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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11월08일(화) 02시07분49초 KST
제 목(Title): 왜 석사논문은 항상 빠꾸인가?



석사 논문은 늘 빠꾸 맞는다. 아무리 재주좋은 우수한 학생도 반드시 빠꾸 
맞는다. 졸업시즌을 맞이해서 지금 이 키즈에는 여기저기에 논문때문에
죽도록 고생하는 사람들의 포스팅이 널려 있고, 그 고생의 대부분은 주로
틀림없이 갈때는 하얀색이던 논문초고가 돌아올때는 새빨간 바탕으로
돌아온다는 데에 있다.

차라리...실험결과가 문제라던가 계산이 틀렸다던가 하면 시키는대로 고치면
되지만 결국에는 같은 말인 것을 표현이 틀렸다던가 아니면 논문구조 자체가
잘못 되었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에 대해서 물고 늘어지면 정말 쓰는 사람
으로서는 피곤하고 괴롭기 짝이 없는 일이다.

왜 석사논문은 늘 빠구를 맞는 것일까? 모든 석사과정 말년생들이 능력이
부족해서인가? 그러면서도 왜 항상 행정적인 데드 라인 (논문제출기한 같은 
것.) 이 되면 결국 어찌어찌 통과가 되는 것일까?

논문을 쓰면서 죽도록 고생했던 란다우는 늘 후배들에게 이런 농담을 하곤 한다.

"얘들아, 석사학위는 포커 쳐서 딸 수 있는 게 아니란다."

(군대에서 쓰는 농담인 "쏘위 계급장은 고도리쳐서 딸 수 있는 게 아니다."
 라는 말을 바꾼 것임.)

내가 논문을 쓰면서 몇가지 느꼈던 점 가운데 하나는 .... 교수님들은 학생들의
논문은 일단 빠꾸시키고 본다는 것이었다. 그게 논문을 쓰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교육시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일종의 권위주의 인지는 모르겠지만
교수님들은 행정적인 이유때문에 도저히 더 이상 붙잡고 있을 수 없을 때까지
학생들의 논문을 붙잡고 놓아 주지를 않는다.

나는 논문을 조금 빨리 쓴 편이었는데...뭐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잘 쓴 논문은 
아니었다. (내가 데이타 포인트를 한개 조작한 것을 알면 김 XX 총장이 내
학위증 취소시킬라나?) 근데... 이놈의 논문이 계속 빠꾸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대충 한 열번은 빠꾸를 맞은 거 같다. 그거야 내가 글을 못쓰는 탓이라고?
끝까지 들어 봐요.....

나는 영어로 논문을 썼는데, (모..내가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고 우리교수님의
원칙이다. 석사졸업하면서 반드시 영어논문을 한 번 써봐야 한다는...)
계속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빠꾸를 먹었다. 문법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고
'적절하지 못한 표현' 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교수님은 적절치 못한 표현에는 대안을 제시하여 주셨기 때문에 어떤 부분은 
내가 고쳐야 했지만 어떤 부분은 시키는대로 타이핑만 하면 되었다.
근데 재미난 것은 수정본을 가지고 가면 교수님께서 고쳐주신 부분이 말썽을
일으켜서 또 재수정을 해야 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교수님이 여기는
이러이러하게 고쳐라....하시길래 시키는 대로 고쳐가면, 바로 그 부분을
지적하시면서 이 부분이 틀려 먹었어! 누가 이렇게 쓰라고 하더냐?....
이러시는 것이다. (모...교수님도 바쁘셔서 정신이 없으시고 학생도 나만이
아니니까 이해할 수 있지요.) 

가장 황당했던 부분은 논문의 키포인트가 되는 문장이었는데, 
내가 한 일이 좀 아리까리한 데가 있어서 나는 논문의 주제를 한 문단안에
압축시키는데 굉장히 애를 먹었다. 내가 써간 원본은 무참히 박살이 났고
예닐곱번의 수정을 거쳐야 했는데 (물론 그 사이에 혼쭐이 여러번 나고...)
글쎄...최종수정본을 원본이랑 비교해보니까 결론부분은 내가 첨에 썼던
것이랑 거의 똑 같은 것이었다...! 결국 돌고돌다 보니 원점으로 회귀한 것이다.

그래도 나는 논문을 일찍 쓰는 바람에 다행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게으름을 부리다가 제출기한 직전에야 초고를 완성한 동기생을 보며 안스러움을
느꼈었다. 쯔쯔...저 친구 지금에야 초고를 들고 가면 완전히 개박살이 되어서
돌아올텐데.... 워낙 급히 쓰는 바람에 스펠링 틀린곳이나 문법이 말이 안 되는
부분이 널려 있었다.

근데...근데..그 친구� 단번에 패스가 된 것이다! 으악.....

결국 초고를 일찍 완성하나 늦게 완성하나 우리 연구실 동기생들은 모두
제출기한마감 직전날 통과되었다. 일찍 쓴 놈들은 여러번 깨졌고 나중에
쓴 놈들은 적게 깨진 상태로 말이다...:)

아무리 잘써도 교수님들이 보시기에는 뭔가 미덥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기한을 넘기면 안 되니까 맘에 안들어도 기한이 닥치면 통과시켜준다.

(결과가 부실하다면 몰라도 문장때문에 통과 안 시킬수는 없으니깐...)

따라서 본인의 피나는(?)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이제 석사말년 여러분에게
드리고자 한다. ^_^

1. 빨리 논문쓰고 다른 일 할 생각하지말고 가능한한 늦게 초고를 내라.
   그게 덜 깨지고 정신건강에도 이롭다.

2. 어차피 논문은 막판까지 빠꾸 먹게 되어 있다. 이번에 잘쓰면 그냥 통과
   되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은 버려라. 괜히 스트레스만 쌓이고 실망감만
   생긴다. 99% 의 확률로 재수정해야 한다.

3. 스스로의 능력에 회의를 가질 필요 없다. 수석하는 놈이나 꼴찌하는 놈이나
   논문에서 빠꾸 먹는 것은 똑 같다.

오늘 밤에도 헛된(?) 희망을 품고 워드를 두들기고 계실 수많은 석사말년차들의
졸업전선에 화창한 날씨가 계속 되기를 바라면서.....:P


+++솼궧�sw喩7~�-�

                                                  landau

                                      오이 냉채 같은 글을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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