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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ulstuf (그린~)
날 짜 (Date): 1994년12월18일(일) 13시52분08초 KST
제 목(Title): [신문]우조교사건 항소심...


 다음은 주간조선에 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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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아직도 끝나지 않은 「성희롱」...열기띤 항소심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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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아까 분명히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선생님은 왜 말꼬리를
잡고 깐죽깐죽거리는 겁니까.}.

     증인의 변호인에 대한 공격에 방청석에서 응수가 터져나왔다.

     {깐죽깐죽이 뭐야!}.

     지난 4월, 전국에 [성희롱] 논의를 불러일으켰던 서울대 NMR(핵자
기공명 분광기)조교 성희롱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본격적
인 난전이 진행 중이다. 특히 양측 증인들은 상대측 변호인과의 언쟁을
피하지 않는 적극성을 보이며 법정을 더욱 달구고 있다.

     12월 6일 오후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박용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서울대 성희롱 사건에 대한 항소심 4번째 공판. 보통 때라면 법정
이  닫힐 시간인 오후 5시임에도 방청객들이 자리를 꽉 메운채 원고 우
모씨(27)측 증인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사건 대책위원장] 한모씨(27)와
피고  신모교수(53)측 증인 강모씨(전주대 교수)에 대한 신문이 이어졌
다.

     이날 피고측 증인으로 등장한 강씨는 [폭탄 선언]을 했다.

     {성희롱에 관한 대자보가  붙기  1주일 전쯤, 그게 금요일이었죠.

교내 등나무 아래에서 우조교와 류모군을 만났습니다.  이때 [부당하게
해고돼  소송을 내려고 한다]는 얘기와 신교수가 이전 조교 안모씨에게
성희롱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직접 성희롱을 당
했느냐]고 세번이나 묻자 우조교가 [당한 일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증인신문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도록 질문이 짜여져 있게 마련.  그러나 이날 편지지 10여
장에  뭔가를 잔뜩 메모해온 강씨는 피고측 변호인의 질문 한마디 한마
디마다 한참동안 [강의식 증언]을 했다.

     {그럼 왜 상관도 없는 남의 일을 가지고 소송을 냅니까.}.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변리사 시험준비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NMR조교가 얼마나 편한 일입니까.}.

     우조교를  지지하는 학생 등 방청객으로부터  야유가 터져나왔다.

그러자  강씨는 {편한 일입니다. 이건 1심에서 원고가 한 말이에요. 소
송기록에 있더군요}하고 바로 맞받아쳤다.

     이에 대한 우조교측의 반격은 무려 2시간 동안이나 진행됐다.

     {증인은 아주 날짜 기억을 잘하시는군요. 증인이 원고와 만난것이
언제인가요.}.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대자보가 붙기 일주일전쯤 금요일이라고
요.}.

     {대자보가 붙은 날은 화요일입니다. 화요일의 일주일 전이 어떻게
금요일이 됩니까.}.

     {전 분명히 일주일 전 [쯤]이라고 말했습니다.   질문을 이상하게
돌리지 마십시오.}.

     {좋습니다. 그럼 그날 식사는 어디서 하셨나요.}
     {자하연 근처 학교식당에서 했습니다.}.

     {그럼 증인께서는 학교 식당이 당시 광복절을 전후해서 문을 닫은
사실도 알고 계십니까.}.

     이때 피고측 신교수로부터 강씨에게 쪽지가 전달됐다.  이 쪽지를
두고 법정은 또 다시 시끄러워졌다.   쪽지의 내용은 {당시 학교식당이
열려있었다}는 것.  강씨는 {쪽지 내용과는 관계없이 하여간 저는 그날
학교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우씨를 만났습니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원고측은 증인 강씨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

     {증인이 들고 있는 쪽지를 보니 여러가지가 적혀 있군요. 그 쪽지
에는 문항별로 적혀 있는데 도대체 뭡니까.  더군다나 반대심문까지 번
호별로 적혀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그동안 조사해온 것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리고
반대심문은 예상해 적은 것입니다. 예측한 것이 한 문제 맞았어요.}.

     {증인은 나오기 전에 피고와 진술내용에 대해 의논을 했나요.}
     {일부만 했습니다.}
     이날 원고측은 강씨가 신교수와 답변내용을 의논한 것은 물론,1심
소송기록까지  보고 모범답안을 작성했기 때문에 강씨의 증언을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강씨에 대한 신문을 마쳤다.     원고 우조교는
재판이  끝날 무렵 피고측 요청으로 신문석에 직접 등장, {강씨를 만난
일은 있으나 7월초였으며  당시 [성희롱을 당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
을 들은 일도, 대답을 한 일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8시가넘어서 끝났다.   무려 3시간 동안의 마라톤 재
판.     원교 우조교는 방청석 앞줄 가운데서 때론 메모를 하기도 하고
변호인에게 무엇인가를 말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또 피
고 신교수는 두번째 줄 모퉁이에 앉아 재판을 방청했다.  3시간여의 긴
재판임에도 분위기는 시종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  방청석에서는 학생, 여성단체들의 방청객이 우조교를 응원, 신교수
측에 유리한 증언이 나올 때는 가벼운 조소와 야유가 흘러나왔다. 바람
직한 방청 자세인가의 문제를 떠난다면 [뜨거운] 법정 풍경이었다.

