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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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News)
날 짜 (Date): 1994년09월03일(토) 02시24분20초 KDT
제 목(Title): [조선]<류근일 칼럼> 「한국사회의 이해」 


<류근일 칼럼> 「한국사회의 이해」 유감

   경상대 교수사건의 전말을 지켜본 뒷맛은 씁쓸하다는 것 뿐이다. 왜 그
럴까. 우선 [한국사회의 이해]란 교과서의 내용중 일부는 필자의 견해로는
도대체 [학문적]이지 못하다.  [학문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는 물론 여러
가지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투쟁의
전략 전술]을 가르치는 것을 두고서 [학문]이나 [교육]이라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이것은 적은 역량으로  적의 우세한 진영의 약한 고리를 집중적으로
강타하는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고…  따라서 이제는 분산된 투쟁의 쟁점
을 가지고  각 계급-계층이  일제히 벌떼처럼 싸워나가는 전술로 전환해야
한다. …일상적인 가두선전, 가두즉석연설, 마을마다 대자보 붙이기, 유인
물 나누어주기 등의 투쟁형태를 발전시켜야 한다}.

   이상의 인용문은 사회변혁을 위한  한 [학술운동가]의 열정이란 기준에
서 본다면 [그 나름대로 투철하다]는 평을 들을 수는 있다. 그러나 대학교
수가 [학문]이란 이름으로 학부학생들에게 [마을마다 대자보 붙이기]를 강
단에서 가르친다는 것은 아무래도 듣기에 이상하다.  [마을마다 대자보 붙
이기]는 아무리 보아도 적어도 [학문]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는 물론  이 한부분을 들어  [한국사회의 이해] 전체내용을 우습게
색칠하려는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패러다임에는 찬동하지 않지만 학문적
연구의 무게가 있는 부분도 있음을 전적으로 간과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때  [한국사회의 이해]는 각주도 없고  참고문헌의 다양성도
너무 약한 [수준높지않은] 글들이란 느낌이 든다.

   그런데도 이런 별것 아닌 논설적 글들이 어떻게 [학문]의 전당에서 [교
과서] 노릇을 수년씩이나 해왔다는 것인지, 그래서 뒷맛이 씁쓸하다.

   두번째로 씁쓸한 까닭은 왜 이런 별것 아닌 논설들이 학문적 논쟁을 거
쳐서 도태되기 전에 대뜸 검찰수사에 의해  물리적으로 다루어졌느냐 하는
데 대한 아쉬움이다.   학문의 차원에서 그 글들을 평한다면 아마 [진보학
자]들 중에서도  {좀 유치하지 않느냐}하는 충고가 나왔을 수도 있는 것이
그 글들이 가진 [학문적 짜임새]의 정도다.

   그런데  그것을 그만 공권력이 어느날 갑자기 손대는 바람에 그 필자들
은 일약 [유명인사]가 되고 말았다.  하루아침에 [탄압받는 한국의 학문의
자유]란 이슈가 만들어져 그것이 런던의 앰네스티(국제 사면위원회)본부에
까지 파급된 것이다.  [마을마다 대자보 붙이기]가  세계적인 쟁점이 되다
니, 아무리 보아도 우습다 못해 씁쓸하달 밖에 없다.

   또하나 씁쓸한 것이 있다.   그런 그들에게 반대하는 입장에 서있는 한
교수가 자신의 견해를 정식으로 이름 밝히고 천명하지 못하고 그것을 하필
이면 안기부장에게 편지로 써보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두가지 점에서 우
습고도 씁쓸하다.   하나는 왜 그렇게 치사하냐 하는 [정정당당성]의 문제
다. 그리고 또 하나는 누가 감히 이름밝히고 반대입장을 밝히기가 썩 쉽지
않은듯한 우리네 대학 분위기와 지식인 사회의 일반적인 문제점이다.

   이것은 물론  보수주의-자유주의-진보주의 지식인들 사이의 신사적이고
도논리적인 지적논쟁의 풍토가 정착하기 어려웠던 우리사회의 [편싸움] 문
화, [패거리 싸움]문화하고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것이다. 누가 {이것만이
진리요, 애국이요, 정의다}하는 깃발만 꽂으면  그것에 조금이라도 이견을
가졌다가는 즉석에서 [적]으로 작살나는  일도양단의 잣대 앞에서, 엔간한
지식인들은 입닥치는게 상책이란 생각을 가지게 됐을 법도 하다.   그 [깃
발]이 어느 색깔의 것이든 말이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씁쓸한 것은  우리는 왜 [아직도] 요 수준이냐 하는
개탄이다. 선진적 수준이라면 아마 이랬을 것이다.  우선 교수들의 교과서
는 사회현상이란 구조기능주의와 갈등이론 등 여러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
다는 것을 소개한다. 그리고 나서 그 각각의 강점과 약점을 알게 한다. 그
리고 배우는 학생들은 좀더 시간여유를 두고서 각자의 시각을 서서히 익혀
나가야 한다고 말해준다.

   한편 지식인 일반은 기탄없는 학문적 논쟁을 벌여 웃기는 주장이나  수
 준낮은 논리는 개떡이 되도록 두들겨 팬다. 그래서 그 필자들은 도저히 고
개를 들고 학교근처에 나타나기조차  부끄럽게 만든다.  강의 자체가 성립
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문제의 경상대학 당국이 검찰수사가 시
작된 다음에야 그 백을 믿고서인지(?)  부랴부랴 폐강조치를 한 것과는 반
대되는 방식임은 물론이다.

   아울러 공권력은 손쉽게 형사소추 방식부터 대뜸 썼다가 판사의 영장기
각 결정으로 순식간에 [지붕 쳐다보기] 신세가 된 사실에서 일말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공연히 선생들 출세(?)만 시키지 않았는가.  이래 저래 [한
국 사회의 이해]를 둘러싼  [한바탕]은 한국사회를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
으로 만들어 놓았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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