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litics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Fuck 03!!) 날 짜 (Date): 1994년08월16일(화) 19시23분29초 KDT 제 목(Title): [퍼온글] 범민족대회 갔다온 사람의 이야기 #7450 윤호성 (Danni ) <범민족대회를 갔다온 후의 생각들> 08/16 16:05 146 line 참 궁금하군요. 도대체 범민족대회 기간 중에 무슨 뉴스가 나갔기에, 자꾸 "폭력, 폭력" 하는 겁니까. 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전경이 폭력으로 진압을 하니까, 우리도 폭력을 쓸 수 밖에 없다는 말에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그래, 뭣땜시 쇠파 이프는 들어가지고서는 그러는 거냐고 말이죠. 하지만 그런 생각은 제가 지난 범민족대회를 참석하고, 경찰의 정말 '폭력 '적인 만행을 보고 난 후에 사라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건국대에 들어갈 때에 충돌이 있었다고 했죠? 전 앞쪽에 있어서 경찰들을 좀 볼 수있었는데요, 우리들이 한 것은 도로에서 구호를 외친 것 밖에 없 었습니다.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뭐가 불꽃을 튀기며, 날아오더군요. 학생 들은 우르르 뒤로 피하구요. 그리고는 "질서! 질서!"하는 외침과 함께 다시 제자리로 돌아 왔습니다. 그러기를 한 다섯번(?)쯤 반복했죠. 그때에 우리 는 건대입구 지하철역 바로 밑에 있었는데, 실제로 최루탄은 역으로 떨어지 기도 했습니다(철길이었는지도 모르죠). 그리고는 경희대로 들어갔고, 다음날 오전 늦게 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다시 서울대로 갔구요. 분위기는 참 평안했습니다(?). 물론 전경들이 있긴 했지만, 정문 앞에는 사수대가 있었구요,( 참고로 이런 집회에서는 참가하는 학생들이 사수대와 본대로 구분됩니다. 본대가 집회를 진행하는 동안 사수대는 본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요. 즉, 그 목적은 전 경들이 집회장소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 그리고, 저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학교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9시쯤(?) 개 막식이 시작되었구요. 식전행사가 있은 뒤 사회자가 개막을 선언하려고 하 는 순간 갑자기 눈 앞에서 어제 보았던 그 불꽃이 솟아 오르고는, 어떤 학 생이 뛰어 들어오며, 피하라고 하더군요. 학생들은 처음에는 우왕좌왕하다 가, 다시 질서를 찾아서는 열을 지어 학교 윗쪽으로 올라갔습니다. 뒤를 돌 아다 보았는데, 꼭 불꽃놀이를 하는 것 같더군요. 하긴 밤이었으니까. 그러다 전경들을 쫓아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내려와 대회를 진행하였습 니다. 그 땐 몰랐는데, 전경들이 후퇴하면서 온갖 만행을 다 저지른 모양이 더군요(플라자란에 있는 [지노]님 글을 읽어 보시길). 그리고는 그날 아침 까지 대회가 진행되었구요. 전 아르바이트를 하러 아침에 후문으로 학교를 나갔습니다. 전경은 없고 학생들이 쳐 놓은 바리케이트만 있더군요. 그리고 일을 끝내고 5시경 다시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경찰은 없었지만, 정문에서부터 최루탄이 눈을 뜰 수 없게 만들더군요. 그리고 올라오는 길에 간간이 학생들이 팔 전체에 약을 바르는 모습도 보이구요. 나중에 친구를 만나서 얘기를 들었을 때 전 정말 분노했습니다. 4대가 수포제를 뿌리고, 한대가 더 있었다는, 나중에 그게 수포제가 아닌 최루액이었음이 알려졌지 만, 도대체 그런 만행을 저지르는건 집회에 참가한 만오천명의 사람들을 다 죽이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선물을 주고는 경 찰은 철수한 모양이더군요. 저는 한총련에 대해서 정부가 그런 심각한 탄압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많 은 회의를 가지고 있었고, 범민족대회에 대해서도 시각이 곱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연찮게 이 대회에 참가하고, 그리고 경찰의 그런 만행을 보고 나 서 쇠파이프를 든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TV에서 흔히 보이는 '쇠 파이프를 들고 전경을 쫓아가는 학생'의 모습은 거의 없습니다. 전경을 피하 느라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집회장의 학생들과, 그 학생들을 폭력에서 지키기 위해 최루가스를 마셔 눈물을 흘리며, 곤봉에 무참히 구타당하고, 페퍼포그차에 깔리는 학생들, 그리고 히스테리적인 백골단들에게 몰매를 맞 는 무고한 시민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학생들은 폭력을 전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집회를 사수하는 것 이 중요하기 때문에 충돌을 피하려고 합니다. 충돌하더라도, 전경들을 때리 고, 페퍼포그차를 전복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행사장 안으로 전경이 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오히려, 행사장 안에 있는 다 잡아가지도 못할 만오천명의 사람들을 향해, 최루탄을 쏘고, 교문을 부수어가며 차를 몰고 들어오고, 공중에서 가루를 뿌리는 그런 만행을 저지르고서도, "쇠파이프를 들고, 페퍼포그차를 전복시 키는 등의 불법폭력시위를 근절하겠다"고 근엄하게 말하는 경찰의 모습을 볼때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범대회의 '이적성'여부를 떠나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폭력을 휘두르고는 그런 소리를 한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정부가 하는 말 이외에는 무조건 근 거없이 친북, 용공, 이적으로 모는 그런 한심한 작태가 대체 어느 민주국가 에서 있단 말입니까? "열린사회"라는 문구를 기억합니다. 정부에서도 그런 소리를 한 걸로 기억 하구요. 자기의 뜻과 생각을 다른이에게 말할 수 있게 하고, 그리고 거기서 자유로운 토론이 펼쳐지는 사회. 그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국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김영삼정권은 민주주의하고는 거리가 멀 군요. 말하는 것을 떠나, 듣는 것과 심지어는 생각하는 것조차 막아버리니 까요. 주사파-학생운동-노동운동-농민운동-모든 진보운동으로 이어지는 탄 압들 속에서 전 그저 멍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글을 올려야 할지 고민이군요. 하이텔에서 짤리는 것을 떠나, 내 방으 로 경찰이 들어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때문에 말이죠. |