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eagull (갈매기) 날 짜 (Date): 1994년10월28일(금) 01시03분11초 KST 제 목(Title): 갈매기의 여행기(15)!!! 에고... 역시 사람은 등따시고 배가 불러야 된다. 등은 햇살로 따듯하긴 하지만... :P 게다가 솔 한개피 입에 물고 있으니... 와우!!! 야호!!! 내 세상이다. :) 그렇게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가 다시 길을 떠난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여기가 38선도 아닐텐데 왠 철조망이 나타난다. 군사보호지역이란 붉은 글자가 크게 쓰여 있고... 사진을 찍는 것도 금지란다. 근데 철조망 안의 백사장엔 내 동료들이 너무나 많다. 거의 백사장이 안보일 정도로 갈매기들이 앉아 있다. 사람이 괴롭히지 않아서 그런지 겁도 없다. 히히... 비록 사진을 찍지 말라고 팻말이 있긴 하지만... 저 갈매기들이 무슨 군사용도 아닌 것 같은데... 좀 찍으면 어떠랴... 근데 철조망이 높이도 쳐 있어서... 영 분위기가 삭막하다. 어디다 카메라를 들이대어도 철조망이 보이는디... :< 한참을 이리저리 헤메다 철조망이 손바닥만큼 찢어진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간첩의 침투를 막으려고 했는지... 철조망 옆에 깡통에 돌을 담아서는 올려 놓았다. 페인트로 위치를 표시해서는 건드리면 표가 나게 해 놓았다. 고것도 살짝 피해서는 이제 찍을 준비를 마쳤다. 근데... 으~~~!!! 이 동족들이 날지를 않는다. 무슨 반상회라도 하는지 옹기종기 모여서는 움직이지를 않는다. 난 그 많은 갈매기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장면을 찍고 싶었는데... 돌을 던져도 잠시 흩어질 뿐이다. '짜식! 놀고 있네!'라는 듯 다시 제자리에 모인다. :( 결국... 목청껏 고함을 지르고는 그나마 원하는 장면에 가까운 걸 찍을 수 있었다. 헤헤... 동족들 미안혀... :) 다시 길을 재촉한다. 근데 점점 바다와 멀어지는 느낌이 들더니... 완전 국도로 접어들었다. 잘 포장된 도로에서 차들이 쌩쌩 달린다. 조금은 산위로 오르는 길이라 걷다보니... 저기 아래에 바다가 보인다. 참 빨리도 걸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길가에 꽃들도 심어놓고... 바다가 보였다 안보였다 하니... 지겹지가 않다. 하긴 여행하는 놈이 뭐가 지겹겠는가??? :P 그 몰골로 걷다가 피곤하면 아무데나 대자로 누워서는 쉬고... 솔도 한모금씩 빨고... :) 경치도 구경하다가... 괜히 또 걷고 싶으면 일어나 걷고... 누가 이래라 저래라 얘기를 하나... 그냥 내가 걷고 싶으면 걷고... 쉬고 싶으면 쉬고... 완전 상팔자다! :) 근디 딱 하나 안좋은 건... 인가가 끊긴 지 오래라 물이 거의 다 떨어졌건만... 그래서 목이 말라도 조금씩 목을 축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아하! 웬 오아시스!!! '**휴게소 *km'라고 쓴 팻말이 보이는 것이었다. :) 에구!!!! 근데 그게 3-4 km였던 걸로 기억되는데... 처음에야 기분이 좋았죠. 근데 차타고 가는 사람들이야 그 거리가 장난이지만... 무거운 배낭메고 걸어가는 갈매기에겐 결코 장난이 아니었다는 사실!!! 하하... 그래도 고만큼 걸으면 물을 맘껏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목표점이 일단 생겼으니... 다시 다리에 힘을 준다. 얼마안가 물이 떨어지고... 조금은 마음이 다급해지며 쉬지않고 걸었다. 가끔씩 씽씽 지나가는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길가에 난 꽃 한송이, 풀 한포기라도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나라가 왜 금수강산이라 불렸는가? 그 이유를 느끼고 있다는 생각으로 힘을 내었다. 그래도 조금은 어렵고 지치기도 한다. 무엇보다 갈증이 문제다. 좀 더 큰 물통을 준비했어야 했다는 후회를 계속 하게 된다. 얼마를 걸었을까??? 저기 언덕에 드디어 휴게소가 보인다. 뛰지는 않고 꾸역꾸역 걸어가지만... 조금씩 조금씩 휴게소는 가까워지고... 드디어 휴게소에 도착했다. :) 차타고 가다가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있는 사람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오는 내 모습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갈매기야 이미 갈데로 간 몸! 뭐 남사스러울 것도 없다. 냅다 화장실로 가서는 배낭을 내려놓고 수도꼭지를 그냥 입으로 물었다. 쏴하고 물을 틀어서는 반은 흘리고 반은 마시면서... 적당히 갈증을 풀고는 땀이 범벅이 된 머리를 씻고... 그때 갈매기는 머리가 제법 길었기 때문에 정말 더웠다. 원래 가을 날씨라 낮은 덥고 밤은 추운데... 그 추운 밤에는 꼼짝 않고 자야 되지만... 더운 낮에는 뙤약볕에 걸어야 했으니... 그렇게 시원하게 물을 즐기고는 나와 커다란 바위위에 앉았다. 헤헤... 근데 그때 갈매기는 위에는 런닝셔츠만 입고 있어서인지... 다들 쳐다본다. 하긴 차타고 온 사람들이니 다들 말끔한데... 런닝 바람으로 머리에서는 물을 철철 흘리고... 젊은 놈이 바위위에 걸터앉아 솔 한개피 물고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듯한 미소를 짓고 있으니... 신기하기도 했을 거다. :) 어따! 바다 한 번 시원하게도 생겼다. '여행하는 놈 첨 보슈? 뭘 그렇게 못보던 희귀짐승 보는 양 구경하슈?' '에라! 구경하고 싶으면 맘대로 구경해요, 뭐 돈드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콜라라도 한 잔 하고 싶은 마음에 자판기 앞에 갔더니... 으악! 뭔 놈의 콜라가 오백원이나 하냐??? 흑흑... 괜히 주머니만 만지작 거리다 다시 화장실로 가서는 수돗물이나 실컷 마셨다. 다시 한번 머리를 감고는 물통도 채우고... 길을 나선다. -- 으흐... 도대체가 제가 워낙에 계획없이 사는 놈이다 보니... 애초에 14편에 끝낸다는 계획자체가 틀려먹은 것 같네요. 한두편은 더 써야 끝날 것 같습니다. 거듭거듭 죄송!!! 도대체 이렇게 편수가 늘어지면 욕하는 분들이 많을 지??? 괜찮다 혹은 좋다는 분들이 많을지??? 어쨋든 약속을 어겨서 죄송한 갈매기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