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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1월25일(수) 22시10분58초 KST
제 목(Title): 결혼하는 꿈 



저는 원하기만 하면 다시 잠자리에 들어가 '계속편'을 꿀 수 있지요.

                                           - 어떤 분과의 대화에서



누군가의 글에서 읽은 이야기... 

어떤 사람이 꿈을 꾸었다. 자신이 대혁명 때의 프랑스 귀족이 되어 시민들에게 

체포된 후 몇 번이나 탈옥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한 끝에 마침내 단두대에서 

목이 잘리는 꿈. 칼날이 목을 치는 순간 소스라치며 잠에서 깬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천장의 판자 하나가 떨어져 자신의 목을 때린 후 바닥에 뒹굴어 있는 

거다. 설마 목이 잘리는 순간 기막힌 우연으로 판자가 떨어졌을 리는 없을 테니까...

아마 그 꿈은 그 판자가 떨어진 직후부터 역순으로 재구성되어가며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아직도 인간의 심리 작용은 신비의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많지만 그 판자가

떨어지고나서 놀라 일어나는 그 짧은 시간동안 어떻게 그런 길고 드라마틱한 꿈을 

꿀 수 있었을까... 너무 프로이트적인 생각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 긴 꿈이었다. 어머니께서 선을 보라고 하셨고 staire는 싫어요... 그러자 

어머니께선 그럼 결혼만 해라. 준비는 다 됐으니까... staire는 순순히 결혼하기로 

했다. 그거 참 별일이다. 



결혼식장은 의대 강당. 에구... 늦었다... 자신의 결혼식에 지각을 하다니. staire는

의대 옆에 붙어 있는 서울대 병원 13층에서 나선 계단을 미끄러지듯 달려내려가 

강당으로 향한다. (물론 서울대 병원에 나선 계단 같은 건 없다.) 삐삐가 울렸다. 

16째딸 짱가가 보낸 축하 삐삐... 언뜻 선배 누나의 얼굴이 비쳤다. 축하해...하며

손을 흔드시는. 그 누나는 3년을 사귀던 선배와 결혼할 뻔했다가 헤어진 분.



신부 대기실 창문을 통해 신부의 옆모습이 보였다. 면사포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누구인지 모르지. 선도 안 봤는걸... 그런데도 면사포를 걷으면 

아는 얼굴들 중의 하나가 나올 것같다. 신부 대기실 문 앞을 막아선 신부의 친구들,

모두 처음 보는 얼굴들인 그 아가씨들은 staire를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김춘수님의

싯구절이 떠오른다. 얼굴을 가린 나의 신부여...



잠을 깼다. 안돼. 난 그 얼굴을 봐야 해... 다시 잠을 청한다...



강당을 가득 메운 하객들. sunah님, peterk, Gentle님등 아는 얼굴들과 고등학교 

이후 못 만났던 수많은 그리운 이들. 의대 친구들과 17명의 딸들. 그런데 신부는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아니다. 이곳은 의대 강당이 아니라 버들골이다. 경사진 땅에 간신히 놓여진 

테이블과 의자... 하객들의 옷자락을 날리는 바람... 그리고 파도 소리... 

파도 소리? 그렇다... 여긴 부산의 내 집앞 광안리 백사장이다. 연이와 손을 잡고

밤바람을 맞으며 말없이 앉아 있던... 우리가 드보르작 8번을 연습하던 87년, 아직 

신입생이던 연이가 저기 앉아 있었지... 강당에... 하하... 다시 의대 강당이군. 

그럼 이제 곧 신부의 얼굴을 볼 수 있겠지. 결혼은 안중에도 없다. 궁금한 것은 

신부의 얼굴뿐...



... 누가 내 뒷머리를 때린다. 그래... 서울역에서 만난 전경이다. 악수를 청하던

민규를 외면하고 돌아서다 갑자기 곤봉을 꺼내들던... '강민형. 당신을 교수님께 

대든 죄로 체포한다...'



잠이 완전히 깨어버린 staire는 얼얼한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무엇이 자신을 때렸는지

찾고 있었다... 바보같이...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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