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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seagull (갈매기)
날 짜 (Date): 1994년11월15일(화) 01시14분14초 KST
제 목(Title): 내가 느낀 우리학교의 전통!


보통 우리학교의 전통이라면...

그런게 있나????하고 생각들 할 것이다.

사실 나도 잠시 학교를 떠나기 전까지는 전혀 못느꼈으니까...

이젠 제법 오래된 학교임에도 쉽사리 우리학교의 전통은 이러하다...라고 할 만한

걸 느끼기가 어렵다. 

특히나 우리학교 안만 보고있을 때는...

기껏해야 고대는 막걸리, 연대는 맥주, 우리는 소주... 이 정도이지만...

이것도 꼭 그렇다고 말하긴 그렇고...  상황도 변하고...



내가 느낀 우리학교의 전통은 한마디로

'자유스럽다'는 것이다.

즉 뚜렷한 전통이 없다.

정말 자유스럽다.

나가기 전에는 잘 못 느낀다.

학부때 교수님들이 이거해라 저거해라...라는 식의 간섭(?)이 없는 거야 뭐 학부니

까...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대학원에서도 그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학생에 대한 교수님의 지시, 혹은 간섭은 실험실마다 다르다, 물론...

따라서 다른 곳보다 더 심한 곳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론 엄청 널널하다.

가끔씩 다른 곳의 친구들이랑 얘기할 때는 황당해지는 것 중의 하나가...

내가 생각할 때 쓸데없는 교수님의 간섭, 혹은 선배의 간섭(요건 거의 없지만...)

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

그건 선후배의 관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쁘게 말하면 무관심이랄 수도 있지만...

선배가 후배가 결정해야할 일들을 이래라 저래라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우스개처럼 들릴 얘기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그런지 학점이 높고 낮은 차이는 있는지 몰라도...

자기일을 자기가 알아서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제법 높은 편이다.

물론 주장이 너무 강해서 물의를 빚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여전히 고등학생의 때를 못벗는 애들도 있긴 하지만...



시키는 사람이 워낙에 없다보니까...

안시켜도 알아서 찾아하는 능력이 늘었달까...

반면에 안좋은 면도 있는 것 같다.

누가 시켜서 하는 걸 너무 싫어한다는 것!

그래서 밖에서 종종 건방지단 말도 듣고...


사실 위에 말한 것들을 제대로 느낀 건 지금 나의 룸메이트인 형에게 듣고서다.

그 형은 다른 학교를 나와서는 지금 우리학교 석사과정 졸업반인데...

처음에 적응이 쉽지않더란다.

뭐해라는 말이 나올 줄 알고 기다려도...

끝까지 그런게 없더란다.

처음엔 '본교출신'이 아니라고 차별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자기는 그래도 반년정도 지나서 적응이 되더란다.

하긴 그형은 문과니까 더더욱 자기가 알아서 해야 되는 분위기가 심했을 것이다.

공대라고 별 다른 건 역시 아니다.

기껏해야 실험테마나 교수가 던져준다.

실험실마다 교수가 엄청 압박을 가하는 경우도 있긴 있지만...

또 선배가 간섭을 하는 경우도...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엄청 널널하다.

왜 쓸데없이 간섭을 해야하느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자기일 자기가 알아서 해야지 내가 뭐라고 이래라 저래라 해야 되느냐는...

또 학생자체가 다른 사람이 간섭하는 걸 싫어한다.

안 좋게 보자면 건방이고 좋게 보자면 자율이다.

대학원에서 한팀이 하나의 주제를 연구하는 걸 보기가 어렵다.

우리 과의 경우, 대학원생 한명당 한개의 테마가 있다.

우리 실험실만이 아니고 다른 실험실도...

사실 그러니까 열심히 하고 안하고는 자기일인 것이다.

그리고 조금만 지나면 자기 실험에서야 자기가 가장 잘 아니깐...



우리 과에 나랑 학번(학부 그리고 대학원)이 같은 다른 학교출신의 친구가 있다.

이 친구도 내 룸메이트 형이랑 비슷한 얘기를 한다.

작년에 실험실에 와도 테마만 주고 뭐해란 얘기도 없고...해서 한동안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타대출신이라 차별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었다고...

근데 가만히 보니까...

자기랑 같이 들어온 다른 애들도 답답하면 자기가 선배한테 가서 귀찮게 굴고...

필요한 지식이나 실험기법을 알아내고, 어떤 논문을 봐야될 지 등등... 알아내지

가만히 있는데 선배가 가서 이거 읽어라, 이거 해라... 하는 일이 없더란다.

당연하지!

결국은 첨에 쓸데없이 오해했다는 걸 알고는 잘 적응하고...

곧 나랑 함께 졸업한다. 아니지... 난 졸업 못 할 지도 모른다.


왜 이글을 쓰냐하면......

지금은 적응했을 94들이야 별로 신경쓸 일이 없을 것이고...

이제 내년에 신입생이 들어오면 미리 알고 있는게 적응하기 쉬울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선배가 어느정도 도움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결정은 자기가 해야 한다.

어떻게 하는가...만이 아니고,

뭘 할 것인가...도 자기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수강신청조차도...

선배나 주위사람이 줄 수 있는 건 단지 좀 더 정확한 정보에 불과하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여기로 대학원을 들어올 많은 분들도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있는게 쉽게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차별같은 건 안한다. 사실 그런 것까지 신경 쓰지도 않는다.

자기가 찾아서 해야 된다.

이미 들어온 이상은 서울대생이다.

남의 집에 온 것처럼 누가 밥상 차려주겠지...하다간 굶어죽는다.

남의 집에 온 것처럼 누가 물떠다주겠지...하다간 목말라 죽는다.

이미 여러분의 학교고... 여러분도 여기 주인의 한사람이다.

필요한 건 직접 찾아서 해결해야지.

이거 학부다르다고 차별하는 것 아냐...하다간 아까운 시간과 정신만 

쓸데없이 허비하게 된다.


갈매기랑 갈매기 주위에 있는 일부만이 인정하는 답인진 모르지만...

서울대에는 전통이 없다.

그게 전통이다.

그냥 사막에 던져놓고 알아서 살아나올 수 있는 능력을 나름대로 얻게 할 뿐이다.

절벽에서 밀어놓고 자기힘으로 기어나오길 기다릴 뿐이다.



   -- 음냐... 근데 갈매기는 그 절벽에서 떨어져가지곤 전치 4주의 중상을 

      입기도 했어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들 하시는지...

      꼭 좋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나쁘다는 생각도 안들거든요.

      에구... 졸업해서 학교를 떠나야 할 때가 다가오니까....

      요런 글이나 써지는 것 같네요.

      딴에는 그냥 있는 현상을 말하는 걸로 그치려고 노력했는데...

      어떨 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모르게 팔이 안으로 굽었는지도...

      그냥 갈매기는 자기학교를 매우 좋아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구나...하고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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