀버스를 타거나 거금을 들여 좌석버스를 탄 사람들은 시쳇말로 돈 버리고 시간 버리고 엿 되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검문을 통과 하려면 학생증은 당연히 필수 였다. 오죽하면 내가 1학년 때는 학교 올 때 옷은 안 입고 와도 학생증은 꼭 가지고 와야 한다는 말이 다 있었겠는가. 내가 1학년 1학기 체육시간에 겪은 일은 아마 나만 겪은 일은 아닐 것이다. 체육 교수님이 출석을 부르는데... "000 학생!" "......" "교수님 걔 어제 불온 유인물 소지죄로 잡혀 들어 갔어요." "음....." "*** 학생!" "......" "그 친구 학생증을 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학교 못 들어 왔어요. 다시 갔다가 오려면 아마 시간 좀 걸릴 겁니다." "&&& 학생!" "......" "&&& 이는요.... 이대 축제 간다고 오늘 학교 안 온다던데요?" 간만에 전경들을 다시 만나니 하나도 안 좋았던 옛날이 다시 생각난다. 더구나 이 일이 총장각하께서 경찰에 요청을 해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하던데 어쩜 옛날의 그 뽀식이 총장 생각이 다시 떠오르는 걸까나.... May the force be with you ! LANDAU ( fermi@power1.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