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11월27일(일) 23시55분36초 KST 제 목(Title): 말이 씨가 된다. 내가 대학교 1학년때 일반화학을 들었던 화학과의 주광렬 교수님은 인자한 인상에 여유로운 강의, 그리고 화학과에서는 보기드문(?) 너그러움 때문에 인상에 남는 분이시다. 학생들과는 상당히 친근하게 지내셨는데, 어느 날인가 이런 농담을 하셨다. "내가 말이야...처음에 서울대 교수 됐을 때 친구들이 나보고 말하기를 너는 앞으로 돈 잘 벌일은 없겠지만 공기 좋은 데 사니까 오래는 살겠다~~ 그러더라구. 나도 그 말이 싫지 않았는데 요 몇해는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 최루탄을 맞으니 너네들 때문에 오래 살기는 틀렸다. 내가 빨리 죽으면 다 너네들 탓이야! 알간?" 그때는 6월항쟁을 코 앞에 두었던 87년 1학기.....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시위가 있었고 학교교문 앞은 늘 최루탄 특유의 알싸한 내음으로 덮여 있던 시절이었다. 오죽했으면 ... 당시에는 교문에서 학교로 걸어 올라오는 길가에 사루비아가 있었는데 어느날 내가 제멋에 겨워 그 사루비아를 따서 꿀을 빨아 먹으려고 하니까 같이 가던 동기놈이 "다우야, 먹지마. 그 사루비아 몇년째 최루탄 먹고 자란 거 아니냐?" 하고 나를 말렸을까? 당시 40대 초반이시던 주 교수님이 그런 소리를 하시니까 우리는 속으로 '수업하기 싫으시니까 별 소리를 다 하시네.'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내가 대학 4학년 때 한창 대학원 입시 마무리에 열중하고 있을 때 '서울대 소식' 지를 보니까....주 광렬 교수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부음이 나와 있었다. :0 그렇게 빨리 요절하시다니.... 공연히 그 때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라서 이상하게 죄송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정말 죽고사는 문제만큼은...함부로 입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왠일인지 오늘 오후에 그 화학 교수님이 생각난다.. * 고 주 광렬 교수님에게.... -- landau Physics makes world go arou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