     지난 4월 18일 서울민사지법 합의18부(재판장 박장우 부장판사)가
NMR기기 교육시의 포옹하는 듯한 자세, 입방식 및 산책 제의 등 신교수
의 우씨에 대한 성희롱과 이에 응하지 않은데 대한 보복차원의 조교 재
임용탈락을 인정해 {피고는 원고 우씨에게 3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이후 재판은 더욱 더 치열한 양상을 띠고있다.

               ###  신교수 1심과 달리 공격적 대응 ###.

     보통 원고·피고측의 주장은 1심에서 다 등장, 항소심에선 추가증
거와 정황증거 정도만 논란이 되지만 아직도 이 공판이 열기를 띠는 이
유는 뭘까.   그것은 [성희롱]이란 상징적인 의미 외에, 1심 때는 거의
대응을 하지 않았던 신교수측의 공격적 대응과 적극적인 증인들의 등장
이다.

     신교수는 1심에서 패소한 후 {1심에서는 소송이 제기된 것 자체가
부끄러워  나서지 않았으나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선전포고], 1심
판결문을 조목조목 분석한 4백여쪽의 자료를 만드는 등 적극 반격에 나
섰다.     변호인도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출신으로 교체, 만전의
태세를 갖췄다.

     신교수가 2심에서 중점적으로 주장하고 있는것은 우씨와 신교수와
의 관계는 일반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사제관계가 아니며 NMR조교란 단
순히 기계작동을 위한 오퍼레이터일뿐이라는 것.  지금까지 실험실에서
근무한 유급조교들은 대부분이  1년을 넘겨 고용한 일이 없으며(10년간
65명중  1년이하 근무가 55명), 우씨의 경우  다른 교수, 학생들로부터
근무태도가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재임용하지 않았다는 것 등의
내용.

     이에 맞선 우조교측도 1심의 일부 승소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우조교측은  1심에서 주장했던 국가와 학교당국의 감독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으나 직장내 성희롱 근절을 위해 관리자인 학교와 국가의 감독책임
이 인정돼야 한다는 점,   수개월동안 성희롱을 당하고 이를 거절한 뒤
받은 박대, 정신적 고통을 감안하면 1심의 배상금 3천만원은 너무 적다
는 점 등을 주장하고 있다.  또 원고, 피고뿐만 아니라 2심재판에 등장
하고있는 증인들 역시 적극적으로 법정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8월23일의 2차공판에 등장한 진모씨(33·미국 유학중)는 {당
시  NMR기기실의 구조로 신체접촉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증언을 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귀국했다.

     6일  등장한 원고측 증인 한모씨 역시 원고측 변호인의 {대책위원
회가 교수들을 조사할  수  있도록  교칙에 정한 기구였느냐}는 질문에
{아닙니다. 그러나 성희롱을 할 수 있게 한 교칙도 없습니다}고 대답하
는 등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한씨에 이어
등장한 강씨는 마치 강단에  선 것처럼 자신있는 증언을 했으며 재판이
끝나갈  무렵 {그러니까 급기야는…… Finally!}라고 말하는 등 파격적
인 모습도 보였다.

     사실  증인은 자신의 기억에 따라서만 진술해야 하며 증인 자신의
견해는 중요치 않다. 또 원고, 피고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증인은 신뢰
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과도한 증언] 등이 결코 자신이 옳다고 믿
는측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객관적 물증
등이 나올 수 없는 점을 감안한다면 증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재판
의 중요한 변수.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 지난 10월 1일에는 NMR기기
실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외국의 성희롱 사례와 관련 판결 등
제출을 변호인들에게 요구했으며 성희롱의 폐해 등에 대해 정무2장관실
에 자문을 요청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충분히 기간을 두고 양측의 증인신청을 될 수 있는대로
모두 인정, 필요한 모든 진술을 듣겠다는 입장이므로 이번 재판의 결말
은 상당기간이 지나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결과야 어떻게 나
오든  직장의 성희롱에 대해서 공개적인 논의 기회를 갖고 법원의 판단
을 받게됐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재판이 될 것이라는게 법조계의 일치된
의견이다.

<최흡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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