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eagull (갈매기) 날 짜 (Date): 1994년10월28일(금) 01시35분24초 KST 제 목(Title): 갈매기의 여행기(16)!!! 그렇게 또 얼마를 걸었을까??? 그래도 목을 축이고 나서 그런지 힘이 난다. 근데 포항까진 얼마나 남았을까??? 저기에 포항같이 보이는 항구 비스무리한게 보이긴 한데... 벌써 네시가 넘었다. 멀리서 보니까... 커다란 방파제같은 것이 보이는게 아무래도 저기가 포항인 거는 같다. 어떡할 것인가??? 오늘은 하룻밤 더 자고 갈 것인가??? 아님... 계속 걸어서 오늘 여행을 끝낼 것인가??? 일단은 해가 질 때까지 걷기로 했다. 걷는 데까지 걷다가 그때 생각해야지... 단순한 머리로 너무 생각하려니 머리가 찌끈찌끈... :P 이런 저런 생각에 걷다보니... 국도가 어느새 끝이 나고... 쓰레기 더미가 길 옆에 쌓여있는 비포장 도로다. 아무래도 여기가 쓰레기 하치장인 것 같다. 왜냐하면 트럭들이 왔다갔다 하고...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있으므로 쓰레기 하치장임에 틀림이 없다. 우~~~ 씨!!! 트럭이 지나가면 먼지가 물씬 일어서는... 어느새 머리가 하얘지고 입속에 먼지가 들어온다. 거의 포항에 온 것 같기도 하고... 엉뚱한 도시인 것 같기도 하고... 고3때 포항공대 구경한다고 포항에 한 번 와본 적은 있었는데... 그때 본 거랑 지금 보이는 거랑 너무 분위기가 달라서리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에고 생각하면 뭐하나??? 기냥 걷자. 그래도 궁금하긴 한데... 지나가던 트럭이 갑자기 선다. 운전사 아저씨가 차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더니... 시내까지 태워줄테니 타라시는 것이다. 와우!!! 왠 재수!!! 순간! 진짜 감사하다며 탈 뻔 했다. 그러나 분위기로 봐서 분명 목표지점인 포항에 거의 도착한 것 같은데... 여기서 차를 탈 수는 없다. 그냥 포항이 아직 멀었냐고 묻기만 했다. 헤헤... 아저씨 말씀이... 여기가 포항이란다. 한 삼십분만 걸으면 시안으로 들어간다나...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곤 그냥 걸어 갈 생각이라고 했다. 차는 또 먼지를 남기고 떠났지만... 드디어 다왔다는 생각에 신나기만 한다. 포장이 안된 길이라 갈래길이 나오면 헷갈리기도 했지만... 그냥 비교적 차바퀴 자국이 많은 길을 따라 걸었다. 앗!!! 어느새 그 지겨운 비포장길이 끝나고 잘 포장된 도로가 나타나는 거다. 드디어 도착했다!!! 비록 아직 건물은 드물지만... 여기가 포항이다. 드디어 포항이다. '포항'이란 단어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포항에 드디어 도착했음을 느끼며 나의 여행은 끝이 났다. 하하... 팔천원 들고 시작한 여행인데... 아직도 천원이 남았다. 흐흐... 사실은 비상금이 한 삼만원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건 진짜 비상시에 쓸려고 준비한 거고... 그걸 쓰고 싶은 유혹을 끝내 물리치고... 딱 칠천원으로 3박4일간 서울에서부터 포항까지 드디어 왔다.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포만감으로 가슴이 뿌듯했다. 이젠 여행은 끝이므로 이 돈을 아낄 필요는 없지!!! 뭘 먹을까??? 하하하하... 왜 그때 짜장면이 그렇게 먹고 싶었을까??? 하여튼 맨 처음 보이는 중국집에 들어가서는 여행 후 처음으로 음식을 시켜 먹었다. 역시 짜장면은 맛있어!!! 담배 하나 피워 물고는 포항공대에 다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근데 요놈이 집에 가고 없다. 하긴 추석이 이틀 남았구나!!! 고속버스 터미날에 가서는 부산으로 가는 차에 몸을 실었다. 편히 앉아있어도 어느새 부산은 내 앞에 와 있었다. 에구!!! 근데 몰골이 말이 아니다. 이 꼴로 집에 들어갔다가는 큰일이지비... :P 결국 친구집으로 갔다. 집에서야 아직 내가 여행을 하는지도 모르니... 친구와 함께 목욕탕에 가서는 따뜻한 물로 피로를 풀고 하룻밤을 잤다. 그리고 마치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의 모습으로... 물론 옷이야 땀이랑 먼지로 범벅이 되었지만... 다음날 배낭을 멘채로 집으로 들어갔다. 물론 검게 탄 얼굴에... 게다가 눈 바로 아래만 벌겋게 탔으니... 근데 우리 큰형도 예전에 여행을 혼자서 꽤나 다녔기 때문에... 그렇게 놀라시지는 않았다. 아주아주 뿌듯한 마음으로 추석을 보내곤 정겨운 고향을 등지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어느새 7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이젠 그때의 여행이 추억으로... 여기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내가 지금껏 했던 여행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나만의 소중한 추억이 되어 버렸다. -- 여기 -- 여기까지 읽으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 저야 손가락 품을 좀 팔기는 했지만...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즐겁게 얘기를 풀어 나갔고... 오래전이라 확실치는 않지만... 지명이나 과정이 거의 정확할 겁니다. :) 아차! 도연이랑의 얘기를 적지는 않았는데... 그 결과는 여행기랑은 직접 관련은 없으니 따로 적을께요. 휴!!! 그래도 결국 끝까지 쓰긴 썼네요.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 그리고 키즈인들이 잘 안 읽는 글이라 혹시나 보드를 따분하게 하지나 않는지 걱정에 여행기를 그만두려 할때... 힘을 주시고 후편을 독촉(히히... 사실은 반가운 독촉!)해 주셨던 분들께 정말 감사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다른 여행의 기억들은 기회있을 때 다음에 하죠. :) 조그마한 하나라도 완성을 했다는 뿌듯함으로 갈매기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