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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Renoir (르놔르~)
날 짜 (Date): 1994년11월28일(월) 01시10분15초 KST
제 목(Title): 내가 시험 보던날...(SAT)




난 고등학교를 한국에서 2년동안이나 다니고 미국에 오게 되었다. 

선생님들과 별로 좋지 않은 감정들을 가지고 (특히 담임 선생님과...)

미국에서는 새로운 생활을 열겠다고 다짐하고 미국으로 건너왔었다. 

대학 응시의 성격상, 고등학교 2학년때 모든 걸 다해야 했기 때문에

학년을 낮추어 들어가게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으로... 

처음 한동안은 아무것도 모르고 지내다가, 처음으로 보게 된 SAT문제지... 

수학이야, 뭐 한국에서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이면 다 맞을 수 있을 만큼

쉬웠지만, 생전 처음 보는 단어들에 황당함을 느꼈었다.  

그래서, 아마 난 고등학교 때는 영어 공부외에는 기억나는 게 없을 정도로

영어에만 집착했던 것 같다.  그 유명하다는 Word Power Made Easy를 

두세번 걸쳐서 정독을 하고...  많은 문제들을 풀고... 

처음에는, "한국에서 우리말로 쉽게 할 수 있었던 공부를 여기서는 몇배 더 힘들게

왜 이 고생을 하러 미국에 왔는지 모르겠다" 고 혼자서 한탄하며 세월을 

보낸적도 있었지만... 

11학년(고등학교 2학년)의 첫 학기가 끝난 후에는 거의 매 달 주말마다

Standardized Tests ( TOEFL, Achievement Test<과목별 시험> ACT)등을

치뤘었다.  

그렇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치뤘던 SAT시험... 

12학년 첫 학기가 끝나기 전에 모든 입학 서류와 시험 점수들을 대학에 보냈어야 

했는데, SAT가 내가 사는 주에서는 11월 말에 치는 시험이 첫 시험이어서

조금은 곤란했었다.  미국에 온지 한 일년 정도 밖에 안되었을 때니 

카운슬러는 그냥 대충 시험 보고 SAT를 require하지 않는 작은 학교나 가라고 말 

했었지만, 난 고집이 있는 놈이어서... 

... 

하여간, 10월에 시험을 치룰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뛸 듯이 기뻤다.

미국 전역에서 딱 두 주... 캘리포니아와 펜실베니아... 

시험 보기 바로 전 날 밤 아버지와 함께 펜실베니아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무려 6시간 동안이나 얘기 하며 갔었던 일이 생각이 난다. 

아마 아버지의 그런 정성이 없었으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을지... 

난, 날 아는 모든 사람들의 기도에 힘입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점수를

그 시험에서 얻었다.  때아니게 추웠던 10월 말 (영하 10도쯤였을거다)

밖에서 시험이 끝나는 거의 4시간 동안 기다리셨던 아버지... 

집에서 기도드리셨을 어머니와 동생... 

시험을 너무 잘 본것 같다며 씨익 웃는 내 머리에 손을 쓰다듬어 주시던 아버지의

손길이 ...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난... 

내 사춘기 시절을 눈물속에서 보냈지만,

결코 나 혼자만 흘린게 아니란걸, 그 때 처음 깨달았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고, 한치 앞의 일도 헤아릴 수 없었던 그때... 

어쩌면, 내 능력의 한계를 알아내 버리고 만 지금 보다는 훨씬 

즐거웠던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르놔르~

오늘 우리가 진리로 분명 알 수 있는 것은,    |  ......인터넷 공식 수도승......
태어났다는 것과 살아 있다는 것              |              르놔르~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될것이라는 것 뿐이다.  |       hpkim@Athana.MIT.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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