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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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News)
날 짜 (Date): 1994년08월20일(토) 02시51분17초 KDT
제 목(Title): [한겨레] [아침햇발] 총장의 `뉴스'만들기


   신부이자 대학총장인 박홍씨가 한달째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의
  한마디로 극단적인 보수반공의 고기압대가 형성됐다. 민족화해 분위기는 
  냉전회귀 열기로 대체됐다.

   그러나 이런 국면변화가 단순히 모험주의적인 박씨 개인의 언동으로 빚
  어졌다고 보는 것은 사태를 너무 가볍게 평가하는 것이다. 보수언론과 공
  안세력의 정치한 도움 없이는 뉴스생산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만으
  로도 그렇다.

   정치적 목적을 가진 뉴스가 항용 그렇듯이 박 총장의 그것 또한 뚜렷한
  근거가 없다. 다분히 그럴듯할 뿐이다. `근거고 나발이고' 뉴스가 되고  
  사회에 충격을 주면 그것만으로 의도를 충분히 달성하는 것이 이런 뉴스 
  의 특징이다.

   학생운동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움직인다는 박 총장의 발언을 두고 일 

  부 언론들은 `스승의 용기'라고 극찬했다. 미리 사실로 인정해버린 것이 
  다. 이어서 "증거를 요구하는 것은 구차한 일"이라거나 "박 총장의 발
  언이 증거"라는 등 상식 밖의 논리로 `뉴스'를 엄호했다.

   검찰은 한술 더 떠 박씨의 홍보책임자로 행동하고 나섰다. 묵은 자료를
  총동원해 기름을 끼얹었다. 법적 처리가 이미 끝난 사안도 재조립하니 큰
  `뉴스'가 되었다. 군밤에 싹이 돋는 격이었다.

   이어 공안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소집해 "박 총장 발언에 대한 지속적 
  인 지원"을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는 대학 교양교재에 대한 이적성 수사
  와 문제강좌의 폐강까지 논의되었다. 대책회의 결과가 충실히 이행되었음
  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발언내용의 진위조사에는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분위기가 너무 첨예하다는 것이 이유이다. 이런 종류의 쟁점에 대해서는 

   한시바삐 진실을 가리는 것이 사회안정에 필수적이다. 검찰이 이런 책무 
  를 방기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물은 트는 대로 흐른다. 힘있는 세력들이 `뉴스'를 만들어내 사회분위 
  기를 극단적인 보수주의로 끌어가고 있다. 이 공세의 목적은 김일성 주석
  사후 전개될 수 있는 유화정책에 쐐기를 박아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려는 
  데 있다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정권적 차원의 필요도 가세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박 총장이 지자제선거에서 주사파가 주도세력으로 부상
  하려 하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그래서 특히 주목된다.

   그러나 이런 근거 없고 무책임한 사상공세가 사회에 끼치는  만뗌겸너 
  무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선은 신공안기류와 맞물리면서 민
  족적 과제인 통일운동의 실종을 불러올 수 있다. 또 21세기를 눈앞에 두 
  고 국제경쟁에서 필수 불가결한 다원성과 왕성한 대화가 사라지고 획일적
  인 우익화 현상만이 판치게 될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헌법적 권리인 사 

  상, 집회, 표현, 양심, 학문의 자유가 크게 위축된다.

   벌써 경찰은 대학을 마구잡이로 압수수색하고 탈법.불법연행을 일삼고
  있다. 주사파가 있다면 민주주의 교육과 사회민주화의 강화로 그 온상부 
  터 없애야 한다. 도리어 이를 빌미로 반민주적인 행태가 만연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 아닐 수 없다.

   50년대 초 미국에서 광란의 매카시선풍 때문에 밀고만을 증거로 원자스
  파이로 몰려 사형당한 로젠버그 부부가 남긴 말은 오늘 우리 사회에 중요
  한 경고를 주고 있다.

   "우리는 아메리카 파시즘의 첫 희생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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