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purunsan (강철 새잎) 날 짜 (Date): 1995년03월18일(토) 07시50분50초 KST 제 목(Title): 통신을 통한 30대의 의견 수렴 ? 제목 : [커버스토리] 30대 역할론, 세대교체를 준비한다 ------------------------------------------------------------------------------ 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30대 역할론’이라든가‘청년구국론’을 내 건 젊은층의 각종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정당활동의 하나 로 이뤄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순수한 구락부나 포럼 방식, 아니면 이 들의 중간 형태인 시민운동이나 지식인운동 성격의 모임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이 내거는 메시지는 비슷하다. 한마디로 각 분야에서 구시대 의 틀을 벗고 21세기에 대비한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는 데 30대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중속에 새 정치의 씨앗을” 이들은 특히 70년대 중반 이후 80년대 중반까지 유신과 광주항쟁, 6월항 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함께 겪은 공통의 경험을 토대로 30 대의 ‘세대적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권위주의에 강력히 저항하거나 말없는 무관심으로 ‘항거’를 대신하면서 직간접으로 시대정신을 체득한 공감대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개별화·무정형화로 특징지어지는 X세대·신 세대도 아니고, 냉전적 보수주의에 길들여진 40대 이후의 기성세대도 아 닌 30대만의 시대적 특징과 역할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30대 역할론’에 가장 먼저 눈뜬 것은 정치권이 다. 민주당 개혁모임의 청년들은 지난 93년 말 지자제 선거 준비를 시작 하면서 과거에 대한 ‘반성’속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찾기 시작했다. 정 당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득표율 제고용으로 투입됐던 과거의 수동적인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당위론과 함께, 계보와 지역성의 굴레를 벗 어던지지 못하고 있던 선배 정치인들에게서 느꼈던 ‘불만’이 뒤섞여 자 신들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개혁모임 청년위는 오랜 논 의 끝에 “중앙 정치에 매달리지 말고 고향으로 돌아가 대중 속에 새 정 치의 씨앗을 심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이 언론으로부터 ‘뉴 브나로드 운동’이란 이름을 얻었다. 국회의원 인 선배 정치인들과는 별개로 자신들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기로 한 것이 다. 지자제 연구 모임을 결성해 3기까지 각각 7~8회씩의 강좌를 열었고 결국 38명이 기초의회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것 을 곧 ‘정치’로 생각했던 선배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최근에는 통일시대 민주주의국민회의 청년위원회와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등과 함께 ‘지자제 선거 공동대응을 위한 청년캠프’(가칭)를 설치해 선거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전국연합의 청년 간부들과 전대협 동우회에서도 청년캠 프를 통해 30명선의 청년들을 출마시킬 것으로 알려져 국민회의의 27명을 포함하면 모두 1백명선에 이를 전망이다. 정치권 밖의 30대 모임은 전국적으로 줄잡아 1백개를 넘을 것으로 추산되 고 있다. 이 가운데는 다소 정치적 색채가 엿보이는 것에서부터 단순한 소그룹 모 임에 이르기까지 성격도 다양하다. 또 구성원들의 성향면에서도 학생운동 출신 인사들과 전문직업인들이 함께 결성한 것과, 전문인들이 중심이 된 것으로 나눠볼 수 있다. #컴퓨터 통신 매개로 공론 형성 2월18일 창립대회를 연 ‘21세기 전략 아카데미’(회장 심규철·변호사) 는 “젊음의 패기와 순수함으로 어떤 사익과 유혹에도 흔들림없이 오직 공익과 공공을 위해 헌신한다”(창립선언문)는 취지 아래 “청년세대가 역사적 경험의 공통성과 다양한 전문성을 하나로 응집해… 사회문제에 대 한 인식의 지평을 확대하고 해결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재경 아카데미 정책기획실장은 “이른바 ‘합리적 운동세대’와 ‘양심적이고 건강한 전문가 집단’이 70,80년대의 역사적 경험의 동질성 을 매개로 결합해 각 분야별로 변화와 개혁의 바람을 불어넣어‘세대교체 ’의 준비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80년 서울의 봄 때 서 울대 학생회장이었던 심재철(문화방송 기자)씨와 이호윤 전 서울대 학생 회장, 허인회 전 고려대 학생회장 등 학생운동의 리더급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교수, 언론인, 변호사, 기업인 등 각 분야 전문인 2백 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분야에 대한 정책 연구,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와 태도표명, 국내외 교류 등을 구체사업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영역에 대한 ‘도전’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 는다. 지난해 9월 창립한 ‘21세기 프론티어’(대표 이양원·변호사)는 컴퓨터 통신을 매개로 정보와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여론을 이끄는‘공론’을 형 성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모임이다. 이들은 지금 시기를 세계질서가 급격하게 변화하는‘제2의 개항기’로 보고 “주변질서의 역동성을 제대 로 파악해 우리사회의 발전전략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를 통해 경제발전, 교육개혁, 행정과 정치 개혁, 통일 등에 대한 올바른 전략도 나올 수 있다(창립선언문)는 것이다. 컴퓨터 통신‘나우누리’의 ‘21세기 프론티어’라는 게시판에‘세상읽기’등 16개의 난을 설치해 회 원들의 의견을 교환하고 월례포럼 공개토론을 통해 직접적인 의견교환의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손학규, 이해찬 의원을 초청해 논란 중인 지자제 문제를 다뤘다. 각계 인사 3백44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회원 가운데는 박성현 고려시멘트 사장, 공인회계사 박문식씨 등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으나 회칙은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지 않 는다”고 못박고 있다. 이달 초 마포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창립 준비에 들어간 ‘새물결연구소’ (가칭)도 30대 역할론에 바탕을 두고 21세기에 대비한 정책 개발 등을 목적으로 추 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역시 허인회씨 등 운동권 출신 인사들 과 전문가 그룹을 주축으로 결성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또래모임’‘성공발판’우려 목소리도 유사단체 중에서는 가장 먼저 지난 90년 10월 발족한 포럼‘두라’(백두 산의 ‘두’와 한라산의 ‘라’를 합친 것)는 “네트워크를 통한 공론 형 성”을 추구하고 있다. 국가전략·시사정책·아태지역 연구 등의 분야에 대한 정책 연구와 아태지역과의 국제교류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지 난해 한일 청년포럼, 올 2월 한호 청년포럼을 각각 개최하는 등 국제 교 류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데, 전문인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회장을 맡았던 고명석(민주당 전문위원)씨는“방한한 일본 마쓰시다 정경 의숙의 한 청년이‘앞으로 정치쓰레기를 쓸어내려고 한다’고 말하는 것 을 듣고 충격적이었다”면서 “아태지역만 해도 새 세대에 의한 혁신이 시작되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KTP(Korean Think Pool)는 친목과 수익사업을 함께하는 모임으로 일정액 의 기금으로 주식회사 형태를 만들어 증권투자 등 수익사업과 정세분석· 정보통신·문화팀등 10개의 소모임을 두고 있다. 21세기 전략 아카데미를 비롯한 이들 몇몇 모임들은 공동으로 문화행사와 포럼 등을 열어 ‘30대 역할론’을 전파하고 현안에 대해 공동의 목소리 를 내는 문제 등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이외에도 여 러 모임들이 분출하고 있다. 이런 30대 역할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과연 ‘30대 역 할론’이 얼마나 대중적인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겠느냐, 4·19나 6·3세 대처럼 시간이 흐르면 형해화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있다. 또 사회 분위 기의 보수화에 너무 쉽게 영합해 과거의 ‘민중’영역에 ‘또래모임’이 비집고 들어간 게 아니냐는 회의적 반응도 없지 않다. 30대 역할론이 사 회변화의 중추로 작용할지 아니면 일부 성공한 사람들의 더 큰 성공을 위 한 발판에 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