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News) 날 짜 (Date): 1994년08월20일(토) 02시49분33초 KDT 제 목(Title): [한겨레 논단] "아빠, 신문지 왔어" 오래 전에 친구의 어린 아들이 신문이 배달되어 올 때마다 "아빠, 신 문지 왔어!"라고 한다는 얘기를 듣고 웃은 일이 있다. 군사독재의 억압 � 영향력을 가진 거 대언론 체제에 의해서 어이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제 이 나라의 거대언론 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갈수록 처치 곤란한 신문지 공해와 심각 한 사회적 재앙을 일으키는 원천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거대언론을 지배하는 압도적인 동력은 상업주의이다. 시장경제 사회에서 언론이 경제적 동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 는 일이다. 그러나 언론이 자신의 기업적 성공에 집착하면서, 현실에 대 한 책임을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데 길들여진다면, 다른 어떤 사회적 제도보다도 그 언론이야말로 우리의 삶의 정신적 도덕적 토대를 파괴하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인류의 선각자들이 끊임없이 말해왔던 것처 럼 진실에 다가가려는 인간노력보다도 소중한 것은 없고, 진실에 대한 접 근은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의 좁은 이해관계를 넘어서려는 자기초월의 의 지와 능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을 뿐인 것이다. 하기는 근대적인 언론은 누군가가 말했듯이, "개가 사람을 물면 보도 가치가 없고, 사람이 개를 물면 보도가치가 있다"라고 하는 선정성을 수 반하지 않고는 출발할 수 없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본시 기자라는 존재는 불난 집의 불을 끄는 일보다는 그 불이 좀더 큰 불이 되기를 기다 려서 자기 기사의 상품성이 높아지기를 꾀해야 하는 괴물인지 모른다. 국 내 신문시장에서 가장 잘 팔린다는 어떤 일간신문은 연전의 창간기념호에 서 자사 신문의 제작과정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면서 편집국의 하루를 묘사 하고 있었는데, 그 편집국 책임자의 입에서 쉴새없이 나오는 말은 "뭐 화끈한 것 없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거의 모든 베스트셀러가 증명하듯이 `화끈한' 상업성을 확보하 려면 항상 상투적인 틀 속에서 움직여야지, 고통스러운 자기성찰이 행해 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그러한 상품 생산을 위해서 늘 강자의 질서 를 변호하고, 때로는 비판적인 대학 교수들의 강의를 `이적행위'로 몰아 붙이거나, 또는 민족의 운명을 근원적으로 손상시켜온 분단구조의 핵심논 리인 대결의 논리를 시대착오적으로 확대하면서, 건전한 상식마저 저버린 채 `미-북 회담'이라는 표현을 완강하게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상품이 계속하여 팔린다면 그러한 시장구조는 그 상 품생산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삶에 무서운 차꼬와 수갑이 된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