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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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soliton (김 찬주)
날 짜 (Date): 1995년03월24일(금) 22시50분34초 KST
제 목(Title): 김영삼대통령의 사고체계...


나는 김영삼대통령을 믿지 않는다.
그렇게 된 계기가 하나 있는데 그건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하찮은 일일 수도 있지만
최소한 그때 나에게는 굉장한 인상을 남겼다. 그 이후로 나는 김영삼대통령이 어떤
일을 하면 항상 그일을 먼저 떠올리고 그 관점으로 해석하는 버릇이 생겼으며,
그런 해석이 진실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대통령 선거 다음날 아침이었다. 아침을 먹으며 TV를 보는데 김대통령의
집에서 당선 소감을 듣고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방영하고 있었다. 김대통령이
상기된 얼굴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도 하고 그런가 하면 주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면서 승리에 도취되어 있었다. 기자들이 앞으로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하 이것 저것 물어보았다. 정치 경제 외교.... 때로는 그당시 문제가
되고 있던 것들에 대해 의견을 묻기도 하고... 물론 누구나 다 알다시피 김대통령이
이런 종류의 일에는 소질이 별로 없다. 무식해서서이기 때문이라고들 하고...
주로 답변이 동문 서답이거나 아니면 `오늘은 이정도로 하시고.. 다음에 정식으로
할 기회가 있을겁니다.' 하면서 (여전히 들뜬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대응하고
있었다. 본래 그렇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터라 `본래 저렇지..' 하면서 그냥
별 생각 없이 보고있었다.

그러다가 한 기자가 물었다. 당시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던 초워 복국집 사건에
대한 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질문에 이리저리 대답을 피하던
김대통령이 갑자기 정색을 하면서 대답하였다. (물론 기자는 그 사건으로 불거진
지역감정문제를 어찌할 것인가에 대한 의도로 물었던 것이고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최소한 나는..)) `누가 그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꾸몄는지 반드시 밝혀내고야 말겠다. 이땅에서 도청이나 정치공작같은 것은 이제
뿌리를 뽑아야 한다.....' (모임 참가자들에 대한 말이나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킨
사건으로 유감이며... 하는식의 기대했던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나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리고는 김영삼 대통령의
`사고체계'에 대해 핵심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의 가체체계에는 무엇이 `옳은' 일인가, `정의로운'일인가 등등에 대한
것은 없다고 믿는다. 오로지  무엇이 우리편에 `이로운' 일인가, 누가 `우리편'
인가 하는 `깡패'의 논리만이 지배하고 있다고 믿는다. 너무 이분법적이고
과격하게 생각되어도 어쩔 수 없다. 이게 그당시 나의 솔직한 느낌이었고
지금도 이것이 김대통령을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믿는다. 한번 실수로
한 말을 가지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할 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의 진심을 그대로 드러낸 말이었을 것이다. 그날은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던 날이었다. 따라서 소위 정치적으로 여과된 말을 할 만큼
머리에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 이후 나는 그렇게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그사건에 대해 김대통령이 의사를 표시한 것을 본 적이 없다.
나는 이 사건 이후로 그가 외치는 `개혁', `정의' 등에 대해 이 논리를
적용하여 이해하고 있다.

그가 외치는 개혁이란 자기편을 보호하고 다른 사람은 쓸어버리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그 `개혁'뒤에는 항상 뒷말이 따라다녔다. 군개혁을 한 것은 당연하다.
자기휘하의 사람을 심어놓아야 했으니까. 최근 지자제 문서건으로 안기부장이
갈린 것도 당연하다. 그렇게 중요한 정보를 지키지 못하였으므로. (그런 정치
공작을 한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 결코 아니라고 믿는다.) 개혁은 적당히만
하면 된다. 즉 자기편이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구호와 그럴듯한 명목상의
제도로 미운놈들을 쓸어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그래도 국민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 왜냐면 그 미운놈들은 사실 `나쁜' 놈이기 때문에. 하지만 김대통령의
뜻은 딴데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좋은가. 없앨 놈은 없애고 명분도 있고.
하지만 지기편은 철저히 보호하지 않는가. 그래서 항상 좋은 제도 좋은 명분도
반쪽으로 끝나고 항상 뒷맛을 남긴다.

이런 생각으로 일관하면 결국 그의 `민주화 투쟁'도 이런 식으로 이해하고
싶어진다. 3,4,5,6공은 `자기편'이 아니었다. 그는 그래서 싸웠을 뿐이다.
이것이 우연히 `정의'와 일치했을 뿐이다. 그 투쟁이 힘든 것이었는지 어떤지는
중요치 않다. 단지 목숨바쳐 적과 싸운다는 깡패의 논리가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이제 `정의'와 `이로운 것'이 분리되었고 따라서 무언가 사람이 좀 변한 듯이 보일
뿐이다.

물론 이런 논리에 대해 공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도 최소한 이런 주장을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일축할 수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생각은 그때 시작되었다. 대통령 선거 다음날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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