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ARAMIS (아라미스) 날 짜 (Date): 1994년11월22일(화) 11시55분33초 KST 제 목(Title): 구둣방 할아버지와 공깡 서울대의 문턱을 처음 넘어 캠퍼스에 들어가 본 것은 내가 고등학교 2학년 가을이었다. 그전에도 엄마 아빠 손 잡고 관악산 등산가서 휑하니 멋없는 캠퍼스를 내려다보던 기억이 있었지만 직접 대문을 지나서 강의실까지 들어가 본 것은 고등학교 2학년때 무슨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라고 28동 301호에서 시험을 보았던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난 학력고사도 그 지긋지긋한 28동 301호에서 봐야 했다. 무슨 우연인지...) 그로부터 2년동안 관악 캠퍼스를 돌아다녔다. 학교 구석구석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곳이 없지만 이상하게 난 항상 그 캠퍼스가 낯이 설었다. 마치 남의 학교에, 남의 교실에 와 있는 듯한 기분. 얼마전 다시 관악을 찾아갔던 적이 있다. 못보던 건물들이 몇개 더 생겼고 식당 밥값이 훨씬 올랐다는 사실 말고는 그리 달라진 것이라곤 없었지만 여전히 그 캠퍼스는 나에게 낯설었다. 문득 오늘 구둣방 할아버지 이야기와 공깡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갖고있는 추억이라는 무엇은 눈 앞에 보이는 캠퍼스의 구석구석 그 자체와는 사뭇 다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대치되어질 수 없는 거 그런 거 말이다. 그럼에도 알지 못할 관악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은 연건에 와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의와는 상관없이 짐지워진 것일지 모른다. 가끔씩 시간이 나거나 연건 도서관이 노는 때면 이유도 없이 짐을 꾸려 관악으로 발길을 옮기게 하는 그런 잉그램 같은 짐. 가끔씩은 족구하다가 공이 굴러가면 어디 좀 다른 데 가서 할 수 없냐며 역정을 내시던 그 할아버지 생각. 지금은 없어진 50원을 더내면 먹음직스런 날계란을 풀어 얹어주던 지하식당의 200원짜리 라면 생각. 2년동안의 추억이라고 치기에는 믿기지 않을만큼의 이야기들. 그러나 막상 그 추억을 생각하면서 실실 웃음지면서 찾아간 캠퍼스에서는 저만치 떨어져있는(산유화 표절임) 추억과 그 현장과의 거리를 사뭇 실감해야 하는데. 점심시간이 다 되어간다. 문득 공깡의 그 짜장면이 먹고 싶어진다. (요즘도 그 엉터리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파는지...) --------------------------------oooO---Oooo--------- To write a good prose,....is a matter of manne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