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U ] in KIDS 글 쓴 이(By): arche (기마토끼) 날 짜 (Date): 1994년08월03일(수) 07시01분36초 KDT 제 목(Title): 여자 이야기 나는 아가들에게 까꿍, 까르르, 응아아아아꿍, 쭈쭈쭈..., 까까..., 엄___________마! 이런 아가말들을 잘 해 주지 못한다. 표정을 마구 구겨서, 우스꽝스럽거나, 무서운 모습을 보여 주지도 못한다. 다만, 아가야, 저 하늘에 별들을 보렴.. 무수한 별들이 떠 있지만, 우리의 주의를 끄는 별들은 그중의 극소수란다.. 그대는 남들처럼, 극소수의 '스타'를 좇기 보다는, 가려져 있는 별들, 소외된 별들을 감싸는 인생을 영위하기 바라노라아... 하는 식의 심각한 이야기는 해줄 수 있다. 그럼 아가들은 영문을 모르며 눈을 땡굴땡굴 굴리고 있겠지, 키키키.. 길에서 엄마 등에 업힌 아가들을 보면, 난 그저 미소나, 눈썹을 치켜 올려 웃음을 지워주는 그정도밖엔 못해 주는데, 가끔 가다 보면 토끼의 주의를 끌려고 스스로 애쓰는 아가들이 있다. 한 번은 지하철을 타고 있는데, 앞에 있는 아가가 연신 불안하게 내쪽을 쳐다 보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쪽을 쳐다 보고 한 번 웃음을 보였더니, 으아, 얘가 좋아서 기절할려구 한다. 입이 마구 찢어져서 마구마구 웃는데, 입가에 상처가 날까 염려가 될 정도였다. 나두 좋아서 마구 웃어 줬다. 음.. 웃음을 교환하는 것은 흐뭇한 일이다. 헤헤, 그리구, 엄마 몰래, 엄마가 딴 데 보구 있을 때 아가와 비밀 통신을 하는 것같아 짜릿함도 느낀다. 그 엄마가 나중에 알면, 이상한 아찌가 이상한 짓했을까봐 걱정을 많이 하겠지만. 한 번은 좌석 버스를 타고 가는데, 옆자리에 아가를 안은 젊은 엄마가 앉았다. 음, 근데 이 아기도 날 보면서 헤헤거리며 웃는다. 음.. 요즘 아가들은 참 적극적이군, 하면서 나도 웃어주고. 살며시 손도 잡고 흔들어 주었다. 근데 얘가 그러자마자 내손을 잡고 안 놔주는데.. 그냥 뭐가 좋은지 내손을 마구 어루만지고 있는 것이다. 쩝, 슬쩍 손에 힘을 주어서 빼니까, 얘가 엄마품에서 빠져나와 내 손을 잡으려고 안달을 하는거다. 나중엔 엄마가 민망해서 "얘, 그만해"하고 아가 손을 치우고 달랬다. 얘가 크면, 남자 한 번 잡으면 절대 안 놔주겠군 하고 생각하며 혀를 내둘렀다. 또.. 한 번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유치원을 지나고 있었는데, 그 때가 마침 유치원 끝나는 시각이라, 병아리같은 아해들이 종종 걸음으로 나오고 있었다. 근데 어떤 이뿐 여자 아해가 쫄랑쫄랑 내곁으로 오더니만 대뜸 "어디 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흠..흠... 애고 난 좀 놀랐다. 난 어릴 적에 친구한테도 말을 잘 못붙였었는데.. 집에 가지 어딜 가.. 우리 집앞까지 백미터를 그 아이와 얘기하면서 왔다. 글쎄, 얘기를 그리 많이 한 것같지는 않았다. 그냥 같이 걸어 왔다. 그리고는 안녕 하고 헤어졌다. 음... 유치원생이 날 집까지 바래다 줬다고 생각하니 황당했다. 헤헤, 그후로 난 스쳐간 녀자들을 얘기할 때 그 아이를 꼭 집어 넣는다. 앞에 나온 아그들은 모두 여자 아해들이다. 그래서 난 여자 애기들은 날 좋아해, 하고 장난스럽게 말하곤 했다. 그러면 주위의 친구들은, 야, 걔네들 클 때까지 기다리려면, 넌 아직 한참 기드려야 장가가겠고나 했다. 아아아.... 왜 이딴 생각들이 지금 났냐 하믄... 오늘 매꾸도나루도에서 살라드를 먹다가 앞에 있는 미국인 여아가 나에게 또 함박 웃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고것참 이쁘다, 넌 크면 인종 차별 안하겠다, 하고 생각했다. :) 그리고는 몇주전 차를 몰고 나서는 나를 신기한듯 가리키며 '차이니즈 퍼슨' 하고 소리쳤던 대여섯살 먹은 흑인 아이도 떠올렸다. 그리고는 어쩌면 나는... 영원히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순이도 크고, 영이도 크고, 제니도 크겠지만, 아가는 영원히 아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당... :) 음.. 근데.. 사실은 아가들이 날 좋아한다는 것도 망상이다. 내가 아가들을 좋아하는 것이겠지. <<임시 시그너춰>> ----------------------공사중--통행..불편..죄송------------ 뚝딱뚝딱.. 쓰윽쓰윽.. 덜그럭덜그럭.. 냠냠쩝쩝.. 후루룩.. 끄으으.. 드르렁콜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